대한민국 체험 1번지 성수동 콘텐츠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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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작성일 2022년 06월 13일 프린트본문
<성수동 공장 벽면을 장식한 독특한 그래피티 페인팅 벽화>
낙후된 공간에 채워진 체험 콘텐츠
MZ세대 SNS 콘텐츠 바이럴 효과 커
물건을 사지 않고 시간을 사는 시대
서울 성수동이 뜨겁다. 명동 상권이 쇼핑 1번지로 수십 년간 꼽히며 서울을 대표하는 으뜸 동네로 쳐주던 시절이 있었다면 2022년 지금, 서울에서 성수동은 다른 관점에서 ‘핫’하다.
물건을 파는 상권이 아닌 체험을 파는 상권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체험 1번지’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무방할 정도다.
2019년 말 온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경험과 체험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강조했던 모든 산업계를 디지털 테크와 비대면 키워드와 함께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대이동 시켰다.
이동에는 아무런 거침이 없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AI)이라는 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뀌었고, 메타버스(가상세계)와 NFT(대체불가토큰)의 세상이 성큼 다가온 듯한 기류가 흘렀다.
이러한 분위기도 잠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전염병이 주춤해지자 사람들은 금세 물리적 공간으로 다시 몰려 나갔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직접 체득한 것을 퍼다 나른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만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과 상공간은 더 이상 물건만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사람들은 한 공간에서 한 가지 이상의 경험을 기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조합의 경험을 열망한다.
그동안 제한됐던 경험을 넘어선 그 이상을,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성수동으로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LCDC SEOUL' 옆 LCDC 카페>
경험을 공유하는 체험 1번지 성수동
성수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따른다.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과거 낙후된 공업 지구였다는 환경적 배경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MZ세대에게 성수는 쉽게 접해 볼 수 없었던 공장과 허름한 창고, 갈래갈래 뻗은 골목, 그리고 후미진 곳까지 모든 것이 신선했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네모반듯한 아파트, 쭉 뻗은 강남대로변과 사뭇 다른 모습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곳을 가장 지지하고 열광하는 세대가 바로 전 산업계가 입이 닳도록 말하며 탐구하고 있는 MZ세대라는 점이다.
M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고 힙한 공간을 좋아한다. 쇼핑에도 능하다.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갖은 방법을 동원해 구하거나 찾아낼 수 있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MZ세대에게 성수동은 물건만을 잔뜩 진열한 쇼핑 1번지가 아닌 소위 말해 ‘요즘 뜨는 최신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기 위해 드나드는 곳이다.
과거라는 골조 위에 날 것 그대로를 활용한 이색적인 카페와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는 MZ세대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소비’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경험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는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새로운 체험에 목말랐던 MZ세대의 욕구는 더욱 커졌다. 이때 성수동이 체험 공간으로 등장한 셈이다.
사실 성수동은 팬데믹이 선언되기 전부터 중심 상권이 될 조짐을 보였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폭발력이 배가 됐다.
기다렸다는 듯이 패션, 리테일, F&B 브랜드들이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와 협업 전시, 체험관 등을 열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지난 12일까지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예거 르쿨트르 전시회'>
<당일 예약 입장도 가능했던 예거 르쿨트르 전시회, 내부에는 시계 역사에 대한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시장 옆 마련된 '1931 카페'. 이번 전시회는 볼거리와 먹을 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성수동을 SNS 인증 성지로 만든 MZ 파워
성수동이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부상한 것은 오롯이 기업과 브랜드가 만들어 낸 체험형 콘텐츠와 지역적 특색 덕분일까.
핫플로서 성수의 인기에 힘을 보탠 것은 바로 MZ세대의 SNS 콘텐츠 파워다.
MZ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수동을 가장 힙한 동네로 바이럴했다.
가치 소비, 경험 중시, SNS 인플루언서, 플렉스까지 MZ세대는 트렌드와 경험에 민감한 동시에 좋다고 떠드는 것은 무조건 체험해보려는 성향으로 똘똘 뭉쳐있다.
이들이 직접 방문하고 경험하고 체험을 통해 만들어 낸 SNS 콘텐츠에 너도나도 반응을 보이며 성수로 몰리게 된 것이다.
각종 자료를 살펴봐도 MZ세대의 모바일 이용률이 베이비붐 및 X세대의 이용률보다 높다.
아날로그 중심이었던 베이비붐 및 X세대는 디지털 유목민이라고 불리는 MZ세대의 정보력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SNS 이용 시간도 다른 세대보다 약 1.3~2배가량 높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뷰티, F&B 등 소비재 산업군에 포진한 기업과 브랜드들은 이 같은 변화를 새로운 마케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기업들은 체험마케팅 공간으로 성수동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기획된 체험 공간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역 상권을 살리는 하나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성수역 3번과 4번 사이에 위치한 '무신사 스튜디오'.>
한국 MZ 따라 들어온 글로벌 명품
성수동이 핫해지면서 줄곧 강남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발산했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도 MZ세대 유행의 중심지인 이곳으로 넘어오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를 오픈했고 이후 하루 40팀만 받는 예약이 대부분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올뿐만이 아니다.
일명 ‘명품 3대장’이라고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역시 지난해부터 팝업매장 및 쇼룸을 성수에서 운영해왔다.
이들이 성수동을 찾아 콘셉트 스토어와 팝업 전시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통상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는 잠재 소비자를 따라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거주하는 청담동과 고급 백화점에 진입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성수동 역시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데다 주말이면 잠재 소비자군인 MZ세대가 몰려드니 명품 브랜드로선 당연히 성수가 새로운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 명품 수요가 큰 중국을 이을 ‘포스트차이나’로서 한국 시장이 부상했다.
한국 MZ층 사이에서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도 크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의 규모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크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이후 성수동 방문자 증가 추세
성수동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일시적일까. 아니면 실제 유동인구가 늘어난 영향일까.
오프라인 통행량 데이터 분석 기업 로플랫의 성수동 상권 유동객수 리포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성수동 상권의 방문객수는 올해 2월 이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다른 상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동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김한성 로플랫 이사는 “성수동 상권 전체가 평일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고 지난 2월부터 방문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숲 주변 상권은 계절적 영향이 컸지만 성수동 연무장길은 지난 3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었던 시기만 제외하면 지속 상승세다.
지하철 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올해 4월 월간 이용객 100만 명 이상인 90개역 총 이용인원은 1억 9,025만 4,279명으로 2년 전인 2020년 4월(1억 7,878만7,514명)보다 27%(3,853만 3,235명) 줄었다.
월간 이용객 100만 명 이상인 지하철역 중 단 3곳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이용객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압구정로데오역, 성수역, 여의도(5호선·9호선 합산)역이다.
2호선 성수역의 지난 4월 이용객수는 189만 1,921명으로 전년대비 5% 증가했다. 추정컨대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은 MZ세대가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넓은 공간의 성수동 '쎈느(Scene)' 카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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