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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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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 작성일 2021년 10월 26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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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기사를 검색해보면 패션업계에서만 하루에도 4~5개 이상의 협업 제품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들 비슷한 내용이라서 흥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타 산업 분야의 모 브랜드는 지난해 패션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출시했는데 올해는 또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헷갈리기도 하고 너무 많은 협업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니 특정 분야를 제외하면 관심이 없어져요.”

 

패션 브랜드와 이종(異種)간의 협업은 기존 제품을 차별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분야뿐 아니라, 브랜드간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둘 이상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은 1+1=2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협업은 노후된 브랜드를 젊게 만들기도 하는 마법마저 지녔다. 

 

기존 브랜드에게 협업은 새로운 돌파구로써의 필수 요건이다. 신규 및 신생 브랜드에게는 활력을 불어 넣는다. 협업 제품의 홍보를 통해 이슈성과 화제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저변을 늘려나간다. 

 

협업은 이미 ‘브랜드의 지속가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고, 일관된 제품 이미지에서 브랜드의 차별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에 빠진 콜라보레이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콜라보가 위기에 봉착했다. 소비자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흔해진 까닭이다. 하루 패션업계에서만 적게는 1~2건, 많게는 4~5건의 협업 제품이 쏟아진다.

 

패션업계는 전 산업에 걸쳐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협업으로 이슈를 발생시키고 한정 상품에 대한 희소성을 부각시키기엔 ‘지금의 콜라보는 포화 상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너무나 다양한 협업에 노출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는 어려워졌다. ‘웬만한’ 콜라보레이션으로는 역부족인 셈이다. 이는 점점 더 자극적인 협업 상품이 나올 거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내년 사업 방향에 있어 다양하게 진행해 왔던 협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협업은 이젠 너무나도 흔해졌다. 자연스럽게 수익률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한 스트리트 캐주얼 기업 대표는 “예전에는 현금이 많이 들어가는 콜라보라 하더라도 합리적 비용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피로도가 커지면서 소비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됐다.

   

즉 판매도 좋지 않다. 과거와 똑같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슈를 위해 일시적으로만 진행되다보니 지속성도 없고, 리오더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콜라보라는 거대 틀 안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의 성장도 한몫 톡톡히 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무신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협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납득 혹은 명분이 있거나 많은 트래픽이 발생할 만한 콘텐츠를 제안하면, 그에 맞는 효과적인 마케팅 지원 정책을 펼친다. 물론 무신사의 강요는 없다.

 

그럼에도 브랜드들은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일반적이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협업을 선택하고 있다. 

 

또 다른 신생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대표는 “무신사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무신사가 만든 룰에 갇혀있는 줄도 모른다. 

 

물론 무신사는 각종 지원도 많이 하면서 상생 정책을 펼친다. 그러나 브랜드들은 플랫폼 안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다보니 살아남기 위한 행위를 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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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콜라보레이션'검새결과>

 

자체 콘텐츠 강화와 소통으로 승부

일각에서는 콜라보 의존도를 줄이고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신선한 콘텐츠와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들의 경우, 협업만이 능사가 아닌 자체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패션 이외에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나 비패션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도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들의 경향이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본인의 콘텐츠가 아니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그것이 새로운 콘텐츠와 소통으로 이어진다. 

 

이는 유튜브의 성공 사례와 맥을 같이 한다. 유튜브는 스트리머들이 직접 소비자 앞에서 무엇인가를 소개한다. 그것이 최근의 대세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를 내세워 놓고 뒤에 숨어있다. 서비스와 콘텐츠로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데 시즌 룩북이나 화보를 내세우고 정작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은 소비자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

 

한 콘텐츠 개발업체 관계자는 “젠틀몬스터가 가장 근접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협업은 물론이고 자체 콘텐츠 개발과 소통에 적극 나선다. 이젠 브랜드는 하나의 수단이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를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집단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소통과 콘텐츠로 승부하는 것이 향후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콜라보에 흥미를 잃어간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변화된 협업이 대두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6화 부제목인 ‘깐부’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협업 마켓에서 금기시되어 왔던, 동종 복종의 협업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깐부는 동네에서 구슬이랑 딱지를 니꺼 내꺼 없이 같이 쓰는 친구로 설명된다. 넓게 보면 협업과 맥락이 비슷하다. 다만 깐부는 동일 게임 상에서 경쟁자들과 파트너를 맺지만 협업은 동일 복종과 이루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즉 이해타산이 맞는 범위에서, 스포츠 혹은 아웃도어, 골프웨어, 캐주얼 간에 성역 없는 협업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업계는 이같은 협업에는 회의적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타 복종이면 몰라도 동일 복종이라면 오너들이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 측면에서 브랜드 정체성에 혼선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까지도 앞으로도 협업은 대세 마켓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콜라보는 지속성이 없다고 느끼는 업체 관계자들이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콜라보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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