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없는 뉴발란스의 시크릿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작성일 2021년 03월 22일 프린트본문
코로나19가 쓸고 간 지난 한 해 스포츠 마켓은 어느 복종보다 우울했다. 야외 활동뿐 아니라 실내 스포츠 활동에 제약이 따르며 스포츠 대부분의 브랜드가 30~40%의 역신장이 이어졌고, 일부 브랜드는 50% 이상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뉴발란스’만큼은 달랐다. 국내에 전개되는 메이저 스포츠 중 신장을 기록한 브랜드는 ‘뉴발란스’가 유일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뉴발란스(키즈 포함)’는 지난해 총 5,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매장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2019년보다 2개가 줄어든 371개 기준이다.
그렇다고 키즈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키즈는 전년 대비 30억 원가량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총매출액은 1,280억 원이었다. 나머지 증감분인 470억 원은 순수 ‘뉴발란스’ 성인 제품에서 발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없었다면 20~30% 이상의 신장도 일궈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뉴발란스’는 지난 2008년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권을 획득한 이후 역대 최고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도 분위기가 좋다. 이를 통해 올해는 성인 4,200억 원, 키즈 1,300억 원으로 총 5,5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글로벌 마켓에서 ‘뉴발란스’의 위상
‘뉴발란스’는 지난해 글로벌 슈즈 마켓에서 ‘나이키’에 못지않은 화제를 낳았다. 특히 중심에는 327과 992 모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지난해 초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카사블랑카와 327의 협업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뉴발란스’의 분위기를 조성한 셈이다.
이후 출시된 327 시리즈는 70년대 뉴발란스 DNA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되어 탄생한 모델로 헤리티지와 클래식한 감성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국내 역시 1,2차 발매에 걸쳐 20,000족이라는 물량이 완판됐고 이후 래플 발매에서도 계속해서 이슈가 됐다.
‘뉴발란스’의 MS327는 1976년 최초로 N로고가 사용된 320, 접지력을 위한 톱니바퀴 모양의 러그 아웃솔이 적용된 355, 70년대의 헤리티지가 담긴 슈퍼 콤프(Super Comp), 세 가지 제품의 상징적인 디테일을 주입해 탄생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글로벌 마켓에서 ‘뉴발란스’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992 모델의 귀환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공식 석상에서 자주 신어 일명 ‘스티브 잡스 운동화’라는 애칭까지 붙여진 이 제품은 14년 만인 지난해 재출시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물론 ‘뉴발란스’를 가장 처음 국내에 가장 크게 알린 신발은 단연 574 시리즈다. 2009년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해 내놓은 574 발렌타인 모델이 가수 이효리가 착용하면서 ‘효리 운동화’로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574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400만 족 이상 판매되면서 뉴발란스를 대표하는 국민 신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992, 327, 530, 2002 등 대부분의 신발이 높은 판매를 올렸다. 지난해 국내 스포츠 슈즈 마켓은 ‘뉴발란스가 주도한 해’라고 평가될 정도다.
글로벌 슈즈 역사와 이랜드 노하우로 평정
530 시리즈는 2010년 처음 출시된 기능성 러닝화다. 패션러닝을 선도할 목적으로 재출시했다. 특히 이랜드는 그동안의 고객 조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셀링 포인트를 잡아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530 시리즈가 국내에서 품절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530 시리즈는 작년 한 해에만 40만 족이 팔렸다.
992도 국내 마켓에서 대히트를 쳤다. 그동안 단종됐지만 ‘스티브 잡스 운동화’로 알려지며 프리미엄이 붙는 등 인기를 이어오다 14년만인 지난해 초 재출시 됐는데 판매가 시작되자 온라인스토어에서 단 5분 만에 초도 물량이 품절됐고, 각 직영점에서는 오픈 전부터 긴 줄이 이어지며 인기를 입증했다.
‘뉴발란스’는 지난 2008년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전개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포츠 ‘푸마’의 직진출로 인한 일종의 대체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랜드는 당시 ‘푸마’를 2천 억 원대 이상의 규모로 키워냈다.
‘푸마’의 직진출과 함께 바통을 이어받는 ‘뉴발란스’는 당시 국내 매출 규모 250억 원 수준으로 ‘마니아들만 아는 신발’이었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국내 판권을 가져오며 기존 탄탄한 영업력과 브랜드 기획력을 바탕으로 신발뿐 아니라 의류까지 전개하기 시작했다.
디자인과 기능성이 뛰어나 패션 얼리어답터로 일컬어지는 몇몇 연예인들이 뉴발란스를 이용하며 1020 세대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갔다. 실제로 한국 뉴발란스 매출은 2010년에 1,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이듬해에는 3,000억 원 고지를 단숨에 넘었다.
그리고는 10년 만에 5,000억 원까지 넘어서며 국내 진출 13년 만에 매출 20배 성장을 일궈냈다.
‘뉴발란스’는 스포츠 브랜드이면서도 패션 브랜드로 인식하는 고객들이 많다. 특히 의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이랜드가 가진 의류에 대한 기술 기식을 활용한 다양한 의류 상품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2014년에 처음으로 기능성 구스다운 재킷 시리즈인 ‘패트롤 다운팩’을 출시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듬해부터는 시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제품들이 앞 다투어 출시될 만큼 당시 다운 재킷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도 수년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출시하며 뉴발란스 재팬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의 기능성 라인뿐 아니라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감도 높은 의류 제품들을 출시하며 한국 시장 내 브랜드 이슈와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MZ세대 공략한 뉴발란스
국내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 일본의 대표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노리타케, 서브컬처와 라이프스타일 일러스트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전황일’과의 협업 등을 진행하며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여기에 속도감 있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집중과 투자도 한몫했다. 온라인 스토어와 ‘MyNB’ 애플리케이션을 리뉴얼하는 동시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활발한 SNS 마케팅을 펼쳤다.
또 라이브 쇼핑 및 온라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 역시 활발히 진행했는데 ‘김해인’ ‘최겨울’ ‘짱구대디’ 등 패션 인플루언서들과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며 자사뿐 아니라 외부 온라인 채널에서도 고객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뉴발란스 대표 컬러인 ‘그레이’를 모티브로 한 ‘그레이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한편 뉴발란스는 ‘호텔을 운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했고 SSC(SL OW STEADY CLUB)와 네 번째 협업을 통해 ‘GREY HOTEL’을 콘셉트로 한 ‘HOTEL 990’ 라인을 탄생시켰다.
스포츠 아이덴티티 강화로 승부수
‘뉴발란스’는 올해 두 가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디지털 전환과 어센틱 상품 집중을 통한 스포츠 아이텐티티 강화다. 우선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MT)을 기조로 온라인스토어, MyNB 애플리케이션 등의 자사 채널에서 모바일 중심의 고객 경험과 고객 가치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상품 출시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도 모바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매년 MyNB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랜드재단과 함께 스포츠 꿈나무들을 후원하는 기부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뉴발란스 후원선수 농구선수 허훈과 농구 꿈나무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뉴발란스 멤버들이 기부한 포인트 금액에 뉴발란스가 추가 기부해 2배로 늘려 뉴발란스 상품을 대한민국 여자 유소년 농구단을 위해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스포츠 종목에 필요한 유니폼 또는 용품 등 팀복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용품 후원 등 다양한 종목의 팀 스포츠 구단 후원 역시 준비 중에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 스포츠·우먼스·라이프스타일 등 뉴발란스의 각 카테고리를 강화한 복합매장 20여 개를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각 지역 거점에 오픈할 계획이다.
<2020년 재출시 한 뉴발란스 530 photo 뉴발란스>
이랜드의 스포츠 사업 뉴발란스가 끝일까?
이처럼 ‘뉴발란스’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성장 국면에 돌입하며 이랜드그룹의 스포츠 사업 확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랜드그룹의 패션사업 성장을 주도한 한 축이 ‘스파오’라면 다른 한 축은 ‘뉴발란스’다.
이랜드는 최근 여성복 사업 매각을 통해 ‘뉴발란스’와 자체 SPA 브랜드 ‘스파오’에 더 투자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뉴발란스와 오는 2025년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체결했기에 가능했다.
‘뉴발란스’는 기존에 잘하고 있는 영역인 신발, 의류 영역에서 계속해서 스테디셀러를 만들어 내며 몸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 몸집을 더욱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즉 여성복 사업부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시간, 비용 등을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자체 SPA 브랜드 ‘스파오’에 투자해 파이를 넓힌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랜드는 다브랜드 전략에서 탈피, 메가브랜드 육성 전략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그룹 차원에서 넥스트 스포츠 사업은 어떻게 될까?
이랜드는 과거 ‘엘레쎄’와 ‘버그하우스’, 자체 SPA 아웃도어 ‘루켄’ 등 스포츠 아웃도어 사업을 확대하려 했지만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또 가장 최근에는 2013년 ‘케이스위스’의 글로벌권을 인수한 후 지난 2019년 약 3,000억 원에 매각해 1,000억 원가량의 차익을 봤다. 하지만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키우지는 않았다.
상황이 어찌됐던 이랜드는 캐주얼로 시작해 캐주얼을 성공시킨 노하우를 지녔고, 스포츠 ‘푸마’와 ‘뉴발란스’를 잇따라 볼륨브랜드로 키운 역량을 지닌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향후 또 다른 스포츠 사업에 관심을 가질 것은 자명하다. 성공이 어렵다는 라이선스 스포츠를 잇따라 성공시킨 DNA는 무시할 수 없다”며 “스포츠 시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랜드가 뉴발란스에 이은 차세대 스포츠 사업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글로벌 ‘뉴발란스’와의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통해 조급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휠라코리아, 데상트코리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기획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 된 지금 이랜드그룹의 성공 노하우를 발판삼아 타 스포츠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이전글2021 F/W 서울패션위크가 시작됐습니다 21.03.23
- LIST
- 다음글트렌드와 상품에 따라 여럿도 가능하다 21.03.08
관련기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많이 본 FSP Article
많이 본 기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