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힘 못 쓰는 컬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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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작성일 2024년 07월 31일 프린트본문
컬럼비아스포츠웨어컴퍼니(회장 팀 보일)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전문 기업이다. 주력 브랜드 컬럼비아를 비롯, 슈즈 소렐, 정통아웃도어 마운틴하드웨어, 스포츠 기반의 프라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 34억 9천만 달러(한화 기준 4조 8,242억 2,700만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컬럼비아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2021년 전년 대비 25% 증가한 31억 2,640만 달러를 기록, 2019년에 기록한 회사의 최대 매출 30억 달러(한화 3조 8,000억 원)를 넘어섰고, 2022년 역시 11% 증가한 34억 6,000만 달러, 작년에도 1% 증가한 34억 9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기업 연간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컬럼비아의 이 같은 성장세에는 DTC 시장의 강화, 특히 온라인 시장 공략 확대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 오픈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등 전통적인 영업 방침에 디지털 라인의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는 어려운 경기 상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주 매출원인 미국과 캐나다의 홀세일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지난해 34억 9천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33억 5천 만 달러에서 34억 2천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록 올해는 3년 연속 창사 최대 매출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과거 몇 년간의 컬럼비아의 활약상은 글로벌 마켓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회사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왜?
국내에는 직진출 법인 컬럼비아코리아를 통해 ‘컬럼비아’가 전개되고 있다. 컬럼비아코리아는 지난 1996년 설립, 내년이면 30년을 맞는다. 컬럼비아는 ‘아웃도어’라는 개념조차 없을 때 국내에 들어와 영원아웃도어가 전개하는 노스페이스와 함께 아웃도어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10년대까지 한국형 아웃도어를 지향하면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 확대에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3천 억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꽃길만 걷던 컬럼비아도 2014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시장 불황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잦은 임원 교체와 함께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수입 라인 중심으로 상품을 바꾸면서 시장 장악력을 점점 잃어갔다. 한때 업계 3~4위권을 유지했던 마켓쉐어는 현재 10위권 까지 밀려났다. 최근 몇 년간의 컬럼비아코리아 매출액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78억 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에는 1207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유통망 개선과 핵심 상품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반등에 성공했는데, 2021년 1331억 원, 2022년에는 14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서는 가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0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2020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도 보다 적은 수치로, 2000년대 후반 이후 역대 최저 실적이다. 컬럼비아코리아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리한 홀세일로의 전환
일각에서는 현 배정원 대표의 유통 전략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2021년 취임한 배정원 대표는 나이키에서 마케팅이사, 나이키골프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취임 이후 나이키 방식의 유통 구조를 검증 없이 밀어붙인 것이 ‘컬럼비아’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의 유통 구조, 생산 판매, 의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가운데 기존 위탁방식에서 홀세일 중심으로 유통 구조를 무리하게 전환하려 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2022년 컬럼비아코리아는 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대리점주와 샵 매니저와의 계약을 일부 종료하고, 매장을 홀세일 및 벤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10억원에서 20억원 이상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신세계나 현대, 롯데프리미엄 아웃렛 등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특정 벤더사에 홀세일 운영권을 맡겼다.
그러나 이 같은 홀세일 구조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과 맞지 않았고, 나이키와는 다른 판매구조와 브랜드 인지도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이키의 경우 낮은 할인율과 평균 70~80%의 시즌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아웃도어는 20~40% 할인율과 당 시즌 판매율이 50~60%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벤더 입장에서는 컬럼비아의 비즈니스에 만족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서서히 손을 놓고 인수된 매장을 본사에 다시 반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초 2023년까지 대부분의 유통을 벤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배 대표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여기에 기존 매장(대리점 및 샵매니저)의 계약 해지에 따른 실망감으로, 자진 철수한 대리점도 늘어났다. 즉, 전반적인 유통 구조가 완전히 흔들리게 된 셈이다. 물량을 벤더 측에서 공급하다 보니 백화점 역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곧 일부 백화점의 철수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홀세일 벤더 체제 전환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물론 몇 개 남지 않은 주요 홀세일 매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추가 매장을 오픈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진 것이다.
홀세일 전환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브랜드 인지도가 있다면, 홀세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홀세일 영업을 통해 과잉 생산을 줄일 수 있으며, 건전한 유통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량 과잉 생산의 최전방에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에게는 가장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기는 하지만, ‘컬럼비아’가 홀세일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였던 것이다.
경영진의 판단 미스
물론 이 같은 과감한 정책은 배 대표의 독단적 결정만은 아닐 것이다. 직진출 법인 특성상, 본사와의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 결정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컬럼비아가 국내 디자인을 점차 줄여가며 한국 현지 상황에 맞추지 못했던 것도 있다. 여기에 경쟁 브랜드에 비해 부족한 마케팅 예산으로 마케팅에 거의 투자를 못했기에 인지도 제고에도 크게 밀렸다는 평가다.
즉 컬럼비아코리아는 유통 전략 뿐 아니라 브랜드 방향성이 국내 실정에 맞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능력하다고 평가받고, 계약이 해지됐던 중간관리자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으며, 코로나 당시 운영했던 주 3일 근무제를 올 초 까지 유지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는 편리한 제도였을지 모르지만 본사 운영적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는 가장 잘나가던 시절인 2010년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삼성동에서 장안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그런데 2024년 상반기 두 자리 수 이상 매출이 하락하며 올해 1000억 원 선까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기존 장안동 사옥보다 임대료가 2배 이상 비싼 성수동으로 지난 5월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경영진은 좋은 사무실을 찾고 있고, 브랜드를 방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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