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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여전히 스니커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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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3년 09월 26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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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스니커즈는 다르다. 수십 년 전의 스타일이 여전히 스니커즈 애호가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향수(鄕愁), 힙합의 귀환,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사업전략, 이미 가치가 부여된 지적 재산권을 활용하려는 문화적 집착의 결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운동화를 사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 있다.

 


과거에 머무르다
나이키의 가장 인기 있는 신발은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한 에어포스1, 덩크, 초기 조단 라인, 특히 조던1, 조던3, 조던4 같은 모델들이다. 

뉴발란스의 경우 574(1988년 출시)와 550(1989년 출시)이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다. 가젤(1968년)과 삼바스 (1950년) 등 인기있는 스타일은 모두 50년이 넘은 스타일이다.

스탁엑스(StockX)의 스니커즈 머천다이징 디렉터 드류 헤인스(Drew Haines)는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50가지 스타일 중 출시 5년 미만인 스타일은 3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인기 스타일은 대부분 예전 스타일 인 것이다.

패션은 새로운 트렌드에 집착하지만 스니커즈는 과거에 집착한다. 그렇다고 레트로가 항상 비슷한 것은 아니다. 레트로도 바뀌어 간다.

아디다스 슈퍼스타 라인이 2016년 인기를 끌었던 반면, 지금은 삼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들은 레트로 무드를 가져가기 위해 디자인을 조금 바꾸고, 새로운 컬러웨어를 선보이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지’나 나이키의 ‘에어맥스270’, 아디다스 NMD의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출시되는 모델의 인기를 따라가기는 힘들다.

유니언 로스앤젤레스의 크리스 깁스 사장은 “스니커즈 시장을 끌어온 것은 과거의 모델들이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소비자들이 찾는다면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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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삼바>

오래된 것, 마냥 좋은가
이러한 현상은 바비에서 마블에 이르기까지 지적 재산의 재활용에 중독된 더 넓은 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풍부한 아카이브를 보유한 거대 기업들의 경우에는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10년간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늘렸고, 아디다스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액을 50% 이상 늘렸다.

레트로는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새로움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호카’나 ‘온’과 같은 소규모 브랜드들은 기존 브랜드들의 디자인을 모방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5월, 윌리엄스 트레이딩의 분석가 샘 포저는 나이키 주식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면서 ‘에어맥스 프랜차이즈는 거의 죽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샘 포저는 “문제는 새로운 것이 오지 않고 너무 오랫동안 같은 것에 계속 의존하다가 오래된 것이 반복되고 낡아지고, 라벨이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회사 실적 발표에서 최고재무책임자 매트 프렌드는 “이를 위해 투자를 계속 늘릴 것이며 소비자들은 지난 해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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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에어포스>

레트로 정권의 장기 집권
베테랑 운동화 분석가 매트 파월(Matt Powell)은 “현재의 복고 사이클은 최소 10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은 이를 고착화 시켰고, 공급망의 붕괴는 제조 능력을 제한함에 따라 기업들은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스니커즈 소매업 전반에 걸쳐 시장에 출시된 신제품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우리의 베스트 셀러는 무엇인가?’ 생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것에 어떤 위험도 무릅쓰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모든 브랜드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는 죄를 짓고 말았다”고 말했다.

파월은 공급망 문제를 넘어 바비와 테트리스의 영화화는 물론 TV쇼 리부트까지 인용하며, 대중문화가 오래된 아이디어를 다시 쓰는 것이 이 같은 추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우 이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는 주로 수년 전 처음 구상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속편과 리메이크였다.

깁스는 스타워즈를 예로 들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성공의 희생자’이다. 운동화 시장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의 제품을 새로운 것처럼 내놓는 것이 판매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종종 완전히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 

스니커즈와 스트리트패션은 복고풍 농구화와 로고 후드티 같은 아이템들을 포함해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큰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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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를 따라가는 문화적 연계성
힙합이 50년 전 브롱크스의 한 파티에서 탄생한 틈새 음악 장르에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면서 만들어진 미적 코드의 중심이었다. 
힙합은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문화와 혼합되는 과정에서 다른 레트로 요소를 수용하면서 스트리트 웨어의 기초가 되었다.

특정 헤리티지 제품들은 상징적인 것이 되었고, 브랜드와 유통사들에게는 안전한 베팅이 되었다. 나이키와 디올, 루이비통, 티파니는 조던1과 에어포스1을 중심으로, 구찌와 아디다스는 가젤을 중심으로 협력해왔다.

브랜드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 밀어내는 것은 ‘절반의 방정식’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그들의 물건을 원해야한다.

이는 예전의 것들은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와 사이먼 레이놀즈와 같은 저자들에 의해 확인된 ‘망상증’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특히 인터넷SNS의 확산에 따른 오늘날의 제품 홍보와 마케팅 방식은 패션의 사이클을 방해하고, 현대의 발명이 동일한 문화적 의미와 캐시를 창출해내는 것이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는 정체성을 전달하는 데 더욱 중요해지고, 소비자들은 강한 문화적 연관성을 가진 복고 스타일로 이끌려가고 있다.

‘망상증’ 이론은 1990년대와 Y2K 의류에 대한 Z세대들의 무조건적 사랑, 전형적인 닥터마틴 부츠와 버켄스탁 샌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동일한 가치 부여는 어려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만, 과거의 제품들처럼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스타일들은 유행을 따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이지스는 적어도 카니예 웨스트의 이름을 빌어 지금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끝없는 선택에 직면하고 있는 운동화 대기업들은 많은 쇼핑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하고, 제조 비용도 저렴하지만 가격은 높은 레트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들은 여전히 운동화의 혁신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러한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심부름을 하러 나갈 때 신을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신었던 것들과 똑같은 제품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브랜드들은 새로운 색상을 선보이는 동안 공급을 조절하고,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오래된 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 수요를 자극한다. 

뉴발란스는 1982년 처음 선보인 990 운동화의 업데이트된 버전을 계속해서 발행하고 있다. 

유니언과 나이키, 베페와 뷰티 서플라이가 최근 합작한 것은 ‘에어 풋스케이프’의 세부 사항을 추가함으로써 조던1을 미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지금의 새상품이 미래에는 또다시 레트로
한편 소비자들은 레트로 스타일을 자신만의 버전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리본과 레이스를 추가한 아디다스 삼바를 주문 제작하고 있다. 

베넷은 “그들이 고전 스타일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전 세대들이 열광했던 것들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만들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까운 미래에 브랜드들은 다양한 모델들이 생겨나고 사라짐에 따라 그들의 헤리티지가 담긴 스타일을 지속해서 내놓을 것이며, 이것들이 언젠가 먼 미래의 고객들에게는 또 다시 고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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