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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마트 재무제표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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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3년 06월 20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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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승승장구 

 

ABC마트 재무제표  엿보기 

 

ABC마트는 왜 강할까

국내에서 영업 중인 신발 편집숍 브랜드를 떠올려 보시라고 하면 독자 여러분은 얼른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브랜드는 단연 ‘에이비씨마트(이하 ABC마트)’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본국인 일본에서도 ABC마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지금도,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현지 미디어에서는 “신발업계에서 압승(壓勝)하는 ABC마트의 비밀”을 다룰 정도다. 

 

그 특별함의 배경은 무엇인지 日소매유통전문지 DCS에 기고한 경영 컨설턴트 가와이 타쿠 대표의 분석을 바탕으로 살펴봤다. 

 

 

ABC마트 재무제표  엿보기

싸게 만들고 중계 없이 수출한다

일반적으로 구두와 운동화를 포함한 신발 산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6가지일 것이다. 

 

①신발은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다양해 재고 관리가 매우 어렵다.

 

②중고가 이상 가죽 소재 구두의 경우 수작업이 많고 거의 계획생산을 할 수 없다.  

 

③라스트라고 불리는 신발의 형태를 결정하는 목형(木型)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직접 개발하지 않고 생산 공장의 자산을 빌려 쓰기 때문에 복수의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힘들다. 

 

④고기능성, 특수 소재의 디자인이 복잡한 신발의 경우 100개 이상의 부속품으로 구성되며, 그 중 하나라도 부품이 빠지면 생산에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중소기업이 한 곳에 뭉쳐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⑤대부분의 생산 공장은 10명에서 수 십 명 사이의 소규모 공장이 대부분이고 수작업을 한다. 

 

⑥값싼 수입품에 대응해 관세와 수입 쿼터가 존재하지만 가죽 구두의 경우는 소비가 급감해 어느 나라나 쿼터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신발산업은 일본에서 정부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 산업 중 하나임에도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대량 생산한 후 만들어진 제품을 일본으로 다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ABC마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위탁생산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미국을 제외한 한국, 대만, 베트남(매출 비중이 큰 수출국들이다)에 일본을 거치지 않고 생산지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을 통하지 않는 3국간 거래(3개국이 수출국, 수입국, 결제국으로 나뉘어 하는 무역거래)를 하면 30%라는 고액의 수입관세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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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매장’을 가지고 있다

그다음, ABC마트의 매출과 점포수 추이를 살펴보자.

 

매출·출점 모두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2021년 2월기의 매출 침체는 아무래도 봉쇄 수준의 방역 규제가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BC마트는 철수점이 하나도 없다. 그 후엔 신규 매장이 계속 증가해 매출도 순조롭게 회복했다.

 

2023년 2월기에는 2020년 2월기(코로나 이전) 매출을 앞지르기까지 한다. 점포당 매출액도 좋다.

 

해외 매장을 포함시켜 단순 계산해 보아도 2020년 2월기에는 점포당 2억 432만 엔(한화 기준 약 19억 원), 2023년 2월기에는 1억 9909만 엔(약 18억 원)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ABC마트는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고 신규 매장을 냄으로써 매출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내면서 매출을 성장시키는 기업은 판관비에서 보증금과 임대료(월세)의 비중보다 고정비인 인건비의 비중이 높거나 신규 출점에 드는 비용이 판관비를 키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ABC마트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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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ABC마트의 과거 3개년(2020년 2월~2022년 2월)의 판관비 내역을 보면, 판관비 중 3분기 연속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인건비다.

 

바꿔 말하면 장사가 되지 않는 매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톱은 보증금·임대료가 단골 항목이 되는 것이다. 

 

직영점의 경우, 판관비에서 보증금·임대료가 가장 높은 경우는 패션기업에 많다. 인테리어에 열중해 빠른 경우 2-3년마다 내부 인테리어를 리뉴얼해 평단가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항상 들고 감가상각비가 늘어난다. 

 

한편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즉 원가를 낮추는 상품 정책과 균형을 맞출 수 없게 되어 수익성이 악화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업계나 기업일수록, 인공지능이니 하는 하이테크나 전자상거래에 손을 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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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방법으로는 ROI(투자이익률)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원래 팔리지 않는 업태였기 때문이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기술 사용료를 고정비로 계속 지불하면 ROI는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 결산보고서에는 ‘외주 비용’ 형태로 고정비를 내는 것이지만, 이는 회계관리 상 보증금·임대료 항목에 포함되어야 하고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으로 대체됐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 

 

반면 ABC마트를 비롯해 돈키호테, 시마무라, 유니클로는 각각 방식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저비용 오퍼레이션을 철저히 하는 동시에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매장을 내서 매출을 만들어 가는 클래식한 전략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ABC마트는 매출대비 판관비의 비중이 패스트리테일링과 마찬가지로 40%를 밑돌고 있다.

 

SPA어패럴의 영업이익률이 일반적으로 5% 미만인데 반해 ABC마트의 영업이익률은 15% 정도(2021년 2월기 제외)로 매우 높은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이래서야 돈이 벌리지 않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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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사업의 필수요건, 재고 체크

마지막으로 ABC마트의 재고를 체크해보자.(표3 참조) 패션기업은 손익계산서만 보아서는 이익이 나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더 이상 팔리지 않는 불량 재고(현금화가 불가능한 재고)를 대차대조표에 숨기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ABC마트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천연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신발의 경우 의류와 달리 재고손실 처리를 하기까지의 기간이 길다.

 

물리적으로 화학 소재가 노랗게 변하거나 갈라지기까지의 기간은 3~5년이므로 그 전까지는 매장 판매가 가능하고 보존상태가 좋으면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 

 

따라서 약간의 재고가 남아도 이듬해, 그리고 다음 해로 이어 소진해 나가면 된다. 그다지 패션성이 없는 베이직한 스타일이라면 사이즈 재고가 많고 적은 것은 사실 그렇게 불리하지 않다. ABC마트의 재고 판매비율을 살펴보자.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ABC마트도 2021년 다소 과소재고 상태를 겪었다. 그를 제외하면, 유동재고는 다 계산한 것처럼 정확하게 25%로 컨트롤 되고 있다. 

 

의류의 경우 예외 없이 이 유동재고의 비중이 해마다 늘어 이 재고(쌓인 유동자산)를 현금화하지 않으면 파탄난다는 기업이 산더미처럼 있다. 

 

그러나 ABC마트는 매년 매장을 늘려 매출도 높이는 고전적인 외형 확장 전략으로도 바늘구멍을 뚫는 정밀도로 매출의 25% 수준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빈틈이 없을 수가 있을까. 재고회전율, 즉 재고 처리기간을 기간을 길게 늘려 손실 처리와 함께 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각도에서도 살펴보자.(표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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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100일이다. 1년 365일 기준으로 3회전 정도인 것이다. 이는 사이즈 재고를 감안할 때 기적에 가까운 양호한 수치다. 

 

2023년 2월기엔 재고회전일수가 130일 가까이 되었지만, 그래도 재고회전율은 2.8이다. 

 

보통 기초체력이 있는  패션기업이 일반적으로 재고회전율 2.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BC마트의 재고관리가 얼마나 탄탄한지 알 수 있다. 

 

‘숫자’로 증명하는 막강함

ABC마트의 재무제표를 기본만 훑어보아도 엉성한 조잡함이란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ABC마트가 막강한 비밀을 숫자로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BC마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가와이 타쿠 대표의 의견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어차피 숫자는 결과 지표 숫자라는 것은 의사로 말하면 문진과 같은 것으로, 숫자를 보고 있으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②팔리는 매장 만들기가 먼저, 잔재주는 나중에 ABC마트의 경우에서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잘 팔리고 돈이 벌어지는 유통 채널 개발이 먼저라는 점이다. 

 

팔리는 채널이어야 재고도 회전시킬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을 어느 곳에 내던 공헌이익으로 출점 비용은 커버할 수 있다. 

 

장사가 되지 않는 매장과 유통 채널일수록 사소한 잔재주를 부리며 아주 작은 개선을 거듭한다. 

 

그런 작은 개선에는 잠고조객을 불러들일 만큼의 힘이 없다. ‘팔리는 유통채널’을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가 성공의 본질이다. 

 

③ 팔리는 이유는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지점이다. 예를 들어 ABC마트에서 파는 운동화는 일반인에게 팔리는 것에 비해 저렴한 것이 많다. 

 

그렇다고 ‘싸니까 팔린다’라고 지레짐작하거나 아무 근거 없이 ‘SPA라서 팔린다’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억지를 부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진짜 정답은 소비자의 목소리에 정성껏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왜 ABC마트에서 신발을 사세요?’와 같은, ‘왜’를 반복해야만 ‘싸기 때문’이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진짜 비밀에 도달할 수 있다.

 

거기에는 분명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숫자는 결국 결과 지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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