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오만함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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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수정 매드해터 대표 (c@madhatter.co.kr) 작성일 2021년 10월 25일 URL 복사본문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마다 올해의 성과를 추정해 내년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4분기는 항상 내년 계획 수립과 중장기 전략 업데이트로 바빴는데 최근에는 중장기 전략을 거의 세우지 않는 분위기이고 설령 세운다 해도 예전처럼 꼼꼼하게 작성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예전의 중장기라 불리던 기간 동안 일어나던 변화가 최근에는 한 해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고, 그에 따른 기업의 향방이 급선회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 한 해 한 해 잘 넘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거창하게 세운 중장기 계획이 쓸모없어진 경험을 겪으면서 교훈을 많이 얻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연간 계획 수립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되어, 상황에 맞는 전략의 변화나 구체적 실행계획의 조정을 감안한 탄력성 있는 운영을 감안해 수립해야 한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애드테크 기술, 새로운 제품서비스 등 기업 환경은 마치 한라산 날씨처럼 변화무쌍하고, 고객의 취향과 요구도 디테일해지고 특별해지고 있다. 그러니 중장기 계획을 세우던 시절은 까마득하다.
매일의 수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바꾸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연간 계획마저도 이대로 가려나 하는 의문과 함께 수립한다.
당장 다음 분기의 실적이나 시장 상황도 단언하기 어려우니 연간 계획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기든, 연간이든 계획 수립에서 중요한 것은 명확하다.
마케팅 계획이란 결국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마케터의 선입견을 제거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되 고객의 내면의 욕구나 필요를 가늠해가며 방법을 정리한 것이어야 한다.
고객을 완전히 알기란 불가능하지만 완전히 독해가 불가능한 존재도 아니다. 마케터는 고객이 스스로에 대해 설명하는 말 뿐 아니라 깨닫지 못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신호들을 분석하면서 기저에 깔린 필요와 욕망을 건져내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마케터는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 특정하게 가정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아는 것에 변동이 없는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는지, 가정하고 있는 것들의 결과가 확인된 것이 있는지 모호성의 범위가 확대되었는지를 점검한다.
그런데 이런 앎과 모름의 범주화는 사실과 데이터로 증명되는 일부 외에는 순전히 마케터의 인사이트 혹은 경험치로 재단되어 결정된다.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의적 판단에 매달리는 마케터의 오만은 향후 있을 마케팅 실행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마케터의 오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마케터들은 시행착오와 성공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준으로 삼지만 맹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공의 경험과 현재 상황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는 없고, 환경은 항상 유동적이므로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자료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는 일의 효율성이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존의 경험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해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새로이 검토한 자료나 상황을 대입한 가설을 세우며 머릿속으로 가설검증 작업을 해보면 계획의 문제점이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무언가 궁금증이 생기거나, 맞지 않는 부분들이 발견되면 그런 불확실성과 궁금증을 포함해 반쯤 만들어진 마케팅 아이디어들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만드는데 실행과정에서 살을 붙이거나 수정 작업을 한다.
반면 마케터가 성공을 일찍 크게 경험할수록,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을수록 고객을 관찰하고 확인하는 작업보다 자신의 감이나 이전의 성공을 바탕으로 확신에 찬 판단을 신속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실재가 어떤지 확인하지 않거나, 자신이 생각하기에 맞는 것, 업계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하는 일들을 그대로 한다. 동종업계 마케터들도 하니까 검증되었고, 당연히 먹힐 거라 생각하고 밀어붙인다.
상반된 두 타입의 마케터가 한 일이 결과는 같을 수 있다. 똑같이 몇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거나, 전환율을 얼마로 만들었다거나 하는 결과는 같지만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은 시간이 지나며 큰 차이를 가져온다.
특히 고객을 잘 안다, 시장을 잘 안다는 확신이 자만이 되고, 누적되면 누가 뭐라 해도 본인의 결정이 유일한 솔루션이라 믿게 된다.
고객의 소리, 행동이 그 생각이 틀렸음을 의미한다 해도 고객을 부정하는 상황까지 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인다. 소위 고객이 잘 몰라서, 고객이 경험이 없어서, 고객이 잘못 알아서… 등과 같은 마케터의 변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고가 터지는 경우도 많은데, 주위에서 보기엔 너무나 상식적인 것, 일상적인 것을 놓쳐서 만들어진 사고가 많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 “왜 못봤지?” 하는 이야기를 하는 어이없는 실수는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기업 신뢰도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두 유형의 마케터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는가’ 아니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가’의 차이다.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마케터에게 오만함이 있느냐, 오만함으로 인한 게으름이 있느냐 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명품브랜드에서 나타나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가려 받거나 기다리는 수고를 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대고객 접점에서의 오만함을 떠올리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 내부에서 일하는 마케터의 오만함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회사와 브랜드의 존망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케터의 오만함은 필연적으로 게으름과 연결된다.
예를 들어 늘 해오던 광고를 건건이 처음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는 없지만 매체의 정책이 변하거나 코로나와 같은 전지구적 문제 상황이 발생하고 소비자의 행동이 급격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미 알고 있고, 문제없이 잘 해오던 일이라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었고, 그로 인해 부상한 업종과 침체의 늪에 빠진 업종이 극명하게 갈렸다. 잘 대응한 브랜드는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지만 대응하지 못한 브랜드는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변화가 닥쳐왔고, 조짐이 심상치 않은데도 자신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현실을 오판하고 대처하지 않는 태도는 시장과 고객을 속속들이 안다는 오만함과 함께 더 이상의 노력과 리소스 투입은 귀찮다는 게으름의 콤비가 만들어 내는 불행이다.
그렇다면 마케터의 오만이 불러오는 문제가 뭐가 있을까? 회사 혹은 브랜드가 약속한 내용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냉소주의를 확산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상자의 58%는 약속을 지켰다는 ‘실제 증거’를 보기 전까지는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가 고객에게 준 기대대로 행동하거나 기대했던 것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객이 기대하는 바는 매우 많지만, 대표적으로 브랜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만을 부리는 유형 몇 가지만 살펴본다.
마케터의 오만으로 인한 세 가지 실패 유형
1. 제품서비스 실패
이종 브랜드간의 협업이 활발해지자 한 문구 회사와 음료수 회사의 마케터는 협업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운다.
필기구 중 매직 모양의 용기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음료를 담아 문구의 제품명을 붙여 출시한다.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절대 망할 수 없는 이종 협업을 했지만 제품은 판매가 부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서 철수 당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문구 회사의 마케터는 이종 협업이라는 트렌드가 만병통치약이라고 맹종하고 먹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밀가루 회사가 만든 겨울용 점퍼도 팔리는데 문구회사가 만든 음료수가 왜 안 팔리겠어? 라는 생각이었겠지만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실패 사례가 발생했다.
재미있는 콘셉트의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놀이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제품서비스의 수용을 쉽게 한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한계는 있다. 그게 어디까지인지를 과연 알아보고 제품을 출시했을까?
그랬다면 먹지 못하는 제품의 용기에 먹는 것을 담는 무모한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이 하는데 나도 해도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과 ‘그래도 우리 브랜드 유명한데 협업 제품 나오면 안사겠어?’ 라는 자신감, 그런 것들이 모여 기괴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참담한 실패를 안겨줬다.
무턱대고 추종하는 태도는 게으름과 안이함이 원인이지만 게으름과 안이함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 고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자리하기에 발생한 것이다.
<곰표 패팅 점퍼>
2. 채널의 실패
시장 최고가의 수입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모 회사의 마케터는 최근 뜨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에서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의 일반적인 가격 대비 적게는 다섯 배, 많게는 수십 배 비싼 브랜드이므로 고객군도 다소 연령이 높은 편이지만, 브랜드에 대한 선망이 있는 젊은 고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서 향후 고객화하기 위해 미리 라이브 커머스와 같은 채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제품을 론칭했고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방송했는데 실제 구매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방송 청취자는 많지만 주로 체리피커였고, 블로그 리뷰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을지 마저 다소 고민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라이브 커머스는 최신 커머스 트렌드로 주로 IT 트렌드에 밝은 젊은 층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라이브 커머스가 아무리 많은 물건을 팔아 치운다 해도 고객이 그곳에 있다는, 정해진 시간에 고객이 거기 가서 구매를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아무리 커머스 진행자가 감언이설로 설명을 하고 탐나는 사은품을 읊어댄다 해도, 그 시간에 고객이 접속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채널은 맞지 않는 채널인 것이다. 남들은 라이브 커머스로 매출확대 효과를 제대로 보는데 왜 우리 회사는 안 될까?
그렇다면 우리 고객이 과연 라이브 커머스를 볼 고객인지 확인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필요하다.
만약 향후 반드시 진출해야 할 채널이라 해도 지금은 그 비용으로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프로모션을 더 하는 것이 브랜드의 이미지나 시장에서의 위상에 도움이 됐을 수 있다.
남들이 대박을 치는 채널이니까, 우리 고객도 당연히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생소하고 어려운 채널로의 진입을 결정했다면 고객이 브랜드에 종속되어 있고 회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이고, 이는 전형적인 마케터의 오만에 해당한다.
고객은 자신이 항상 편하게 이용하고 익숙한 채널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채널에 제품이 들어가 있어도 그 채널이 대부분의 고객에게 노출되지 않거나 선호되지 않는다면 채널을 늘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
디지털은 가장 핫한 채널일 수 있지만 고객의 유형에 따라 가장 익숙하고 편한 채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마케팅만으로는 목표 시장에 충분히 깊이 침투할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그럴 수 없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채널이 도달하지 못하거나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은 시장과 고객에게는 전통적 매체와 채널이 필요하고 아직 그런 곳이 적지 않다.
아직도 중장년층에게는 전화와 문자, TV 광고가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고 고객 접촉율 100%에 가깝다는 증거가 나와도 자신이 집행한 SNS 상의 광고가 매출을 모두 발생시켰다고 믿는다.
더 큰 문제는 전통 미디어나, 고전적 방법을 여전히 선호하는 시장과 고객을 인정하는 경우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온리(Digital Only)나 오프라인 온리(Offline Only)가 아닌 원활한 옴니 채널(Omni channel) 경험을 원한다.
사용 가능한 모든 채널에서 고객이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하고 이벤트를 하든, 광고를 하든, 제품을 보여주든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작위성이 큰 통계상의 영향력 높은 미디어, 채널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이 제품정보를 얻는 곳, 문의를 하는 채널, 리뷰를 남기는 곳 등이 효과적인 미디어이고 채널이 된다.
모든 채널을 사용하여 매출 및 수익 목표를 달성하고 고객을 확보하게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려면 전통적인 미디어 또는 디지털 미디어를 적재적소에 구사하며 채널이 통합되어 관리되고 결과를 예측, 확보할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3.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40후반~60대의 고소득 기혼여성을 위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고객군은 주로 백화점을 이용하고, 아웃렛을 방문하더라도 프리미엄 아웃렛을 간다.
홈쇼핑은 명품 방송 시간을 보고, 백화점 매장의 매니저들이 보내는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매장에 들러 신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한다.
양한 SNS계정을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몇 번은 구경도 하고 계정을 만들어 주어 갖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기보다는 가끔 접속해 피드에 뜬 게시물을 보는 것이 전부다.
얼마 전 이 회사는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출시했고, 구매한 고객 중 소수를 선정해서 초대 이벤트를 하기로 한 마케터는 이벤트 참여 대상자들에게 모 SNS의 해당 브랜드 계정에 DM으로 RSVP를 남겨 달라고 문자를 보내고, 해당 SNS 내에 광고를 한다.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 많지 않은 참여 대상자 중 몇 명은 이벤트 문자 메시지를 너무 늦게 보아서 신청 기간을 넘겨 버렸고, 어떤 사람은 특정 SNS 사용이 서툴러 남편에게 부탁해 해당 계정의 이벤트 공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서 참여를 알렸다.
그러나 마케터는 DM이 오지 않으니 답이 없다고 판단, 댓글을 단 고객을 초청자 명단에서 빼 버렸다. 더 나아가 보조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 그 이후 일어난 일은 설명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을 했을까? 해당 마케터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SNS 서비스는 누구나 계정을 갖고 있고, 아무 문제없이 게시물 작성이나 DM 전송 등을 잘 사용할 것이라 단정해 버렸다.
중장년 고객층은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의 차이가 있어도 대체로 디지털마케팅의 사각에 있다. 마케터는 아마도 20~30대, 경력이 꽤 있다면 4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SNS 서비스는 삶의 주요 수단이고 관련한 용어도 익숙하고 인터랙션 방식도 익숙하다.
한 번도 앱이나 웹을 사용하면서 사용방법을 몰라서 사용을 못한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고객들도 그러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고 그 방법을 서슴지 않고 선택한 것이다.
마케팅의 맨 처음은 항상 타깃팅이다. 누가 우리 고객이 될 것인가 결정한 뒤 타깃 그룹에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선택하고 메시지를 만든다.
그런데 고객에 맞춘 것이 아니라 마케터가 알고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선택한다. 그러면 타깃팅을 할 이유가 없다. 결론을 내려놓고 그 타깃에 접근하는 방법은 소위 ‘답정너’ 다.
고객이 사야 할 이유 대신 팔아야 할 이유를 늘어놓아 질려서 매장을 떠나게 만들거나, 지루한 기술과 원리 설명을 읽다가 조용히 상세페이지를 떠나게 만드는 일은 놀랄 만큼 흔하고, 모두 답정너를 휘두르는 마케터의 오만으로 인한 안타까운 커뮤니케이션 실패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안다는 오만, ‘이거 하나면 되지!’ 라는 자신감에 찬 단정, 마케터의 오만이 천만 원에 가까운 제품을 산 고객이 반품을 하겠다고 나서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련의 정보 확보와 구매 관련 활동을 더 쉽게 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를 제대로 고민했다면 자신이 아는 방식을 정답으로 놓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케터의 오만’을 해결하는 두 가지 처방전
1. 실제 고객의 말과 행동의 데이터 모두 확보하기
실제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고객을 관찰하고 의견을 듣고 그 내용을 마케팅업무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
고객 중에서 일종의 자문단 역할을 해 줄 사람들을 선정해 제품서비스나 이벤트, 광고 메시지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은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이런 활동에 열린 마음을 가졌거나 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에 있지는 않다. 고객의 행동과 이야기를 알아낼 다양한 방법을 고객의 상황에 맞추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고객자문단 역할을 하는 그룹들이 있다.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활동하거나, 고객관리를 세밀하게 하는 곳은 전담직원들이 고객의 소리를 꼼꼼하게 듣고, 필요시 마케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자료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소위 VOC 리포트라는 것이 있다면 마케터로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자료이고, 없다면 회사에서 VOC를 받는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거기서 나온 통계자료나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을 가져다 마케팅 활동 속에서 조금씩 테스트 해 보는 것도 시장과 고객을 최신 상태로 이해하는 방법이 된다.
2. 데이터 뒤의 사람을 보는 개인화
고객의 80%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인지 단계부터 구매 후 사용과 충성도가 쌓여가는 고객 여정 전반에 걸쳐 경험을 개인화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을 숫자가 아닌 피와 살이 있고, 감정이 있는 실제 사람으로 보고 인터랙션 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숫자의 위력은 놀랄 만큼 강해서, 그 어떤 정성적 호소도 숫자가 주는 파워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에 매몰되어 평균치에 맞춘 숫자로 고객을 보게 되는 경향이 점점 커지면서 실제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사람을 간과하고 로직으로만 완성되는 기계적 고객 여정을 그려 내어 적용하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이는 일견 아무 문제가 없는, 데이터에 기반한 완벽한 고객 여정이고 그에 따른 마케팅 실행계획들이 잘 안배되어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브랜드 경험을 주게 된다.
우리가 고객군이라고 아울러 부르는 수많은 사람들도 각기 다른 니즈와 욕구를 갖고 있고, 인터랙션 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photo pixabay>
모두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계획이나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고객군이라는 객관적인 호칭으로 범주화된 무수한 사람들에게 일정 정도 규격화된 프로세스와 방식을 요구하는 일은 매스마케팅을 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떻게 우리 고객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이들을 묶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결국 각각의 니즈와 욕구가 다양하지만 그걸 해결해 주는 제품서비스를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와 욕구의 숫자 대비 우리의 제품서비스 숫자는 훨씬 적다. 그럼에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한 제품서비스도 고객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프로세스나 방법에서 개인화가 불가능할까? 모든 단계, 접점을 고객마다 다 유니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개인화가 아니라고 본다.
고객이 자신에게 맞다고 느끼는 것이 진짜 개인화다. 100개의 솔루션과 1,000개의 제품을 갖고 있어도 만족시킬 수 없을 수 있지만 단 몇 개의 유형으로도 고객의 니즈를 다 만족시킬 수도 있다.
결국 어떻게 인지되게 만드느냐의 문제다. 고객이 필요하고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마찰이나 불편 없이 갖도록 하는 것에서 약간 더 나아가, 특정한 여정의 부분에서 훨씬 사적이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인터랙션의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이는 고객의 구매 여정을 더 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확실히 매출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오만을 떨치고 겸손함으로 성공하기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은 자신의 기대가 충족된다고 생각되는 긍정적 경험 후에 평소대비 140% 더 지출을 한다.
기업들은 고객의 기대와 실제 경험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전선의 맨 앞에는 오만하지 않는 마케터가 있어야 한다.
지금껏 알고 있던 진실이 내일도 진실인지, 진실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노력은 백 번을 기울여도 아깝지 않다.
또한 고객이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더 많은 것을 찾아내서 앎과 모름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겸손한 마케팅은 고객과 회사, 마케터 본인을 모두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
경력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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