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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야기/구아정

유행이 아닌 스토리가 된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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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아정 브랜드 기획자 (ahjung.gu@gmail.com) | 작성일 2020년 12월 2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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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철학부터 가치, 콘셉트

그리고 타깃까지 목표 명확해야​

올해를 요약해보자면 ‘협업’이 아닐까? 제품과 인물 가릴 것 없이, 심지어 세개 이상의 브랜드가 만나 협업을 이루었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협업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루하다’, ‘이제 그만’이라는 소비자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은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협업을 원한다. 기업의 첫 번째 목적은 대개 ‘뉴스’가 되는 것이다. 

 

기사에서, 소비자의 SNS에서 한 번이라도 거론이 된다면 이것만큼 바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성과지표로 삼기도 좋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만큼 일시적 유행보다는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 분명 더 의미 있을 것이다. 모두가 하는 협업을 남과 다른 우리만의 협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 동종 업계 브랜드와 친구가 되자

협업의 역사에서 H&M을 빼놓을 수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행을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가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은 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와의 협업이었다. 칼 라거펠트, 랑방 등 세계 패션 시장을 이끄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소비자는 물론 패션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게다 가격은 더 놀라웠다. H&M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고 디자이너의 브랜드에서 또한 볼 수 없던 가격이었다. 사람들은 밤 새 줄을 서서 득템했고, 전문 리셀러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자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협업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자 목표일 것이다. H&M처럼 유행에는 빠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가 매스티지 이상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와 손을 잡고 서로 윈-윈(win-win) 전략을 펼치면 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후자는 더 폭넓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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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X질샌더>

 

휠라와 10꼬르소꼬모,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협업은 동종 업계이지만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고 확장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협업으로 남았다. 나이키와 슈프림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보면 서로 경쟁사라 생각하기 쉽지만, 서로의 마니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 모두 윈-윈 할 수 있었던 전략적 협업이었다. 

 

협업 대상을 찾는다면 일단 나의 이웃을 살펴보자. 경쟁사일 수도 있지만, 소비 관점에서는 훌륭한 친구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고객의 소비 포트폴리오 안에 함께 묶여 있다면 무조건 같이 해볼 만하다. 

 

2. 브랜드 혹은 카테고리 관련도가 낮은 브랜드를 끌어오자

동종 업계가 경쟁관계라 고민된다면 아예 먼 이웃을 살펴보자. 삼성 갤럭시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톰 브라운과 조셉앤스테이시와 함께한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 물론 전자기기와 패션과의 협업은 삼성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MZ세대가 열망하는 ‘톰 브라운’ 그리고 선호하는 ‘조셉앤스테이시’와의 협업은 삼성이 지향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MZ세대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카테고리 간의 사이가 멀면 멀수록 신선한 협업이 된다. 전통의 소주 ‘진로’가 무신사와 손을 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진로는 타깃이 전혀 겹치지 않을 무신사를 통해 의류를 발매하며 MZ세대에게 화제가 되었다. 진로는 무신사에 이어 ‘커버낫’과 또 한 번의 협업 의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협업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면서도 너도나도 따라 하는 ‘카피캣(COPY-CAT)’ 경쟁으로 금방 잊혀진다는 단점도 있다. 진로의 협업 이후 수많은 식품 브랜드가 ‘레트로’ 트렌드를 겨냥하며 협업을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MZ세대에게 신선함을 오래도록 주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3. 고객의 취향을 고려하자

오래가는 협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행이 아닌, ‘소비자’를 살펴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소비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더 깊이 살펴보는 것이다. 고객이 자사 브랜드를 SNS에 인증할 때 우리 브랜드 외에 무엇과 함께 놓여 있는가? 브랜드, 물건 등 사진에서 혹은 해시태그로 함께 언급되고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이는 함께 협업해도 좋은 것으로 검증을 마친 셈이다. 이처럼 고객의 취향 속에서 함께 묶이고 소비되는 브랜드와 함께 한다면 타깃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다.

 

단순히 눈요깃거리가 아닌 ‘심(心) 스틸러’가 되는 것이다. 이때 상품·인물을 가리지 않고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협업의 흐름을 제대로 이끌어낸 휠라는 유튜버 게이머 손잡아 MZ세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흔들었고 스파오는 펭수, 싹쓰리 등의 캐릭터·인물과의 협업을 이루며 ‘협업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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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오X해리포터>

 

스파오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벌써 5년 째 사랑받고 있는데, 이는 스파오의 철저한 소비자 조사 덕이다. 스파오는 해덕(해리포터 덕후)들의 취향을 제대로 간파하기 위해 해리포터 커뮤니티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상품의 형태부터 디자인 등 해덕들이 원하는 상품은 무엇인지 미리 살펴보고 그들의 취향과 원하는 바를 그대로 구현했다. 그리고 해덕들은 스파오X해리포터 협업을 기다렸다. 스파오는 설문조사로 사전 홍보까지 이룬 셈이다. 

 

기업은 협업의 주 타깃인 MZ세대를 떠올리며 그저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나 색다른 것이면 될 거라 생각하기 쉽다. 레트로가 유행이니 브랜드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고, 캠핑이 유행이니 캠핑 굿즈를 만든다. 하지만 MZ라고 취향이 다 같지 않다. 오히려 레트로 안에 무수히 많은 취향이 존재하고, 등산과 캠핑이 유행한다 해서 모두가 그것을 취미로 삼지 않는다. 우리가 목표로 삼은 타깃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취향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트렌드 키워드가 아닌, 소비자로부터 시작해야 의미 있는 협업이 완성된다.

 

4. 브랜드의 ‘감성’을 나누자

이는 특히 이종 업계와의 협업을 진행할 때 효과적이다. 우리보다 잘하는 브랜드도 분명 많을 것이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브랜드도 많다. 당연히 지금 당장 잘 나가는 브랜드와 손잡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하기만 하면 될까? 협업은 물성의 가치보다는 ‘감성’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비자가 받을 감동의 크기가 다르다. 

 

협업을 꾸준히 잘하는 브랜드 중에는 ‘이니스프리’가 있다. 이니스프리 역시 3~4년 전부터 ‘휠라’, ‘이달의 소녀’처럼 고객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나 인물과 함께 재미있고 톡톡 튀는 협업 굿즈를 만들어 냈다. 이니스프리는 헤어·보디 라인도 있어 호텔과도 협업을 종종 진행해 왔는데,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와의 협업은 기존과는 다른 감성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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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에서는 리필용기와 리필 상품으로 구성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re-stay’를 출시하며 이 감성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공간으로 ‘관점 있는 큐레이션으로 공간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테이폴리오’를 선택한 것이다.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모은 숙박시설이 있는 스테이폴리오는 프리미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공간들이 모여 있다.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테이폴리오를 믿고, 처음 보는 곳일지라도 예약한다.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라인인 ‘re-stay’ 역시 기존 라인과는 다른 ‘프리미엄’한 감성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지역 재생’을 실행하고 있는 스테이폴리오와 함께 ‘re-stay’의 ‘재생 가치’라는 미션까지도 소비자에게 제안한다. 

 

이처럼 제품과 제품의 협업이지만, 그것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것은 물성으로부터 오는 가치가 아닌, ‘감성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때 협업은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물건의 협업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감성의 협업은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브랜드의 가치를 명확히 하자

협업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상대 브랜드에 대해서는 열심히 조사하지만 정작 자사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독특함과 새로움을 주기 위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를 선택한다. 이럴 경우 더욱이 상대 브랜드와의 접점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브랜드의 코어, 핵심가치를 명확히 하고 출발하면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 그리고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프릳츠 커피 컴퍼니는 아비브와 협업해 핸드크림을 출시했다. 왜 하필 핸드크림이었을까? 이는 프릳츠에서 전개하는 ‘아트 협업’의 연장선으로, 퍼퓸 핸드크림으로 유명한 아비브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한 가지 라인은 ‘무향’이란 점이 신선했다. 퍼퓸 핸드크림 브랜드와 함께 하면서 ‘무향’을 만들어 낸 이유는 ‘바리스타’나 ‘아티스트’와 같은 프로페셔널들을 위한 것이었다.

 

프릳츠 커피의 미션은 ‘커피와 빵으로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고객 이전에 직원의 행복을 고민하며 실현하는 회사이다. 그런 프릳츠가 핸드크림을 만들 때에도 단순히 소비자 판매용이 아닌, 함께하는 내부 직원을 위한 것까지 잊지 않고 세심하게 챙긴 것이다. 손을 많이 쓰고, 물에 자주 닿는 직업 특성상 건조하기 쉬운 작업 환경에 있는 이들을 위한 ‘무향’ 핸드크림을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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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로우X나사.>

 

로우로우는 나사와 협업을 했다. 왜 하필 나사였을까? 일상을 탐험하는 이들을 위해 트립 웨어를 만드는 로우로우는 지구에서 달까지 필요한 가방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나사의 로고와 미션 패치 등 우주 관련 아카이브를 보유한 ISA(International Space Archive) 기관의 승인을 얻어 달 여행을 위한 가방, ‘PROJECT 238,855 MILES’를 만들게 됐다.

 

이처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미션에서 출발해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립하고 구체화하면 어떤 브랜드와 어떤 협업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때로는 유행하는 브랜드와 손을 잡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 근간에도 역시 ‘우리가 왜 이 브랜드와 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패션 브랜드니깐 ‘의류 잡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협업을 위한 협업이 아닌, 고객을 위한 협업을 만들자

협업은 브랜드 가치 확장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일 뿐, 그 가치까지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을 할 때, 남들 따라 유행 따라 하는 것 보다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실행해야 한다. 브랜드의 철학부터 가치, 콘셉트, 그리고 협업의 타깃이 누구인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잡혀 있어야만 우리 브랜드가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다. 

 

협업을 위한 협업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위한 협업을 할 때 소비자는 오래도록 기억 할 것이다. 협업으로 인해 기존의 고객이 ‘남의 것’ 이라고 느낀 순간, 그들은 떠나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관계를 새로운 고객과 구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행도, 이슈몰이도 좋지만 협업으로 인해 고객이 이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가오는 2021년, 또 어떤 협업이 쏟아질 지 벌써 궁금하다. 소비자로서 브랜드가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것은 늘 기다려지고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하지만 일회성 소비로 휘발되는 협업보다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협업이 더 많이 선보이기를 기대 해본다. ​ 

경력사항

  • 현) 프리랜서 브랜드 기획자 & 에디터
  • 전)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쉐어하우스' 기획매니저
  • 전) 브랜딩&컨셉전문회사 '컨셉추얼' 컨셉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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