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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왜 리세일을 방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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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한성 채널톡 이사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9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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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왜 리세일을 방관할까?
 

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전세계적인 롤렉스 스포츠 스틸 시계의 품귀현상, 오데마피게의 신분 상승, 파텍필립의 배짱장사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요즘은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롤렉스의 스포츠 스틸 모델 구매를 위해 매장에 많이 방문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는 간단하다. 리세일에 의한 차익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별로 예를 들면 리세일가 1,450만원의 롤렉스 데이토나 세라믹 베젤 흰판의 경우 인기가 절정일 때 리세일가가 3,000만원까지 상승하였고, 자타공인 최고의 시계 브랜드인 파텍필립의 스틸모델인 노틸러스 5711의 경우 4,300만원의 리세일가가 1억원에 육박했다. 중고로도 잘 팔리지 않던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 역시 발매가 기준 1.5~2배의 리세일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흠집이 생기지 않는 모델의 등장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사실 이전에도 롤렉스 서브마리너 특정 모델에서 프리미엄이 없었던 것 아니지만 대부분의 스틸 모델의 문제점은 시계 베젤에 흠집이 많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새것과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기에 당연히 중고 제품에 대해서는 20% 이상의 감가율이 발생하였고 이는 시장에서 당연한 이치였다.

 

소비재인 시계에 서울의 부동산과 같이 프리미엄을 폭발적으로 붙여주는 일이 2016년 3월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바젤 월드에서 일어난다. 롤렉스가 데이토나 스틸 베젤에서 흠집이 전혀 생기지 않는 세라믹 베젤 모델을 출시한 것이다. 

 

당연히 구모델은 가격 폭락을 맞게 되고 동년 8월에 세라믹 베젤의 데이토나 일명 세라토나 1호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정 기간 웨이팅을 하면 해당 제품을 리테일가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당연히 빨리빨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었고 몇몇 시계 업자들이 당시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비난은 쇄도했지만 결국 실수요자들은 웨이팅 시간과 재화의 교환을 아까워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100만원이던 프리미엄이 200만원, 300만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선착순 형식의 판매 정책

여기에 2017년 프리미엄 상승에 기름을 부어주는 정책이 롤렉스에서 발표된다. 바로 웨이팅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 즉 인기 모델의 정가 구매를 위해 시간만 쓰면 되었던 웨이팅이 불가능해지고 불시에 시계가 들어오고 진열된 시계를 먼저 사가는 선착순 형식의 판매로 변경되면서 롤렉스의 세라믹 베젤 스틸 모델들의 가격은 더 높은 곳으로 떠나버렸다. 

 

롤렉스는 이후에 서브마리너 등의 인기 모델에도 베젤을 세라믹으로 변경하였고 이로 인한 브랜딩 상승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나이키의 조던과 같이 일부 소수 마니아들의 모델에서 일반 대중이 구매를 원하는 프리미엄 모델로 인식된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리세일 밸류로부터 기인한 것이지만 말이다.

 

품귀 현상과 리테일가 상승

롤렉스의 리세일 밸류 상승은 롤렉스 상위 브랜드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당연히 3,000만원에 롤렉스 스틸을 사느니 상위 브랜드 스틸 모델을 고려하는 구매자가 많아졌고 이 브랜드들 역시 해당 효과를 누리기 위해 노골적으로 스틸 모델 수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롤렉스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고 인터넷으로 언제든 정보 수집 및 취합이 가능한 이 시대에서는 해당 정보가 커뮤니티에 알려지고 다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더 많은 차익 실현을 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더 길어진 대기열이 만들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왜 리세일을 방관할까?

<파텍필립>

 

이로 인해 일부 마니아들만 인지하고 있던 파텍필립의 브랜드가 시계에 관심이 없던 대중들에게도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나 알려졌는지에 대한 사례를 하나 꼽자면 2017년 한국 파텍필립도 웨이팅을 없앴는데 당시에도 현재도 가장 인기 모델인 파텍필립 노틸러스 5711 모델의 마지막 대기자는 60년이 지나야 해당 모델 수령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품귀 현상으로 인해 극소수 마니아 브랜드였던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거듭났으며, 리테일가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를 통해 랑에 운트 죄네, 바쉐론 콘스탄틴의 브랜드들도 해당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부지런히 신규 스틸 모델들을 출시하고 가격과 수량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전통의 사치재인 시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미 필자가 언급한 나이키의 경우 대중 브랜드이면서도 럭셔리 프리미엄 제품을 갖고 있으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에서도 해당 전략을 사용한다. 

 

2억 원대 후반의 람보르기니 SUV 우르스의 경우 국내 계약 개시일 당일 200대가 넘는 계약에 입고 수량 제한으로 인해 주행거리 10,000km 미만의 중고 모델이 2~3,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페라리나 포르쉐의 한정 모델 역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2~3년 후 리세일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장 효율적인 브랜딩 방법

이는 사람의 조바심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보이지만 해당 마케팅이 가능한 기반을 본다면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의 니즈를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람보르기니의 SUV 우르스의 경우 2억 원대 후반의 높은 가격대이지만 비슷한 성능과 브랜딩을 가지고 있는 다른 SUV 차량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서 출시가 되었고, 중고가에 2~3,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더하더라도 타 모델 대비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1,500만원의 시계를 데일리로 차는 집단에서는 해당 시계의 아름다움은 좋아하지만 사용감으로 인해 떨어지는 가치에 아쉬움이 컸는데, 롤렉스는 미세 공정이 어려운 세라믹으로 구현함으로써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것이다. 롤렉스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상위 브랜드로서 충분한 브랜딩 효과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은 마케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소비자층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실질 고객층을 위한 브랜딩만을 유지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신규 고객층 유입에 실패해 파산하고 대중 브랜드들에게 인수된 케이스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독자 생존한 상위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세일을 방관하는 정책이 오히려 적은 돈을 들여 대중에게 해당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경력사항

  • 現)조이코퍼레이션 영업이사
  • 前)(유)나이키 코리아 DTC Staff
  • 前)에스앤케이 에듀케이션 공동창업자
  • 前)메릴린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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