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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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Co-Founder… (fpost@fpost.co.kr) 작성일 2020년 06월 08일 URL 복사본문
1982년 발표된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있다. 이 노래의 가사 때문이겠지만 10월 31일만 되면 여전히 라디오에선 이 노래가 나온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통 이런 경우에 ‘뇌리에 박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모든 이들이 자기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잊혀진 계절>처럼 소비자의 상황이나 조건에 맞게 인지되거나 기억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사그라진다. 하지만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은 한계가 있으니 이미지나 메시지를 자극적으로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1. 세월이 흘러도 만고불변의 진리는 있다
미국의 롤랜드 홀이 1920년 발표한 내용 중에 광고효과의 심리적 단계를 정리했는데 AIDMA, 즉 사람이 정보에 노출되고 행동에 이르기까지를 인지(attention), 흥미(interest), 욕망 (desire), 기억(memory), 행동(action)의 순서로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물론 시대가 흐르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면서 일본의 광고회사 덴쯔는 AISAS(Attention(인지)→Interest(흥미)→Search(검색)→Action(행동)→Share(공유)의 순서로 움직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변하지 않는 2가지의 순서가 있으니 인지(attention)와 흥미(interest)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면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고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런 법칙에서 나온 것이 바로 광고다. 문제는 광고라는 것이 돈이 참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온갖 프로모션을 하는데 상품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까지 오면 광고 투자대비 효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노출을 줄이게 된다.
게다가 과거 화려한 광고의 대장주였던 TV CF는 광고 효과 측정이 어렵고 점점 디지털 광고에 자리를 빼앗기면서 대량 노출보다는 타겟팅된 노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광고비 지출이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즈니스 영위자들은 어떻게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할까?
2. 비즈니스 영역에서 잊혀질 권리란 없다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는 주지 않는다’라는 오야 소이치라는 일본 평론가의 말처럼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간과하는 것들이 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노출에 소홀해 진다는 것이다. 잘 팔리던 상품들도 어느 순간 소비자들에게 노출을 멈춘다. 어느 정도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어갔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하다.
‘별이 5개’라고 부르짖던 장수돌침대 광고는 요즘 보기 힘들다. ‘남자에게 좋은데 설명할 길이 없네’ 하던 식품회사 광고도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광고를 하지 않아도 유통 채널 곳곳에서 혹은 온라인 광고를 통해 개인화된 광고를 하고는 있겠고 매스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인지도로 다른 방식의 노출이나 판매를 한다. 이는 일정 정도의 인지도를 쌓았으니 이제는 좀 더 효율에 포커스를 두어 수익을 높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반대로 끊임없이 TV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품을 노출하던 브랜드들도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를 외치던 침대회사는 여전히 박보검 이라는 톱모델을 기용해 노출하고 있고 우연이지만 같은 모델을 쓰는 코카콜라도 꾸준하게 여러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꾸준한 노출로 TOM(Top of Mind)를 만들어 구매의사를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가져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돈이 계속해서 많이 든다는 약점은 있지만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소비자 인지도를 통한 신뢰감 향상이나 구매의사를 높인다.
두 가지 전략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초기 시장진입이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매스 광고를 하다가 줄이는 방법은 신상품이나 신생기업에게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주어 일정시점이 지나면 수익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일정 시점 이후에 광고를 줄이거나 없애면 소비자 인식에서 조금씩 사라져 어느 순간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대로 꾸준히 노출을 계속하는 경우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고 고객의 인지도를 일정 수준으로 가져가는 장점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여유가 있다면 꾸준한 노출을 해주면 좋겠지만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고 시장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정시점 이후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소비자의 선택지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프로스펙스의 광고가 회자가 되고 있다. 코로나시대와 맞물려 더욱 힘을 받고 있는데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복싱선수 김광선과 배우 성훈이 나와 ‘잘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는 광고 덕분에 매출이 오르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소비재라는 특성이 유행을 많이 타고 경쟁자들도 많은 시장이라 조금만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질 틈이 보이면 잊혀지고 만다. 기업들이 제일 좋아하는 상황이 나쁜 소식은 빨리 잊혀지는 것이고 좋은 소식이나 제품 광고는 오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소식은 오래가고 제품이나 좋은 소식은 금세 잊힌다. 온라인 세상이 생기면서 개인의 정보나 사생활 이슈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온라인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되어 ‘잊혀질 권리’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에게 이런 잊혀질 권리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어쩌면 ‘잊히지 않을 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할지도 모르겠다.
무플보다는 악플이라는 심정이지 않을까? 상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좋은 이슈나 나쁜 이슈 모두 기업의 역사이자 정체성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잊기도 하지만 어디선가는 계속 찾아내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선 이런 시장의 생리와 인지상정을 고민하고 신중해야 한다.
3. 잊혀지지 않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1) 라이프 사이클에 기반한 꾸준한 실행 전략
아기가 태어났다고 돌잔치를 하고 여기저기 알리듯이 새로운 비즈니스나 상품은 사방에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자원이 부족해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대한 멀리 알리려는 노력은 모두가 한다. 다만 무작정 많은 자원을 쓴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매출이 늘지는 않기 때문에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발맞춰 꾸준하게 소비자의 인식에 자리 잡기 위한 노출 전략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
무신사, 글로우픽, 마켓컬리의 공통점이 있다. 온라인 기반의 카테고리 킬러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 브랜드들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TV광고를 하고 있다. TV가 여전히 타깃을 넓히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효한 채널이라는 증거다. 이 회사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객을 맞아야 하고 인지도도 그만큼 높여야 하는데 이를 해결해줄 채널은 여전히 TV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MZ세대들이 TV를 점점 안 본다고는 하나 TV에 나오는 광고도 이제는 콘텐츠의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이슈를 만들기에는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그렇다고 많은 비용이 드는 비싼 매체를 계속 이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잊혀지기 전에 움직이라는 뜻이다.
(2) 밋밋해서는 주목받지 못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
모든 광고들이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상품이 잘 팔릴 수 없듯이 수많은 메시지들 속에서 살아남는 것들도 한정적이다. 때문에 돈을 쓰자고 마음먹었으면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좀 더 크리에이티브에 강한 에이전시와 작업을 하든가 못 찾겠다면 인하우스에서 크리에이티브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 가장 핫한 CF중에 하나가 바디프랜드의 정수기 광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안마기도 BTS로 인해 이목을 끌었지만 테크노여전사 이정현의 노래로 만든 정수기 광고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뉴트로에 맞는 기획을 했는데 광고주 쪽에서 내놓은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하니 앞으로 에이전시들 일하기 더욱 힘들어 질것 같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광고를 하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이 빅모델을 써야 한다. 빅모델은 확실하게 주목을 끌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빅모델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의적절하면서 상품이나 브랜드에 어울리는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빅모델을 쓰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머리 속에 들어가건 밋밋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밋밋하다는 말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매우 단순해서 기억하지 못할 메시지를 던지면 그냥 잊혀지는 것은 진리임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3) 전후방 효과를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정과 장치와 노력들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CF하나만 잘 만들어도 회자가 되기 쉬웠지만 메시지 홍수의 시대에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매스 커뮤니케이션만을 고려한 콘텐츠제작과 매체활용은 비효율적이다. 많은 이해관계자와 소비자를 적절히 참여시켜 꾸준히 이슈몰이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홍수에서 방주를 탈 수 있다.
버거킹은 최근 선보인 광고에서 2019년 촬영했던 모든 광고 속 와퍼 뒤에 경쟁사 맥도날드의 빅맥이 있었다고 비밀을 폭로했다. 이 광고는 온라인에서 회자되면서 전세계로 퍼졌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에서 인기있는 ‘4딸라’의 주인공 김영철 씨나 타짜 곽철용을 연기한 김응수 씨 등을 모델로 기용해 전후방 이슈를 만들어 냈다.
또한 엘리베이터 TV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의 기억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매스광고라는 말도 어색하다. 전채널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전방위적 커뮤니케이션 활용 전략이 기획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도 수시로 바뀌고 메시지를 제작해주는 에이전시는 더욱 수시로 바뀌고 소비자의 입맛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그보다 빠르게 아이템을 정하고 스토리를 짜고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메시지의 홍수에서 소비자에게 꾸준히 기억되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포기하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불철주야 고민하고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항상 기억하기를 바란다.
경력사항
- 현 (주)디트리스, (주)코네이스 CEO/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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