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템즈 강변은 물론 유서 깊은 세인트 폴(St. Paul) 대성당과 도시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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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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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숙 한국VM연구회부회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4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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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템즈 강변은 물론 유서 깊은 세인트 폴(St. Paul) 대성당과 도시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축하하며 건설한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면, 중앙에 솟은 굴뚝이 인상적인 직사각형의 건물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버려진 뱅크 사이드 화력발전소가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시기는 2000년이다. 1947년에 만든 화력발전소는 1981년에 기능을 멈춘 후부터 뚜렷한 계획 없이 방치된 상태였다. 이때 작은 미술관이었던 테이트 갤러리는 공간에 비해 많은 작품 수와 방문자를 수용하기 어려웠기에,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위해 화력 발전소를 미술관 부지로 확정하고 국제 현상공모를 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건축가 렘 콜하스, 안도 다다오 등 유명 건축가들이 흉물이 된 발전소를 새로운 미술관의 풍경으로 바꿔줄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들을 제치고 선정된 건축가는 스위스 젊은 건축가 듀오인 ‘헤르조그 & 드 뫼론(Herzog & de Meuron)’이었다. 그들이 당선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템즈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테이트 모던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공존이라는 철학을 보여준다. 세인트 폴 대성당을 중심으로 런던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은 60년 동안 이어졌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세인트 폴 대성당과 마주한 위치에 런던 시민과 기업들에게 전기 공급을 하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세웠는데 이것이 테이트 모던의 모태이다. 

 

당시 화력발전소를 디자인한 건축가는 런던의 상징인 빨간 공중전화박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코트(Giles Gildert Scott)’이다. 그는 세인트 폴 대성당 돔과 도시경관에 저해하지 않도록 대성당 돔의 높이와 모습을 고려해 디자인된 99m 높이의 굴뚝을 한가운데 세웠고 4,000만 개의 벽돌을 건축에 사용했다. 

 

이후 스위스 젊은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론이 프로젝트에 당선된 이유는 건물 상부에 불투명 박스 형태를 증축하는 방식을 통해 거대한 굴뚝과 세로로 길게 배치된 창문 등 기념비적인 화력발전소의 원형을 그대로 보전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중앙에 솟은 굴뚝이 인상적인 직사각형의 건물‘테이트 모던’.>

  

또한 그들의 설계가 20세기 ‘산업의 대성당’이라 불리는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코트의 화력 발전소 디자인의 근간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이다. 직접 미술관 외관과 내부를 둘러보면 리모델링 과정에서 심미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보존하고 살려 미술관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요소로 재창조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테이트 모던 개장 후 이듬해 헤르조그 & 드 뫼론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도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프리츠커 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를 단절하지 않고 화력발전소를 최대한 보전하며 지속 가능성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화력발전소는 템즈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했고 지역 사회와의 강력한 연계를 구축했으며, 지역 및 도시 사이의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현대 미술 박물관의 새로운 모델을 확립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독창적인 공간

테이트 모던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듯 우뚝 솟은 굴뚝과 벽돌건물을 중심으로 주변경관이 미술관을 한층 멋스럽게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주는 외관과 다르게 테이트 모던 내부는 탁 트인 공간이 매력적이다. 

 

전시 공간은 여느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고 관람은 무료다. 이 무료 관람이 테이트 모던의 촉진제 중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시대, 사조, 경향에 따른 기본적인 큐레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풍경(사건·환경), 정물(오브제·일상), 누드(행위·몸), 역사(기억·사회) 등 총 4가지 주제로 전시 구성을 차별화하여 현대미술의 새로운 허브로 도약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게 영국의 대표 미술관으로 도약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여러 독창적인 공간을 품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주는 외관과 다르게 테이트 모던 내부는 탁 트인 공간이 매력적이다.>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 및 놀이터가 되다

테이트 모던의 핵심 공간은 서쪽의 주출입구인 터빈 홀(Turbine Hall)이다. 경사로가 놓인 터빈 홀은 다른 미술관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대규모 조각 전시나 설치 예술을 진행할 수 있는 광대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매 시즌마다 미술을 통해, 직접적인 관객체험을 유도하는 참여공간을 시도하고 제안하며 지역 주민과 관객들의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템즈 강변을 따라온 사람들이 서쪽 출입구를 통해서 터빈 홀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니 이것이야 말로 강변로의 연장인 셈이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경사진 터빈 홀에서 구르고,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가 하며, 소풍 온 듯 간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는 기존 화력발전소가 지니고 있던 구조였기에 가능했다. 그 공간을 주민과 방문객에게 온전히 내준 점이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세계적으로 상징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한 모범사례라고 손꼽히는 이유다.

 

또 다른 매력, 스위치 하우스

테이트 모던의 다음 단계 진화는 스위치 하우스(Switch House)이다. 2016년 헤르조그 & 드 뫼론이 다시 한 번 참여해 전시관을 확장했다. 10층 높이의 이 타워는 격자 모양의 벽돌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기존 발전소의 벽돌 건물과 굴뚝을 최대한 일치시켜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스위치 하우스.>

 

스위치 하우스는 발전소의 보일러가 있던 지하 탱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각 탱크 공간에는 현재 라이브 아트, 설치 및 영상 전용 박물관이 있다. 3층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갤러리와 학습 공간, 상점, 레스토랑 및 바와 함께 런던을 360도 파노라마 전망으로 볼 수 있는 공용 테라스를 배치함으로써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박물관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영역을 확장했다.

 

미술관의 상점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으로 미술품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 전시관련 서적이나 작가의 일러스트 및 굿즈를 접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와 전용숍으로 연결된다. 테이트 모던 역시 몇 개의 상점이 있는데 기프트 상품이나 전시 관련용품 위주의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다. 특히 1층 테라스 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방대한 예술관련 전문서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아동 도서와 미술용품, 디자인 문구들 그리고 테이트 브랜드 상품까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발전소가 된 ‘런던 테이트 모던’

<아트 스토어.>

  

그것만이 아니다.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의 제품인 보석류와 인쇄물, 데이트 모던과의 협력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독창적인 상품들은 개인적으로 갤러리 작품보다 더 눈길을 끌며 관심이 가니, 테이트 모던 아트 스토어는 전시관 못지않은 제 2전시관과 같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게 배려한 넓은 동선과 어른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집기 높이와 구성 등을 통해 테이트 모던의 세심한 배려도 느낄 수 있다. 

 

다른 층에서는 특별한 가정용품 및 디자인을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는 테이트 에디트(Tate Edit) 상점과 캐릭터 중심의 리버숍 등 다른 콘셉트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화력 발전소에서 문화 발전소가 되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 방문했던 테이트 모던은 오전부터 방문객으로 붐볐다. 2000년 5월 개장 이래로 5천만 명이 방문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런던의 랜드마크가 됐고, 영국의 3대 관광 명소 중 하나가 됐으며, 매년 런던에 약 1억 파운드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주기도 한다. 

 

이처럼 테이트 모던의 재생사업은 지역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구축하는 역할은 물론 도시와 국가의 문화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테이트 모던은 본래의 건축 외관과 의미 있는 내부 건축요소들을 그대로 보전하는 동시에 공간을 재창조함으로써, 전기를 공급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문화를 발신하는 미술관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 

경력사항

  • 現) 한국VM연구회 대표이사
  • 前) 롯데면세점, 동화면세점 VM 디렉터
  • 前) 에르메스 코리아 VM 디렉터
  • 前) 롯데백화점 VM 연출 실장
  • 구찌, 샤넬 VM 기획 연출
  • 롯데마트, LG유플러스 등 자문
  • 마이 워너비 스타일링 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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