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한나의 'Fenty'가 패션계에 던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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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아름 패션칼럼니스트 (fpost@fpost.co.kr) 작성일 2019년 05월 27일 URL 복사본문
<리한나 화보>
이미 연초부터 리한나와 LVMH의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 론칭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드디어 이달 초 LVMH와 리한나가 공식적으로 패션 하우스 Fenty(펜티)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성복 뿐 아니라 슈즈, 선글라스, 주얼리 등 전반적인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패션 하우스로 론칭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리한나의 Fenty’는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리한나는 LVMH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그 동안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는 대부분 백인 남성이 차지해 왔다.
이에 LVMH는 최근 몇 년 동안 성별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 ‘디올(Dior)’과 2017년 ‘지방시(Givenchy)’에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임명했다. 또한 버질 아블로를 2018년 ‘루이비통’ 남성복의 첫 흑인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지명하면서 다양성을 확대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체 럭셔리 업계를 보더라도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을 제외하면 유색인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구찌’ ‘돌체앤가바나’ ‘프라다’ 등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인종차별적 제품, 광고 등도 이러한 다양성의 불균형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리한나는 기존 패션하우스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로 새로운 패션 하우스를 만든 것이다.
LVMH에서는 1987년 크리스찬 라끄르와 이후 신규 패션 하우스 론칭은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여러모로 럭셔리 패션 업계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다.
셀레브리티 영향력 증가
셀레브리티와 브랜드의 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 다만 이 전에는 브랜드 앰버서더, 광고촬영, 이벤트 참석, 또는 셀레나고메즈와 코치의 협업처럼 한 컬렉션 정도 디자인에 참여하는 일회성 콜라보레이션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식에 더 집중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셀레브리티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등 다양한 역할로 패션 기업과 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나아가 이번 리한나의 경우처럼 브랜드 론칭 시점부터 전체적인 디렉팅을 맡고 일정부분 소유권을 가지는 형태로 발전되어가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셀레브리티들은 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협업에서도 더 많은 통제력을 발휘하게 됐다.
또한 자신의 뷰티라인을 통해 20대에 백만장자가 된 카일리 제너를 보면서, 사람들은 셀레브리티가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 홍보해 주는 것보다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비욘세의 아이비파크
그녀는 탑샵(아카디아 그룹)과 제휴해 2016년 애슬레저 브랜드 ‘아이비 파크(Ivy Park)’를 론칭했다. 하지만 아카디아의 필립 그린 회장이 2018년 성폭력, 인종학대 혐의를 받은 후 그녀는 아카디아의 지분 50%를 매각하고 협력 관계를 정리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새로운 파트너인 아디다스와 손잡고 ‘아이비 파크’를 다시 론칭하기로 한다. 아디다스와 제휴에서 비욘세는 ‘아이비 파크’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
게다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서 아디다스의 새로운 시그니처 풋웨어와 의류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비욘세는 한 인터뷰에서 “아디다스와 ‘아이비 파크’는 동반자 관계이다. 아디다스는 창의력의 경계를 확장시켜 나가는데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왔다. 우리는 창의력, 성장, 사회적 책임을 사업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철학을 공유한다. 아디다스와 함께 세계적인 규모로 ‘아이비 파크’를 다시 시작하고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트 허드슨 페블레틱스
케이트허드슨 또한 애슬레저 브랜드인 ‘페블레틱스(Fabletics)’로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는 셀레브리티이다. 2013년 테크스타일 패션그룹(Techstyle Fashion Group)과 손잡고 론칭한 ‘페블레틱스’는 온라인 서브스크립션을 바탕으로 한 애슬레저 브랜드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 선호도를 바탕으로 매달 퍼스널라이즈드 아웃핏을 제공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연 매출이 3억 달러 이상이며, 2019년 말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 이상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케이트 허드슨은 홍보뿐만 아니라 컬렉션 콘셉트, 인스피레이션, 컬러, 패턴 셀렉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테스팅까지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션·뷰티 시장에 영향력 막강한 리한나
하지만 모든 셀레브리티가 리한나 처럼 패션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VMH 같은 대형 패션기업으로부터 큰 투자를 보장받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그녀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능력과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LVMH 파트너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리한나가 패션과 뷰티 산업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한나는 그 동안 수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패션 및 뷰티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질적인 성과를 이뤘다. 푸마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펜티x푸마’ 컬렉션은 뉴욕과 파리 패션위크에서 인상적인 패션쇼를 선보이며 패션 디렉터로서 그녀의 능력을 입증했다.
또한 지난해 5억 유로를 벌어들인 뷰티 브랜드 ‘펜티뷰티’와 란제리 브랜드 ‘세비지x펜티’로 큰 성공을 거두며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영향력을 빌려주는 셀레브리티에서 벗어나 강력한 패션과 뷰티업계의 거물로 자리 잡았다.
이같은 성공은 그녀의 브랜드 철학과도 관련이 있다. ‘펜티뷰티’는 40여종의 파운데이션 컬러 쉐이드를 가지고 있다. 기존 뷰티 브랜드의 제품 라인이 라이트 스킨톤에 편중되어 있던 반면 ‘펜티뷰티’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스킨톤의 고객을 타깃으로 제품라인을 구성해 론칭 당시부터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고 있다.
이는 그녀의 란제리 브랜드 ‘세비지x펜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비지x펜티’ 광고에는 항상 다양한 체형과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등장한다. 사이즈 체계도 타 브랜드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이처럼 그녀의 행보는 실제로 동종 업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그간 소외됐던 소비층을 끌어내는 포괄적인 비즈니스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흐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펜티가 기대되는 이유
LVMH와 리한나가 Fenty 론칭을 공식 발표한지 몇 시간 만에 Fenty 인스타그램 오피셜 계정에는 15만 명 이상이 팔로우를 했다. 10일 지난 후 다시 들어가 보니 25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아직 게시물도 하나 없는 Fenty 계정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이유는 리한나와 LVMH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물론 ‘리한나’라는 이름이 갖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이기도 하다. 앞서 뷰티, 란제리 브랜드에서 보여줬듯이 Fenty 하우스의 컬렉션 역시 사이즈, 인종, 성별 등의 다양성이 브랜드의 기본 아이덴티티가 될것으로 보여진다.
그 동안 콧대 높았던 하이패션은 이러한 다양성의 측면에서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디올’ ‘루이비통’ ‘지방시’ ‘불가리’ 등과 같은 레거시 브랜드를 중요시하는 LVMH의 입장에서도 리한나의 ‘Fenty’는 그룹의 다양성을 확대시키고 신선한 이미지를 구축해 젊은 소비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Fenty’가 아직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명확히 그려지진 않았지만 모든 사이즈, 체형, 인종의 다양성을 갖추고 조금더 평등하게 하이패션을 공유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소비자들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력사항
- 現) USA 패션칼럼니스트
- 前) University of Missouri 패션디자인과 강사
- 前) Stephens College 패션디자인과 강사
- 前) LG패션 리서치&컨설팅팀 남성복팀장
- 前) PFIN 남성복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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