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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시작 하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자, 새로운 패션 미디어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기도 합니다.‘이미 전문지가 꽤나 있는데, 이런 경기에?’ 그저 발신할 뿐 의제 설정 동력은 없는 엇비슷한 전문지, ‘뉴스’로 포장된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소식들. 사무실 한편 구석에 배송포장 채로 쌓여가는 신문, 잡지를 보며 밀린 숙제와도 같은 찜찜함을 느낀 경험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안정적 직장생활을 박차고 나온 기자들이 걱정스럽기도 하셨을 겁니다. 조사 주체와 방식 마다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패션산업 규모는 소폭일지라도 매 년 성장해 왔습니다. 대리점에서 백화점, 다시 아웃렛으로, 또는 온라인 채널로 매출이 몰리거나 주목도를 옮겨갔을 뿐이지요. 15년 넘게 기자로 일하면서 패션경기가 좋을 것이다 혹은 좋다는 내용의 기사를 쓸 기회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파고를 잘 타고 넘어 흥하는 기업, 브랜드는 늘 드러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핑계만 대기에 우리는 젊고 열정적이며 유능하다.’ 체호프가 말했듯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되는 법입니다. 작가 김훈이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던 밥벌이의 지겨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카피에 공감하는 생활인이지만 언젠가부터 무위(無爲)가 괴로웠습니다. 쌓여가는 경력은 무기가 되었지만 굳이 다름을 발견할 이유를 잊게 만든 건 아니었는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중간은 가는 저널리즘을 거부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들어야 하는 이야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우선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기자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참여· 공유· 개방의 집단지성 플랫폼, 다가오는 웹 3.0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론티어이길 바랍니다. 시대정신과 업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 힘을 가진 스피커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한 필진의 말씀처럼 이 지면을 통해 어제와 오늘을 일군 선배의 경험이 공유되고, 내일을 주도할 후배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더해져 더 큰 경쟁력을 흡수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知則爲眞愛愛則爲眞看看則畜之而非徒畜也.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이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머리글에서 발췌한 멋진 오마주로 글을 마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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