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자라와 H&M의 비즈니스 수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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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작성일 2022년 03월 17일 프린트본문
글로벌 SPA 양대 산맥인 ‘자라(ZARA)’와 ‘에이치앤엠(H&M)’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했다.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는 지난해 상반기 119억 유로(약 16조 1,687억 원)의 순매출을 기록했고 그중 85억 유로(약 11조 5,491억 원)가 ‘자라’의 매출로 집계됐다. 매출 증가율도 2019년 대비 9% 상승했다.
‘에이치앤엠’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앤엠그룹도 지난해 회복세를 보였고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 550억 유로(약 74조 7,296억 원)를 넘겼다.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트패션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으며 지속 가능성 악화 우려의 시선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자라와 에이치앤엠은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수정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을까.
두 기업을 분석해봤다. 자료 분석은 렉트라의 빅데이터 분석 전문 솔루션 ‘렛뷰(Retviews)’의 리포트를 활용했다.
렛뷰는 패션 마켓 경쟁사 벤치마킹을 위한 자동화 분석과 글로벌 이커머스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패션 상품들에 대한 데이터 아카이브를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본지 기사에 사용된 모든 그래프와 자료는 렛뷰 솔루션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후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받아 정리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 늘어난 프리미엄 컬렉션
‘자라’는 지난해 상품 전략을 차별화하기 위한 시도를 펼쳤다.
스튜디오 컬렉션과 같은 고가의 프리미엄 컬렉션 도입을 위해 ‘자라 오리진(ZARA Origins)’을 출시했다.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네덜란드 브랜드 카슬에디션스(Kassl Editions), 국내 대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아더 에러(ADER Error)와 한정판 컬렉션을 내놓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시대를 초월하는 다양한 제품에 관심을 보이자 자라는 올해 상품구성에서 프리미엄 컬렉션 제품 점유율을 17%까지 늘렸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에이치앤엠이 프리미엄 컬렉션을 단 2% 늘린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자라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에 중점을 두고 프리미엄 컬렉션 라인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렛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두 브랜드의 상품구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단에서 유사한 흐름이 드러난다. 자라와 에이치앤엠 두 곳 모두 리사이클 원단을 포함해 면과 폴리에스터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들 원단은 각각 전체 원단에서 20~30%를 차지하고 있다.
패스트패션 시장의 고급 소재 부상
두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컬렉션을 확대하면서 캐시미어, 울, 가죽 등 고가의 천연 소재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치앤엠은 캐시미어가 포함된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고, 자라 역시 고가의 원부자재에 투자를 늘리면서 상위 포지셔닝을 향한 움직임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지속 가능성이 패션업계에 화두로 등장하면서 화학 섬유의 비중을 낮추고 천연 소재 중심으로 확장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구성 비중을 높이면서 가격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량 판매를 지향하는 두 브랜드 모두 상품 가격을 올린 것이다.
에이치앤엠은 프리미엄 컬렉션 판매가를 3.2% 인상했고 자라의 경우 무려 19%가량 올렸다. 물론 전년과 동일한 컬렉션에도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
이같은 자라의 가파른 인상은 협업 컬렉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올해도 프리미엄 컬렉션에 대한 투자와 소비자 관심이 이어지면서 매스밸류 시장 내 브랜드 대부분이 품질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자라, 에이치앤엠 역시 고급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라는 지난해 고급 소재 비중을 25%까지 늘렸고 에이치앤엠도 소재 품질을 개선했다. 에이치앤엠은 니트웨어 카테고리에서 고급 소재 사용 비중을 높이고 있고 자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캐시미어와 양모보다 가죽 점유율이 훨씬 높고 신발, 액세서리 품목에서 고급 소재 사용 비중이 가장 컸다.
두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실제 에이치앤엠은 지속가능 패션 분야 강화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혁신적인 섬유와 디자인, 루프(Looop) 재활용 시스템과 함께 자원의 원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혁신 스토리(Innovation Stories)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에이치앤엠의 지속 가능 컨셔스(Conscious) 컬렉션은 전체 상품의 21%를 차지, 16%를 점하고 있는 자라의 조인 라이트(Join Life) 컬렉션보다 높았다.
자원의 순환과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노력은 에이치앤엠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비즈니스 핵심 전략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패스트패션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두 브랜드가 ‘패스트패션’으로 출발한 이상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기 위해서는 더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팬데믹으로 ‘에이치앤엠’ 공급망 관리 실패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가 패션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두 브랜드 모두 지난 몇 달 동안 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그러나 두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만큼 공급망 관리 부문에서는 에이치앤엠이 열세를 보였다.
자라가 소량 생산으로 빡빡해진 공급망 문제를 우회했다. 오히려 소비자 수요를 맞추면서 최신 트렌드가 포착될 때마다 그 정점에 브랜드를 올려놨다.
상품의 상당 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소싱하는 에이치앤엠은 공급망 붕괴와 지연에 직면하며 지난 5개월 동안 평균 가격을 13% 인상했다.
같은 기간 자라는 23% 올렸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자라의 경우 고급 소재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면, 울, 리사이클 원단 등과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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