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코리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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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작성일 2021년 09월 13일 프린트본문
지난 2016년 아디다스코리아는 ‘리복’과 ‘아디다스’로 전년대비 두 자릿수 신장한 1조 원(출고가 기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직진출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보고한 마지막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수치다. 당시 영업이익은 1,500억 원, 당기순이익은 1,071억 원이었다.
2017년 아디다스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로 전환됐으니 2016년 자료가 마지막 실적 공시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7년도에도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나이키코리아의 매출을 넘어섰다고 외신들도 전했다.
한국 시장에서 만큼은 아디다스가 최고의 매출액을 보유한 스포츠 기업이 됐다. 매출액 1조 원, 홀세일로 운영되는 특성상 국내 판매가로 환산할 경우 1조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특히 2017년은 순수 아디다스(퍼포먼스, 키즈, 오리지널스)로만 9,000억 원(출고가 기준)을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당시 아디다스는 오리지널스의 슈퍼스타, 스텐 스미스, ‘NMD’ 슈즈 등은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국민 슈즈로 자리를 잡았고, 특히 10~20세대들에게 트레이닝복은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또 키즈 역시 트레이닝 세트로만 300 ~4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스포츠 마켓은 ‘아디다스’의 세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따라서 글로벌 본사에서도 한국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5년간 연평균 신장률이 18%에 이르렀고 이는 글로벌 TOP 5안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飛上)만 했던 아디다스가 이듬해인 2018년을 기점으로 알 수 없는 하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매년 600~700억 원 가량의 매출이 증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코로나 사태에 접어들며 하락세가 심화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디다스코리아의 매출액이 7천억 원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3,000억 원 가량이 증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4년 만이다. 과연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디다스 슈퍼스타>
되돌리고 싶은 ‘아디다스’의 2018년
아디다스가 국내 시장에서 하락세에 접어든 2018년은 최대 경쟁자인 나이키가 글로벌 마켓에서 다시 폭풍성장을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 글로벌 마켓의 패권이 아디다스에서 나이키로 다시 넘어간 것이다.
나이키는 2010년대 초중반 성장률이 둔화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는 사이 아디다스는 MZ세대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당시 나이키의 안방 시장인 북미권에서 가장 잘 팔렸던 스니커즈가 아디다스의 ‘스탠 스미스’ ‘슈퍼스타’였을 정도였다.
나이키가 전통적인 정통 스포츠 기반에 뿌리를 둔 마케팅과 제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다면 아디다스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카니예 웨스트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스니커즈 시장에서 새로움을 선사했고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뮤지션 파렐 윌리엄스,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과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팔리스 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나이키를 위협했다. 특히 문화적인 접근은 젊은 세대들에게 큰 실효를 거뒀다.
이에 자극받은 나이키는 큰 변화를 모색했고 성공을 거뒀다. 나이키는 제품의 변화와 함께 DT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2017년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와 함께 한 ‘더 텐(The Ten)’ 프로젝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에 이르렀다.
기존 퍼포먼스의 이미지에 나이키만의 새로운 패션 스트리트 문화를 창출해 나갔다. 이후 나이키스포츠웨어의 강세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하락을 부추겼다.
나이키는 오프화이트와 조인 이후부터 거침없는 협업 시스템을 발동한다. 특히 슈즈의 신상품 출시 주기는 몇 년 새 2배 이상 빨라졌고 끊임없는 바이럴과 SNS 마케팅, 기존 스포츠 마케팅이 더해져 브랜드 가치는 상승해 갔다.
나이키가 이렇게 변화한 데는 ‘아디다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나이키의 성장은 반대급부로 최대 경쟁 브랜드 아디다스가 국내 마켓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원아시아 전략, 과연 아디다스코리아에 보탬 됐나
‘아디다스’ 그룹은 지난 2018년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태평양 등을 하나로 묶은 ‘원 아시아’ 전략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둔 아시아 헤드쿼터가 출범했다.
‘원 아시아’ 전략의 요점은 경쟁 브랜드인 ‘나이키’가 운영하고 있는 통합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일관성 있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나아가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즉 국내에서 진행되던 의류 관련 상품 기획과 디자인을 원 아시아권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따라서 국내 기획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아디다스코리아 역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필수 사상이 되어버렸다. 일부 기획 및 디자인 인원은 상해 아시아 헤드쿼터로 흡수됐다.
결과적으로 아디다스의 원아시아 전략은 아디다스코리아 입장에서는 독이 됐다. 우수의 인력이 상해로 빠져나갔고, 일부 홈쇼핑이나 라이선스 품목은 계약을 종료하면서 매출 누수로 이어졌다.
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아디다스의 국내 기획이 사라지며 그동안 진행됐던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중단됐고, 이는 스트리트 캐주얼이 활기를 띠는 중요한 시기에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전무해진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현재 상해 아시아 헤드쿼터는 싱가폴로 자리를 옮겼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 특성상 그레이트 차이나라는 독립 시장으로 운영된다. 기존 파견 인력은 국내로 다시 유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휠라의 부활로 시작된 10~30세대 이탈
지난 2018년은 아디다스의 스테디셀러인 슈퍼스타, 스텐스미스 등 핵심 슈즈 제품의 판매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특히 10~20세대의 주 아이템이었던 트레이닝복 매출도 줄기 시작한 시기다.
이는 나이키 뿐 아니라 언더아머, 룰루레몬 등의 직진출 브랜드의 등장과 함께 리뉴얼에 성공한 ‘휠라’의 부활이 한몫했다.
미국 신발 전문 매체 풋웨어 뉴스는 2018 올해의 신발로 휠라의 ‘디스럽터 2’를 선정하기도했다.
이는 미국 뿐만이 아니었다. 국내 마켓에 휠라는 코트디럭스, 디스럽터 2 등을 연이어 히트 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여기에 반스와 뉴발란스의 맹공도 있었다.
슈퍼스타, 스텐스미스 이후의 후속작 히트에 성공하지 못한 아디다스는 국내 마켓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슈즈 매출을 가장 많이 빼앗긴 브랜드가 됐다.
의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나이키가 나이키스포츠웨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언더아머, 데상트에 남성 시장이, 뉴발란스와 룰루레몬에 여성 트레이닝 시장이 잠식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10~30세대의 이탈이었다. 온라인을 중심의 스트리트 캐주얼이 확장일로에 접어들며 이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아디다스 W 머스트해브 3S 엄업 재킷>
아디다스 코리아의 현주소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스포츠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야외 스포츠의 인구는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큰 이유는 실내 스포츠 활동의 감소에 있었다.
스포츠 마켓의 30~40%에 달하는 실내 스포츠 인구가 줄자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주 고객층인 남성의 유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것이 유통 구조였다.
소위 ‘잘 나갈 때’ 문제가 되지 않던 매장이나 대형 홀세일 유통기업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이미 나이키코리아는 2013년을 지나며 국내 매장을 줄여가고 있었다. 본사 차원에서의 DTC 전략 하에 홀세일 벤더도 줄였고, 이는 매장 수를 줄이고 대형 매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 온라인을 포함한 DTC를 강화하긴 했지만 절대 매장 수를 줄이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아디다스 대리점과 홀세일 벤더들은 재고 보유량이나 판매율 부분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두점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대리점간의 다소의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고 소진율이 늦어지니까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수주는 연 4회 이상 지속되고 있다. 현재 채널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매장이 문을 닫으면 벌어지는 소위 ‘땡처리’에 대한 상표 단속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반등은 있다
아디다스코리아가 현재 어려움에 봉착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브랜드는 아니다. 여전히 독보적 수준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고, 마니아층도 단단하다.
아디다스는 그룹 차원에서 올해 초 2025년까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비전을 발표했다.
매출과 수익성을 크게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Own the Game’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는 직접 소비자 비즈니스로 전환, 온라인 매출 2배가량 증가 및 지속가능 프로그램의 강화를 주요 골자로 정했다.
먼저 아디다스는 2025년까지 매출 성장의 95% 이상이 축구, 달리기, 트레이닝,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다섯 가지 범주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애슬레저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이를 강화키로 했다.
특히 서울을 핵심 도시로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도쿄, 상하이, 파리,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의 핵심 도시에 올 초 멕시코시티, 베를린, 모스크바, 두바이, 베이징, 서울을 추가했다.
이는 서울 즉 한국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로 엿보인다. 제품 측면에서도 슈퍼스타의 부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오리지널스의 슈퍼스타 80s 레콘이 그것이다.
이 제품은 슈퍼스타 슈즈의 80년대 디자인을 정교하게 재구성한 버전으로 이미 트렌드 세터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향후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최대 강점은 오리지널스, 러닝, 트레이닝이었다. 업계는 이 카테고리가 아디다스의 고공비행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3대 카테고리의 혁신성이 떨어지며 경쟁력이 무너졌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말하면 3대 카테고리의 부활이 키포인트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스, 러닝, 트레이닝 분야의 전환이 핵심이다. 이를 잡으면 20~30세대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고,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은 자명하다. 시기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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