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은 신기루가 아닙니다. 수치로 증명되어야 가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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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작성일 2020년 12월 10일 프린트본문
<인터뷰> 백하정 패션에이드 대표
“우리 이커머스 생태계는 독립 브랜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자생하기 힘든 구조가 됐어요. 플랫폼이 승자독식하는 방향으로 이미 결론이 내려졌죠. 저는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제조 중소기업이 온라인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기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 회사명 그대로, 패션 브랜드(fashion)를 돕는(aid) 거죠.”
백하정 패션에이드 대표는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할법한 꿈의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창구인 플랫폼은 물론, 제품을 공들여 만들고 브랜딩하는 이들과 최종 소비자가 실감할 수 있는 잇점을 제공하는 가치 있는 기술로 쓰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패션에이드는 인공지능 기반의 패션스타일 추천 솔루션 ‘스타일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상용화 서비스를 오픈한 지 불과 한 달, 3곳의 패션몰이 고객사가 됐다. 예상 밖으로 상용화, 서비스 계약이 이뤄져 서둘러 관리체계를 잡은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패션기업, 유통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 AI 스타일 큐레이션 솔루션을 만들었다는 스타트업은 벌써 수 년 전부터 붐처럼 일어났고, 지금까지도 그렇다. 삼성물산패션부문도 2016년 11월에 AI기반 스타일 추천 솔루션을 개발하는 ‘알리나’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삼성이 패션AI 사업에 나선다며 꽤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최근 삼성은 알리나 지분을 정리해버렸다.
이 회사가 투자 이후 단 한번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다가 결국 관련 사업 자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AI기반 패션 비즈니스 솔루션을 만들어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바둑으로는 세상을 평정했던 인공지능이 도저히 사람들의 옷 잘 입는 법까진 추적하지 못한걸까.
“선발주자 다수가 망한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기술고도화에 실패했고, 두 번째는 고도화하지 못한 AI의 적중률이 떨어지니까, 솔루션을 적용한 플랫폼이 반품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거죠.”
<스타일AI 서비스 이미지>
- AI 스타일 추천 솔루션은 이미 많이들 쓰고 있지 않나요? 어찌보면 레드오션인것도 같은데, ‘스타일AI'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뭔가요?
“어떤 온라인 쇼핑몰이 스타일 추천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보통 태깅(tagging) 방식을 써요. 데이터에 꼬리표를 달아서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나열해서 검색 결과를 쉽고 빠르게 나오도록 해주는 거죠. 하지만 ‘스타일AI'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선호와 트렌드를 계속 학습해 이용자의 취향에 가장 근접하는 아이템을 제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분석 데이터가 쌓일수록 소비자 구매전환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솔루션 구동 결과, 지금 패션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A사 통계 기반 솔루션 대비해서는 구매전환률이 128% 더 높아요.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AI기술 플랫폼이라는 것이 저희가 내세우는 강점입니다.”
- 하필 패션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음...뭔가 더 큰 산업군에서 쓰임새를 찾는 건 생각해보지 않으셨어요?
“우린 제대로 할거고, 할 수 있기 때문에(웃음). 물론 모빌리티, 바이오 산업같은 곳을 대상으로 전 인류적으로 크게 쓰일 AI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쪽은 스타트업이 덤벼들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거대 글로벌 기업이 이미 산업과 기술을 장악하고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기왕 시작할 것,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한다’고 마음 먹었어요."
"기술적으로 1등을 하고, 수치로 효용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이면 스타트업도 충분히 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패션을 타깃으로 잡은 다음에는 막 달렸죠. 우선 아이템 추천에 이어서는 전체 룩을 제안하는 솔루션으로 고도화시켜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자. 한국에서 원탑으로 인정받으면 인접국가로 가는 것은 수월할 것이다. 더 늦으면 안된다, 지금 진입해서 자리를 잘 다져놓자(웃음).”
- 개발자가 아니신데 어떻게 AI솔루션 회사를 만들게 되신 거에요?
“저희는 딥러닝 개발자, 풀스텍 개발자, 전체 제품총괄 등 7명이 팀을 이룬 기술 플랫폼 회사에요. 제가 총괄 디렉터 역할이고, 카이스트 은사님이 기술 고문을 맡고 계시죠.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있으니까 어느날 패션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스타일추천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더라구요."
"패션엔 문외한인지라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고 관심있게 찾아보게 되었죠. 패션과 기술이 결합한 결과물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 있는거에요, 그래서 미국, 영국 사례를 뒤져 연구하고 프랑스 파리로 관련 프로젝트 체험도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백하정 대표는 개발자가 아니라 문과생 출신.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아산재단에 입사했다. 직장생활 만 3년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매니저로 일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美500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매니저 과정도 밟았다고. 그러다 창업 아이템을 AI기술로 잡은 후엔 공부먼저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KAIST 대학원에 진학했다.
인공지능 비즈니스 전략, 전자상거래 경영과 기술 과정을 수료한 후 작년에 창업했다. 창업 직후 ‘스타일 AI'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스타일테크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2기에 선정됐고, 올해 추천 알고리즘 개발, 베타테스트, 상용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지만 가방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아내의 영향과 조력도 작지 않은 듯 했다.
- '스타일 AI'의 알고리즘은 어떤건지, 알기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타일 AI'는 이미지 분류, 고객행동패턴, 상품상세설명의 세 가지 항목을 모두 분석하는 머신 러닝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코디네이션을 추천합니다. 인공지능의 학습성과는 축적, 수집된 데이터의 양과 비례하죠."
"데이터는 종합몰, 패션전문몰, 소호몰 등 공개된 모든 이커머스 패션플랫폼에서 크롤링(crawling) 할 수 있어요. 현재 9만개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내년에는 20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에요. 서버 유지 비용을 많이 벌어놔야 겠죠(웃음). 지금은 단품 아이템을 추천하는 단계인데, 다음 단계는 ‘룩 자동 생성’ 서비스를 오픈할 겁니다.”
- 이야기가 나왔으니, 수익구조도 잘 설계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용량만큼 과금하는 방식인데, 나름 합리적 가격정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창업단계 소형몰이나 신인 디자이너들과 상담을 해보면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고정비라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자상거래 솔루션 플랫폼과 제휴해 셀러들이 부가서비스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스타일 AI'의 활용 가치를 한 마디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한 번 유입된 고객이 최대한 상품을 많이 찾고,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매출 향상 솔루션.”
- 유통사에 도움이 많이 되는 솔루션일 것 같은데, 만일 많은 수의 스몰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플랫폼이 고객사일 경우, 플랫폼 권력만 강화되는 쪽으로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면 어쩌죠?
“고객사 니즈에 맞춰서 결과물이 나오도록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이 사실이죠. 예를 들어 대형 패션몰의 MD가 고객이 현재 보고 있는 아이템과 비슷한 연관 상품 항목에 플랫폼의 PB 제품을 주로 노출하도록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거든요. 실제 고객사 니즈가 그렇기도 해요. ”
- 그럼, 스몰 브랜드나 디지털 환경에 이제 적응해야 하는 중소기업에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데이터가 많이 모이려면 어찌되었건 방문자, 트래픽이 받쳐주어야 하잖아요
“일간 수만건의 트래픽이 없어도 인공지능은 학습을 할 수 있어요. ‘스타일AI'는 개개인의 정보를 집어넣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거나, ’이런 스타일을 찾아줘‘ 라고 명령한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연관상품을 매칭하고, 추천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확보된 데이터의 양이 많지 않은 독립 브랜드 자사몰을 위한 솔루션과 업력이 어느 정도 되고 중대형 규모 이상의 플랫폼용 솔루션, 두 가지 모델을 가지고 있어요. 신규 플랫폼은 고객경험 데이터와 상세설명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이미지 분류만 활용하는 거죠.”
- 마지막으로 패션에이드는 어떤 회사가 될 건지, ‘스타일 AI’는 세상에 어떤 기술로 남을지 이야기해 주세요
“앞으로도 쭉 이 일에만 집중하는 회사(웃음). 스타트업이니까 투자를 유치해서 R&D도 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지만, 타 산업 진출이나 지분 매각이나 그런 쪽에 한눈을 팔지 않는 회사요. ‘스타일 AI’는 엔드 유저에게는 시간과 헛된 노력을 절약해 주는 서비스, 플랫폼에게는 구매전환율을 높여주는 서비스라는 본질에 충실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솔루션을 처음 접하는 제조기업, 브랜드에게 컨설팅 지원자 역할을 하면 보람도 클 것 같아요."
"패션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AI기술에 대해 막연한 공포나 막연한 기대, 둘 다 갖지 않도록이요.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AI기술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없어요. 적어도 우리가 생존해 있는 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에요(웃음). 디자인, MD, 스타일링 등등에 적용하는 AI기술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순위를 매기고 빨리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에요. 인공지능도 틀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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