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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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작성일 2019년 09월 16일 프린트본문
파타고니아의 ‘클래식 레트로-X 재킷’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최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 재킷은 바람을 막고 땀 발산 기능이 뛰어난 기능을 지녔다.
한 겨울 다운재킷 속에 착용함으로써 몸에서 발생하는 열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제품은 재생 원단을 사용해 브랜드 철학도 반영하고 있다.
뜬금없이 왜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을 소개하지? 브랜드 홍보?, 제품 홍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핫한 소비자라면 벌써 알아챘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클래식 레트로-X 재킷’을 한번쯤은 검색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 대세로 불리는 ‘보아 플리스’가 패션 매장을 물들이고 있다.
보아 플리스 패션의 중심에 서다
일명 ‘뽀글이 패션’으로 불리는 ‘보아 플리스(Boa fleece)’가 패션 마켓을 사로잡고 있다. 흔히 코트나 재킷의 안감으로 쓰이거나, 등산할 때 가볍게 걸치던 실용적인 방한 아이템이었던 보아는 현재 패션의 중심에 우뚝 섰다.
올 가을 보아 열풍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스포츠, 아웃도어, 캐주얼, 여성복, 아동복 등 전 복종에서 출시를 서두르며 매장 쇼윈도의 가장 핫한 곳에는 어김없이 보아털의 플리스를 내 걸었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스토어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3일 2주간 보아 플리스 제품의 거래액은 지난해에 비해 6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말부터 폭발적인 판매 반응이 올라오고 있어 10~11월에 이르는 메인시즌에는 거래액이 약 1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버지 등산복’ ‘엄마 나들이 복‘으로 여겨졌던 플리스가 10대 젊은 층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 된 셈이다. 못생긴 것이 멋스럽다는 ‘어글리 패션’ 트랜드와 맞물리며 보아는 가을 거리를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기존 플리스 제품이 아재 패션으로 인식됐다면 보아 제품은 보온력에 패션성을 갖추며 야외 활동과 일상생활을 넘나드는 젊은 층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앞으로의 파급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마운틴사이드 헤비 플리스 재킷. photo 컬럼비아>
이효리가 끌고 ‘파타고니아’가 밀고
지난해 2월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이효리가 입고 나온 플리스 재킷은 모두 완판됐다. 요즘의 뽀글이(Boa Fleece 보아 플리스) 열풍은 이즈음부터 시작됐다.
제주도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혹은 장을 보러 갈 때, 야외로 나갈 때도 그녀가 착용한 제품을 보며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검색했고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지만 과거부터 존재했던 양털 코트를 찾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을 내놓은 브랜드는 방송과 동시에 완판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했고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제품 문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지난해 가을부터 보아 플리스는 패션 업계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예능 프로그램에 보여진 ‘파타고니아’의 ‘레트로X’는 봄과 가을 조기에 완판 됐고 플리스의 키워드 검색에 항상 파타고니아가 자리하게 됐다.
보아가 인기를 끈 또 다른 이유는 봄과 가을 간절기 상품의 메가 트렌드 부재다. 바람막이 재킷, 맨투맨 티셔츠 등으로 대변되는 아이템이 지난 몇 년간 시즌을 지배하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또 ‘고프코어(gorpcore) 룩’이란 트렌드도 빼 놓을 수 없다. 고프코어 트렌드는 편안함과 개성, 실용성을 함께 살린 스타일을 말하며 어글리슈즈에 최근 플리스도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리스는 보온성이 뛰어난 데다 가볍고 물에 잘 젖지 않고 젖어도 빨리 말라 실용성과 편안함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보아는 레트로, 스트리트 트랜드와 연결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플리스는 일반적으로 표면의 파일(pile)이 일어나도록 만든 가볍고 따뜻한 직물 또는 편물을 말한다.
플리스? 보아 플리스? 폴라플리스?
1980년대에 말덴사가 퍼라이크 소재 개발에 나서면서 최초로 폴리에스터 플리스가 생겨났다. 플리스는 통상적으로 아웃도어 의류에 사용되고 플리스로 만든 재킷과 상의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현재 패션업계에는 폴라폴리스가 고유명사화 되었다.
보아는 ‘보아’라는 원단의 제직 방법으로 만든 인조털이다. 폴리에스터나 아크릴 등의 화학섬유로 긴 파일(pile)을 만들어 세운 원단으로 보아 제직법으로 만든 모든 종류의 털원단을 '보아'로 명칭한다.
기존 폴라플리스 계열의 제품이 겉면이 매끈한데 반해 보아 플리스는 양털과 비슷하게 뽀글뽀글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다.
플라플리스 계열의 선두주자는 유니클로 ‘후리스’가 대표적으로 플리스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니클로’는 지난 1998년 도레이(Toray)와 협력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후리스 제품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2005년부터 타 브랜드 대비 5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등산 아웃도어의 전성기인 2000년대 중후반에도 폴라 플리스는 봄과 가을 간절기에 홀로 입거나 동절기 재킷 안에 겹쳐 입는 제품으로 ‘아재’ 패션으로 각광을 받았다.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아성에 도전장
현재 보아 제품을 가장 많이 선보이고 있는 복종은 단연 아웃도어다. 플리스 원단 자체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개발된 탓도 있지만 ‘뽀글이’ 패션의 시발점 역시 ‘파타고니아’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아웃도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재킷 등 전통적 봄가을 히트 상품의 판매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보아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추석이 일찍 찾아와 추위가 빨리 올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보온성과 실용성이 옷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 만큼 올해 패션업계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아웃도어 뿐 아니라 타 복종에 전 방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외의류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보아를 활용한 원피스와 코트까지 다양한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특히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는 보아 플리스 제품 생산을 3~5배까지 늘렸다. 작년 가을과 올 봄에 걸쳐 판매율로 검증을 거친 만큼 올 가을에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현재 올 가을 아웃도어에서만 출시를 계획한 물량은 100만장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포츠 및 캐주얼, 남성, 여성에 이르기까지 전 복종에서 출시하고 있는 만큼 최소 200~300만장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기업 한 관계자는 “브랜드별 판매 격차는 있지만 보아 플리스가 가을 시즌 트렌드로 급부상함에 따라 새로운 매출 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라면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는 방수, 방풍 재킷과 경량 다운의 대체 아이템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아 제품 출시 200~300만장 육박
이미 대부분의 브랜드는 지난달 초부터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초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파타고니아’는 지난해 출시 한 달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플리스 상품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지난달 초부터 글로벌 스테디셀러인 ‘레트로 X’를 선보였는데 이미 전년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올해 역시 조기 품절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특성상 리오더를 진행하지 않는다. 제품 희소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올해 총 15만장 가량의 대규모 물량을 준비했다. 이는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8월 말부터 판매 반응이 높다. 화이트라벨의 리모 플리스재킷의 경우 1주에 5천장씩 팔려나가고 있다.
주력 상품인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친환경적으로 가공해 재킷에 100% 적용한 제품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페트병을 친환경 가공 공정을 통해 리사이클 플리스 원단으로 만들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도 지난해 처음 기획한 플리스가 대박 행진으로 이어지며 올해 관련 물량을 10만장까지 늘렸다.
지난 8월 초부터 판매에 돌입했는데 이미 일부 제품은 2차 리오더에 돌입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따라서 시즌 말까지 총 15만장 이상이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도 지난해 소량 출시했던 보아 제품을 크게 늘리며 전년대비 3배 가량 늘어난 7만장을 선보인다.
주력 제품은 ‘부클 후드 테크’와 ‘부클 하이넥 테크’ 플리스다. 특히 최근 걸그룹 에이프릴의 나은과 랩퍼 짱유가 부클 테크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 3일 네이버 포털 사이트의 10대, 20대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2일~3일 양일간 동일 포털 사이트 검색량이 약 170만 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더’는 당 물량을 3배가량 늘리고 패션업계 중 가장 많은 20만장을 준비했다.
‘네파’는 총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2배 이상 제품 구성을 확대했고 ‘밀레’ 역시 120% 가량 늘린 6만장을 준비했다. ‘컬럼비아’는 키즈를 포함해 50% 늘어난 1만8천장을 준비했다.
여기에 ‘케이투’는 보아와 폴라플리스의 중간 격인 제품을 주력으로 가져가며 총 물량을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린 7만장을 가져간다.
아웃도어 뿐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도 가세해 시장 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휠라’는 보아 플리스 아이템을 전년대비 약 6배가량 늘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크레마 보아’, ‘팝콘 보아 재킷이 눈 여겨 볼 아이템이다. 빅로고 포인트와 컬러배색이 가미되어 특별한 플리스가 선보여진다.
‘푸마’는 보아 제품군인 ‘쉐르파(SHE RPA)’ 라인을 론칭 이번 시즌 첫 선을 보인다. 가수 현아와 함께한 화보로 이슈를 끌고 있다.
쉐르파는 히말라야 고산등반에서 안내인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이들 쉐르파들이 보아 재킷을 많이 착용해 보아재킷을 ‘쉐르파 재킷’이라고 부른다. ‘푸마’는 이를 착안했다. ‘뉴발란스’는 WOMEN 테디베어 맥시롱 후디 집업이 인기다.
이밖에도 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의 토종 SPA 브랜드와 ‘커버낫’, ‘무신사스탠다드’ 등 스트리트 볼륨 브랜드들도 이번 시즌 대규모 물량을 책정하고 보아 플리스 마켓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아 플리스 열풍은 지난 몇 년간 춘추 히트 아이템 부재에 시달리던 패션 업계에 단비와도 같다, 지나친 물량 확대로 자칫 롱다운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있으나 패션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어글리 슈즈에 이어 보아 플리스라는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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