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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헤치고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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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4년 01월 1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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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를  헤치고  나아가다

 

“지금 패션업계는 깊은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고 있다.”

 

패션산업은 2024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내게 될까. BOF와 맥킨지앤컴퍼니가 매해 발표하는 ‘연례 패션현황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패션산업이 전략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맞이했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패션산업 리더, 기업의 경영진은 국내외, 산업 안팎의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한다. 

 

특히 수요예측과 생산원가 관리를 할 수 있는 더 나은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이다.

 

“폭풍우가 걷히기 시작할 때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패션소매성장률 전년比 2~4%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올해 전년 대비 2~4%의 소매판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패션업계는 2022년에 2010~2020년 기록했던 이익수준의 두 배 이상을 달성하는 등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지난해에는 지속적이고 심화된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2023년, 유럽과 미국은 내내 성장세가 둔화됐고, 중국은 연초 강세를 보였다가 하반기 들어 추락했다. 상반기 긍정평가 일색이던 럭셔리 패션조차 하반기에 제동이 걸렸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소비자의 패션 쇼핑욕구가 감소, 판매 둔화를 겪었고 들쑥날쑥한 실적이 이어졌다. 거시경제와 더불어 지정학적 불안은 패션기업 경영진의 레이더에 계속 고정되어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62%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을 성장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55%의 응답자는 예측이 힘든 경제적 변동성을 불안 인자로 들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작년 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다. 응답자 중 51%가 인플레이션을 불안 요소로 언급했는데, 이는 전년도 설문조사 당시 78%와 비교해 꽤 낮아진 수치다. 

 

올해 패션산업에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요소로는 생성형 AI,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엄청나게 늘어나는 여행 수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폭풍우를  헤치고  나아가다 

‘불확실성’이라는 역풍

사실 올해 패션산업 컨디션에 대한 기업 경영진들의 전망은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BoF-McKinsey가 실시한 2024 패션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가 ‘불확실성’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6%에 그쳤고, 2023년과 비슷할 것 37%,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38%를 차지했다.  

 

그러면 패션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조사 결과, 사실상 비용절감 전략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인상을 고려하는 쪽이 50% 이상, 새로운 가격정책과 판촉 전략을 바탕으로 매출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소식은 비용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경영진 중 단 18%만이 2024년에 회사의 매출원가(COGS)가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9%는 판매, 일반 및 관리 비용(SG&A) 증가를 예상했다. 

 

이는 2023년 원가율이 5% 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이 55%, 판관비 증가율이 5% 이상일 것이라는 응답이 40%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 이유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12%, 18%가 각각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작년에는 1%, 3%였다. 

 

전략적 우선순위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패션기업들은 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12%가 올해 성장을 위한 가장 주요한 기회로 ‘지속가능성’을 들며 의제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12%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 규모와 규제 압력 증가를 반영해 가장 큰 ‘숙제’로 꼽았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또 다른 기회는 지난해 큰 화제를 모은 인공 지능, 특히 생성형 AI다.

 

다만 응답자의 약 73%는 2024년에 생성형 AI를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조심스럽게 실험을 시작했지만, 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 인재 격차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은 또 다른 초점 분야다. 응답자의 71%는 올해 고객과의 정서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3년보다 브랜드 마케팅에 더 많은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진정성과 관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더 기발하면서 덜 세련된’ 인플루언서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퍼포먼스 마케팅에 의존해 온 끝에,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자들의 물결에 의지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고려해야할 것

패션 공급망은 EU와 미국의 새로운 지속가능성 규정 등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제조업체는 온실가스 배출과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천연자원을 보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두 배로 키워야 한다. 

 

더 빠르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투입하는 쉬인(Shein), 테무(Temu) 등에 의해 타격을 받은 기존 패스트패션 산업은 이러한 새로운 규정으로 인해 특히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열정적으로 여행에 나섬에 따라 패션기업은 해외쇼핑객과의 소통 방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19년 여행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특히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팬데믹 이전 수준의 70~100%에 이를 전망이다. 

 

주목할 카테고리는 아웃도어 의류와 주얼리, 그리고 피혁잡화다. 먼저 아웃도어 의류는 여행과 함께 야외활동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늘어나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기능성과 스타일 사이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다. 

 

신뢰하는 특정 브랜드와 품목에 집중하는 소비 트렌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는 제품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은  보석, 시계 등 하드 럭셔리 제품과 가죽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소비심리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텔링뿐이다.  

 

 

폭풍우를  헤치고  나아가다

1 파편화된 미래 

올해의 세계 경제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과 지정학적 문제가 지속해 발생하며 소비자 신뢰를 크게 압박함에 따라 미국, 유럽, 중국의 패션 시장은 서로 다른 역풍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공급업체, 브랜드, 소매유통은 무엇보다도 ‘비상 계획’을 제대로 수립해 두어야 한다. 

 

2 긴급한 기후위기

지난해 지구에서 일어난 기상이변과 관련 사건의 빈도와 강도는 기후위기가 더욱 가시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특히나 패션 가치사슬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 전 대륙에 걸쳐 기상이변이 속출함에 따라 패션산업은 공급망에 탄력성을 구축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됐다. 

 

3 여행 열풍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지금까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팬데믹 이후 여행자들의 가치관은 변화했다. 여행 중 쇼핑은 여전히 중요한 일정 중 하나로 꼽지만 여행자의 기대치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량의 면세 쇼핑이 아니다.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 ‘물건’을 싸게 얻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패션 브랜드, 유통채널은 여행자가 어디에 있든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유통 · 카테고리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4 새로운 얼굴을 찾아서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플루언서 플레이북을 업데이트해야 할 때가 됐다. 개성 넘치는 새로운 인물들이 타깃 소비자 사이에서 신뢰를 얻고 팬덤을 이루며 브랜드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개성 강한 새 인물과 손잡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파트너십과 영성 콘텐츠 강화,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통제를 어느 정도 포기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5 야외 활동의 재창조

기술적인 아웃도어 의류는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고프코어(gorpcore)를 수용하며 확대됐고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출시하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기술적 요소를 컬렉션에 포함하며 기능과 스타일 사이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진다. 

 

6 생성형 AI

2023년 생성형 AI의 획기적인 발전 이후, 패션을 포함한 창조산업 전반에서 사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패션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의 가치를 포착하려면 자동화를 넘어 인간 창작자의 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탐구해야 한다.

 

7 패스트패션의 파워 플레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동시에 패스트패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쉬인(Shein)과 테무(Temu)가 이끄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은 가격, 고객 경험, 속도에 관한 전술을 바꾸고 있다. 성공 여부는 진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에 적응하는 동시에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를 헤쳐 나가는 능력에 달려있다.

 

8 소통하는 정서 마케팅

패션산업은 더 이상 퍼포먼스 마케팅이 지배하지 않는 환경이 되었기에 정성스럽고 인간적인 브랜드 마케팅이 다시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정서적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 전략을 강화하는 플레이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9 지속가능성 규칙

전 세계적으로 패션산업의 자율적 지속가능성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새로운 규칙과 규제는 소비자와 패션기업 모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연히 브랜드와 제조업체는 앞으로의 변화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해야 한다. 경쟁 우위를 갖춘 지속가능성 개선 · 위험감소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균형 잡힌 방법은 올해 패션 경영진의 주요 과제다.

 

10 돌아온 채찍효과

공급망의 여러 부분에서 주문 감소규모가 커져 공급업체에 압력을 가하는 ‘채찍효과’가 돌아온다. 채찍효과란 소비자 수요의 작은 변화가 도매·유통·제조·원자재 공급업체에 끼치는 큰 영향을 가리킨다. 수요변동 폭이 크지 않더라도 소매상, 도매상, 제조업자, 원자재 공급자 등 공급 사슬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는 현상이다. 이는 수요 예측의 실패, 과잉 재고 발생, 공장 가동률 저하, 해고 및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업체와는 보다 투명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개발하는데 투자하고, 소매유통과는 투명성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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