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달라도 다른 찐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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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작성일 2023년 11월 13일 프린트본문
PB 제품은 자사에서 생산, 전개해 유통 마진을 줄인 합리적인 기본 제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또한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편집숍 PB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편집숍 PB는 신선한 브랜드를 발굴하는 편집숍이 내놓은 브랜드는 어떨까라는 기대를 받는다.
편집숍 자사 제품은 PB라는 접근보다 독립 브랜드로 전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숍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전개하는 것보다 브랜드 자체로 설득력을 만들겠다는 것.
편집숍 PB 제품의 특징을 꼽자면, 감도 높은 고가의 수입 제품과 함께 PB를 전개하다 보니 일종의 로열티가 부여되는 효과가 있다.
또 수입 제품과 비교해 낮은 가격으로 인해 아이쇼핑만 이뤄지는 매장이 아니라 ‘무언가 살 수 있는 매장’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마치 일본의 대표 편집숍 ‘유나이티드 애로우즈’가 PB 제품의 캐주얼웨어 비중을 높여 수입 제품과 매출의 균형을 맞춰 전개했던 방식과 흡사하다.
또한 편집숍 PB는 브랜드를 선별, 선정하는 편집숍이 어떤 무드의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지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편집숍이 다루는 브랜드가 다양한 만큼 숍 아이덴티티를 강력하게 구축하기가 만만치는 않은데, 숍이 직접 디자인, 생산한 PB를 통해 명확한 브랜딩 방향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단 편집숍마다 PB의 규모와 유통, 전개 방식이 각기 다르기에 모두가 같은 목적이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론칭 초기부터 브랜드의 외형을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기존 수입업과 제조업을 병행해야 하는 물리적인 한계도 있지만, 국내 브랜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반영된 조치다.
한 편집숍 대표는 “브랜드를 선별, 유통하는 편집숍들은 수많은 브랜드가 성장하고 망하는 과정을 오랜 기간 봐왔기에 단순히 성장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브랜드 운영의 주도권이 유통사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자사 채널 전개를 목표로 두고 소량이라도 제품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수입 제품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지속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개 아이템 가운데 비교적 낮은 가격의 PB 제품은 신규 고객 유입 면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어도 충성고객의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고가의 수입 제품 중심, 오프라인 유통의 한계가 있는 편집숍 특성을 고려하면 신규 고객보다는 단골 고객 의존도가 크다.
이들의 특징은 소비 횟수는 적더라도 제대로 된 고가의 제품을 오래 입는 고객이라는 점.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보다 제품이나 브랜드의 색으로 어필할 때 설득력을 가진다.
<벌스데이수트 신세계 강남점>
아이엠샵의 ‘벌스데이수트’
다채로운 컬러팔레트
PB를 전개하는 국내 편집숍은 대략 10곳으로 PB가 아닌 단일 브랜드로 전개하는 곳도 있다. 편집숍 PB 브랜드 2곳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벌스데이수트’를 전개하는 아이엠샵은 전 세계의 트렌드를 한 공간에서 소개하겠다는 슬로건 아래 특정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편집숍이다. 특히 감도 높은 그래픽 중심의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지난 3년간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등 오프라인에 5개 매장을 새로 열었고 ‘벌스데이수트’는 2017년 론칭, 올해로 7년 차를 맞은 남성 캐주얼.
<벌스데이수트 24ss 시즌 화보>
빈티지 아카이브를 디자인 중심으로 두고 매 시즌 다양한 컬러팔레트를 선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엠샵에 숍인숍은 물론이고 올 9월 신세계 강남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주요 고객층은 20~30대로 지난해 매출은 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추동 시즌에는 미국 문화를 베이스로 다채로운 컬러의 티셔츠, 니트와 광택감 있는 패딩 아우터 등 제품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이 브랜드는 리테일 뿐만 아니라 홀세일 규모도 확장하고 있다. 먼저 유럽을 중심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를 진행했고, 최근 일본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11월 중순부터 도교, 오사카, 후쿠오카에서 단독 전시회를 진행한다. 주력 카테고리는 아우터와 팬츠다.
인기 제품은 빈티지 반타나 티셔츠와 스타디움 재킷으로 매 시즌 20,000장을 초도 물량으로 잡고 있다. 가격대는 아우터 20만 원 초반대, 셔츠 10만 원대, 팬츠 10만 원대 중반이다.
하바티의 ‘하우스바켄’
옷의 기본 요소에 집중하는
하바티는 2017년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 현재 아메리칸 캐주얼, 밀리터리 베이스 브랜드를 수입해 소개하고 있는 편집숍이다.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는 편집숍으로 자리 잡고자 제품의 원단과 만듦새에 초점을 둔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화려한 패턴의 브랜드는 전체 비중의 10%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
하바티가 전개하는 ‘하우스바켄’은 옷의 기본 요소인 좋은 품질의 원단과 수준 높은 가공을 최우선으로 두는 브랜드다.
특색 있는 스타일보다 아메리칸 캐주얼에서 거친 느낌을 거둬낸 스탠더드 제품을 선보인다.
아우터, 롱슬리브, 티셔츠, 치노 팬츠 등을 전개하고 주력 아이템은 티셔츠로 가격은 아우터는 20만 원대, 팬츠 15만 원대, 셔츠류 10만 원대다.
티셔츠 4만 원대다. 특이한 점은 편집숍 PB는 신규 고객의 수요가 높은 반면 ‘하우스바켄’은 오랜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PB 규모를 무리하게 키우지는 않는다.
신선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존 편집숍의 색을 지키기 위한 운영 방식이다.
제품은 소량만 생산하고 유통은 자사 매장 중심으로 판매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고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앞으로 하바티가 추구하는 색을 더해 구색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오프라인에서 진가 드러나는 숍브랜드
매장과 제품을 함께 경험해야
편집숍 PB의 성공 사례로 잘 알려진 나라는 일본, ‘빔즈’ ‘쉽스’ ‘유나이티드애로우즈’가 대표적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유통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로드숍이나 자사 매장 등 오프라인이 중심이 됐다. 현재는 백화점에서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숍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곁들인 시도도 주효했지만 일본의 소비문화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는 점. 그에 반해 국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의 의존도가 크기에 편집숍, 그 편집숍 자사 매장에서 유통하는 PB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일본의 편집숍이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PB 제품력뿐만 아니라 공들인 편집 물품과 함께 소개해 특별함을 전달했기에 가능했다.
편집숍의 PB 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검색창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는 편집숍의 분위기까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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