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웨어는 트렌드 그 자체…스토리가 없는 브랜드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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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작성일 2023년 08월 07일 프린트본문
<박인동 브라운브레스 대표>
여성복 시장 기린아에서 스트리트웨어 씬의 큰형님까지
박인동 대표가 쓴 ‘브라운브레스’ 부활기
젊음 가득한 에너지를 품은 시장,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문화 확산과 맞물려 온라인 유통채널을 기반으로 급팽창하며 진입 브랜드 수 또한 많은 시장.
지금은 한 장르로 비중 있게 자리 잡은 시장. 그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도 2006년 론칭해 올해 17년차를 맞은 1세대 스트리트웨어 ‘브라운브레스(brown breath)’가 있다.
하마터면 브랜드 생명이 끝날 수 있었던 위기를 극복해 내고 코로나 팬데믹의 파고를 타넘으며 지난 3년 연속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올 여름 시즌도 펄펄 끓고 있다. 브라운브레스 로고가 프린트 된 화이트 티셔츠의 경우 4만 장을 생산했는데 7월 24일 현재 소진율 80%에 이르고 있다.
올 여름 시즌 투입된 반소매 티셔츠만 10만 장 가량, 역시나 소진율 70%를 넘긴다.
또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내세운 중성적 느낌의 루즈핏 데님 청바지와 CVC 조거팬츠 역시 고효율을 자랑한다.
통합 소진율은 66%.통상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고급 여성복 브랜드의 시즌 소진율이 60%만 넘어가도 상당히 양호한 실적으로 여기는데, 리즈너블 가격대의 캐주얼 브랜드가 시즌 정상 소진율이 70%에 육박하고 일부 아이템은 80%를 넘긴다는 것은 꽤나 놀랍다.
게다가 가격정책도 꼼꼼하게 펼쳐 10% 정도의 시즌 오프 할인율만 유지하고 있어 수익률 또한 상당히 탄탄하다.
2006년 4명의 청년 사업가들이 의기투합해 론칭, 로고 백팩이 대학생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홍대 상권이 스트리트 웨어의 요람으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브라운브레스.
하지만 다수의 인디 브랜드가 그렇듯 안타깝게도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며 십 여 년 만에 브랜드 존폐의 기로에 섰었다.
2019년 봄, 당시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현재 전개사인 당당의 박인동 대표다.
박인동 대표가 이끄는 브라운브레스는 올해 연매출 200억 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인수 후 만2년 만에 흑자전환, 2021년 60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10억 원으로 거의 더블 신장했다.
작년까지는 자사몰과 무신사, 두 개 온라인 채널과 전문 편집숍을 중심으로 유통을 전개했고 지금은 홍대 플래그십스토어와 제주 대리점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등 대형 유통점으로 확장했다.
여전히 대형 유통의 입점 요청이 쇄도하지만 타깃 소비자가 모이는 입지와 수수료율 협상이 가능한 쪽으로만 네트워킹하고 있다.
<브라운브레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천재일우(千載一遇), 드라마틱한 M&A
보통 잘나가는 독립 브랜드, 특히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수장이라 하면 20~30대, 많아야 40대 초중반의 패션 디자이너나 마케터를 떠올리기 십상이나 박인동 대표는 회갑을 막 넘긴, 그야말로 베테랑 전문경영인이다.
단일 매장 하나 없이 사그라들고 있던 1시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어디에서 재기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일까.
“2017년까지 본부장으로 재직했던 플랙에서 퇴사하고 2018년도 한 해는 가평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려고 나름 바빴습니다.
그러면서 당당의 모기업인 두진양행의 이욱희 회장하고 마음이 맞아서 조금 일을 도와주게 됐어요.
두진이 홈쇼핑 채널에서 진브랜드 ‘얼진’ ‘리쿠퍼’ 라이선스 전개를 하며 굉장히 잘 되었다가 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한 70억 가량, 60만장 정도 재고가 쌓이게 됐던 거예요.
이를 저의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해소시키게 됐고, 그를 계기로 브랜드 사업을 제안해 두진과 손을 잡게 됐고 저와 두진이 20:80으로 투자해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모든 상황이 너무 우연이고 드라마틱한데, 그때 백화점 헤드 바이어로 있던 후배 한명이 느닷없이 ‘형님, 좀 봅시다’하고 찾아왔어요.
저보고 ‘형님 브라운브레스 한번 맡아서 해보지 않을래요?’ 그래요. 부채를 갚아주고 브랜드를 인수하면 안 되겠느냐는 거죠.
정말 당시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요, 나한테 이런 찬스가 오는구나. 그 자리에서 인수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죠.”
이후 인수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론칭 멤버인 이지용 CD가 합류해 브랜드 재건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스토리가 없는 브랜드는 죽는다박 대표는 2010년 경 브라운브레스의 존재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브라운브레스가 자사몰을 하면서 감도가 되게 괜찮은 가방들을 내놔서 대학생들이 백팩에 열광을 하고 있었어요. 홍대에서 작은 주차장 같은 곳에서 패밀리 세일을 한다고 그러면 막 줄이 저만큼 서있고.
<브라운브레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로고 플레이를 너무 잘하고 지금으로 치면 틱톡 영상 같은 UCC를 가지고 홍보하고 태극당하고 콜라보도 하면서 옷하고 백팩을 서브 컬쳐 쪽으로 풀어서 마케팅을 하는데 ‘와, 저거다. 쟤네들 진짜 플레이 잘한다, 옷 잘 만들고 감도 높고 마케팅까지 잘한다,
저 브랜드는 성공할거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백화점에서도 콜해서 입점하고 가로수길도 가고 그랬는데 확장이 잘 안 되었어요.
홍대 문화에선 통했던 이 트렌드가 다른 곳에선 너무 빨랐던 거죠.”
박 대표는 2010년 당시 오리 캐릭터 플레이로 유명세를 떨쳤던 ‘팬콧’ 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2010년도에 팬콧이 자사몰을 종합 패션몰로 키우고 있었는데 그때 젊은이들이 어떤 감성으로 가는지, 온라인 시장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막 무신사가 폭풍 성장을 하기 시작하기도 했구요. 2011년 말에 플랙 본부장으로 합류하면서 플랙을 온라인, 무신사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세게 풀었어요.
이제는 온라인의 시대, 마케팅의 시대라는 판단을 했거든요. 청바지를 좋아하고 독일 유학 중인 디자이너 등이 모여서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로 설정하고 유럽에서 먼저 상표 등록을 한 후 국내로 역진출 하는 것으로 스토리텔링을 하자, 오렌지색 백택(back tag), 그것만 보면 플랙이다 하고 알 수 있게끔 스토리텔링을 하고 마케팅을 풀어보자,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죠.”
이런 플랙의 스토리텔링은 ‘디젤매니아’라는 굴지의 패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구매후기가 엄청나게 확대 재생산됐다. 거기에 남녀 불문 대유행한 스키니진 열풍을 타고 금새 오프라인까지 유통 볼륨을 확대할 수 있었다.
“브랜드는, 패션은 이제는 스토리가 장악을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스토리가 없고 근간이 없으면 패션은 죽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하기 시작했고 온라인에서 띄우고 오프라인으로 끌어준다는 원칙을 세워 실행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브라운브레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신의 한수’가 된 댄스팀 협찬, 그리고 로고플레이
브라운브레스의 리빌딩을 위한 핵심 마케팅 전략도 스토리텔링으로 잡았고, 첫 번째 키워드는 로고 플레이로 정했다.
“브라운브레스 로고가 워낙 예쁜데다가 트렌드도 맞물렸으니 로고플레이를 하자 했죠. 분명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전략은 2011년 엠넷에서 방영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라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의 선풍적인 인기와 맞물려 효과가 폭발했다.
댄스그룹 홀리뱅 등 댄서들에게 브라운브레스 옷을 입히기 시작했고, 한예종과 서예종에서 주최하는 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거기에 더해 홍대 등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댄스그룹, 중고등학교 댄스팀에 제품과 먹거리 협찬에 나섰다.
댄서들의 열정과 대중의 주목, 스폰서십에 대한 고마움으로 자발적으로 나서준 댄서들의 홍보활동 덕분에 브라운브레스는 진짜로 스트리트 컬쳐의 중심에 선 브랜드가 되어 갔다.
또 하나, 역시 디젤매니아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입소문을 타고 브라운브레스의 로고를 알리는데 큰 몫을 했다.
당연히 브라운브레스 로고가 들어간 태그 티도 불티나게 팔렸고 매출을 끌어올렸다.
여성 팬덤, 성장에 불을 지피다브라운브레스의 리빌딩 전략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 팬덤의 힘이 크다.
“브라운브레스는 후드 티와 통 넓은 바지, 타투 등으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힙합 스타일, 절대다수 아이템이 오버 핏이에요. 근데 이 트렌드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까지 점령했죠.
패션 스타일만이 아니라 힙합 뮤직과 댄스에 여성들이 굉장한 열광과 성원을 보내면서 브라운브레스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 브라운브레스의 고객 비율은 여성이 51, 남성이 49예요. 단기간에 남성의류만으로는 매출을 올리기가 힘들어요.”
박 대표는 여성 팬덤의 지지와 더불어 일관된 가격정책과 품질 유지를 브랜드 성장배경으로 꼽는다.
브라운브레스는 절대 시즌 러닝 중인 아이템의 할인율을 10% 이상 가져가지 않는다.
브라운브레스 자사몰에 올라와 있는 구매후기를 보면 “원단이 짱짱하다” “옷을 몇 번 빨아도 흐트러짐이 없고 견고하다”는 이야기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브라운브레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생산과 품질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옷은 국내 생산이에요. 면목동에 있는 메인 공장이 밤새도록 돌아갑니다.”
젊음, 변할 수 없는 테마
현재 브라운브레스의 메인 타깃, 그리고 실제 중심 고객층은 18~23세다. 가장 비중이 큰 소비층은 대학생. 2006년에 탄생한 브랜드 제품을 2006년생들이 입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거의 자기 나이만큼 나이 먹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셈이다.
빠른 유행의 변화, 짧은 브랜드 생명주기가 특징인 시장에서 브랜드가 젊은 메시지를 계속 낼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동시대 젊은이가 구현하고 싶은, 소비하고 싶은 스타일을 홍대나 더현대서울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접할 수 있게 한 점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춤을 멋있게 추는 모습을 ‘짤’이라고 하는 콘텐츠에 브랜드를 녹여서 노출 되도록 한 것, 결국 우리의 타깃인 젊은이들의 감성을 읽어줬다는 게, 그런 마케팅이 주효한 거죠. 관건은 젊은 감성을 어떻게 읽어내느냐 이겠죠.”
한 가지 조심하는 부분은 젊은 감성을 유지하다 못해 소비 연령이 너무 낮아지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의 주요 소비층이 고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내려오기 시작하면 소위 ‘급식 브랜드’로 치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운브레스는 ‘감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콜라보와 스포츠 룩을 가미한 디자인 기획 등과 함께 그만큼 가격대 상향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라인 확장과 후속 브랜드 출시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장, 당연히 그 다음 스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라인 익스텐션은 스포츠 라인인 ‘STM’으로 진행 중입니다. ‘Spread The Message’가 브라운브레스의 기본 슬로건이잖아요. STM 상표 등록을 마쳤고 앞으로 좀 더 스타일 등을 늘려 증설할 겁니다.
소량 마켓테스트를 해봤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세컨 브랜드는 무신사를 통해서 티저 개념으로 아주 조금 발매해봤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피드백이 와서 잠시 스탑시켰습니다. 아직 공식 론칭까진 시간이 남아있거든요”
브라운브레스의 후속 브랜드는 ‘노그리드(Nogreed)’. 30대 후반~ 40대 초반을 메인 타깃으로 잡은 ‘잘 만든 비즈니스 캐주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옷을 아는 어른들의 캐주얼이 빈 시장이죠. 맛보기로만 살짝 보여줬는데도 판매가 너무 잘됐고, 역시 로고가 너무 예쁘기 때문에 잘 활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 계획은 타진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미 중국에서 홀세일로 가져가고 있고요. 앞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나가게 될 것 같아요.
이번 S/S 시즌부터는 영국 편집숍 바이어에게도 발주가 나갔고, 일본 바이어들은 계속 접촉하고 있는데 무리 없이 일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지금 정도면 투자 제안이 꽤 있을 것 같았다. 모기업이 있긴 하지만 투자 지분이 적지 않은 박 대표가 오너 기업과 다름없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 저 사람 투자하겠다고 많이들 제안하긴 합니다. 얼마에 살 테니까 브랜드를 가지고 오라, 이 정도 컸고 지분도 있으니 대주주 설득해서 어느 정도 엑시트하면 밀어주겠다,
소프트웨어 갖고 있는 똘똘한 애들 몇 명 데리고 나와라. 사실 지금의 저에겐 브랜드 하나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내 돈 가지고 사업하는 것이 맞죠.”
<브라운브레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사장으로 산다는 것
인터뷰 말미, 조심스럽게 젊음의 상징과도 같은 복종,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제품으로 풀어내는 일이 어렵지는 않은지 질문했다.
사실 무례한 질문 일 수도 있었다. 은연중에 나이와 사업을 연결 지어 브랜드의 감성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느냐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단 번에 시원한 답을 해 주었다.
그는 “스트리트웨어는 회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트렌드가 만들어 주는 옷”이라고 했다.
“작품이 아니잖아요, 사실 스트리트는 패션 장르가 아니라고 보는 거예요. 그냥 트렌드 그 자체, 트렌드와 함께 흐르는 거라고 봐요. 너무 재미있잖아요?”라면서.
“젊은이들이 (스트리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옷을 만들어 가는 거라고 접근하기는 싫어요. BTS라는 어마어마한 콘텐츠가 한국을, 문화를 다 뒤집어놓고 바꿔버리잖아요.
패션도 지금 그런 트렌드로 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는 트렌드다, 굉장히 연속성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짧게 가지 않고 쭉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다.
하나의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팬덤이 그때그때 형성이 돼서 그 문화에서 놀다가 흥하고 사그라지고 하는 것이죠.
그러니 이 장르 하나하나를 새로 해본다는 게 재미가 없을 수가 없죠.
조금 제 자랑을 해보면 여성 커리어부터 SPA, 캐주얼, 데님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 들여다보고 공부하고 직접 요척을 내고 원가를 계산하고 작업지시서까지 다 만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일 자체는 쉬운 거예요.”
패션사업가가 된 국어선생님
사실 박인동 대표는 패션 산업에 몸담기 전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교편을 놓은 뒤엔 학원 여러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이름난 교육 사업가이기도 했다. 교육자에서 패션사업가로, 의외의 변신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패션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기는 했어요. 고등학교 때도 교복 세대인데 좀 남다르게 변형을 해서 입어보려고도 하다가 선생님들한테 신나게 맞아보기도 하고, 패션에 대한 동경이 나름 어렸을 때부터 있기는 했죠.
학원 사업을 하다가 턴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모피 사업을 알게 되면서예요. 80년도 후반 90년도 초반에 무스탕, 토스카나가 워낙 펄펄 날 때, 학원 사업으로 번 자금을 아는 선배의 모피 수입 에이전시에 좀 투자를 하게 됐던 거죠.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수익도 많이 내는걸 보면서 진짜 생짜박이로 30대 초반에 직접 원피 수입을 해서 무스탕, 토스카나를 만들겠다고 덤볐던 겁니다(웃음).
신동인물산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브랜드 쫓아다니면서 샘플 사가지고 패턴을 어떻게 뜨는 건지 바닥서부터 배워가지고 압구정동 지하에 사무실 차려놓고 거기서 직접 재단까지 배워 제품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만든 무스탕, 토스카나를 당시 명동 미도파에서 시즈너블 매장에 입점해 판매했고,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잘나가던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1997년 11월 15일, IMF 사태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원단을 수입을 해왔는데, 환율 리스크를 이겨낼 방법이 없었다. 1년을 버티고 폐업을 했다고.
“2000년에 여성 커리어 ‘이뎀’을 론칭하면서 본부장으로 합류했어요. 기회가 되려니 IMF를 겪으며 백화점 입점 문턱이 굉장히 낮아졌고, 인맥이 워낙 있었던 덕분에 잘 풀렸습니다.
2006년도까지 일하면서 이뎀을 300억 가까운 볼륨으로 만들었죠. 이어서 2007년에 우리나라에 막 글로벌 SPA 브랜드 도입되기 시작할 때 ‘파파야’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오너에게 이렇게 해보자 제안했죠.”
그가 맡은 3년, 파파야 역시 급성장했고 2010년 팬콧, 2011년 플랙 총괄 본부장을 지내며 그가 운영을 맡은 기간엔 브랜드마다 전성기를 맞는다고 해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렸다.
스트리트웨어 시장, 더 커질까?
고급 숙녀복부터 SPA, 유니섹스 캐주얼과 데님 브랜드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그의 경력과 식견으로 보는 스트리트웨어 시장의 멀지 않은 미래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골프웨어 시장처럼 7~8년 주기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대거 진입과 옥석가리기가 반복될 것인지, 스포츠웨어 시장처럼 절대 강자에 의해 좌우되는 바가 크지만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인지 등이 말이다.
스몰 브랜드가 많은 특성상 부침이 심한 업계이지 않을까도 궁금했다.
“향후에 이 스트리트 조닝을 메워줄 수 있는 장르가 쉽게 나올 수 있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우리 스트리트웨어 시장은 이제 꽃망울이 맺힌 시기가 아닐까.
아직 개화하고 만개하려면 5년 이상은 충분히,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쪽에다가 승부를 걸고 지금 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무신사 같은 플랫폼도 있고 진입 자체는 수월하잖아요.
그리고 ‘슈프림’이 직접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하고 이 시장이 다시 한 번 이슈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어떤 장르가 그런 한 나라에 들어와서 정착되기까지 한 10년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게 정착이 되고 장르가 커지려면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져야겠죠.”
자리를 마무리하며 박 대표는 오는 8월 말 개봉하는 영화 ‘닌자 거북이’와의 협업 제품 출시 소식을 전했다.
낡은 규율에 저항의 메시지를 내는 브랜드와, 뉴욕 뒷골목의 컴컴한 지하도에 살지언정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돌연변이 거북이들, 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다. 역시, 악의 없는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그것이 브라운브레스의 진짜 매력이리라.
- 이전글'하고, 레시피, 무신사, 오픈런'으로 브랜드 몰린다 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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