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화학과 무신사, 달라진 투자방식 > SPECIAL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SPECIAL

대명화학과 무신사, 달라진 투자방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 작성일 2023년 05월 30일 프린트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대명화학과 무신사, 달라진 투자방식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패션 스타트업이나 온라인을 주 무대로 하는 스몰브랜드들의 꿈은 투자 유치였다. 온라인 세상이 활짝 열리며 자신이 만든 브랜드가 온당한 평가를 받고 합당한 투자를 받아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는 희망과 열망이 있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기업이 대명화학과 무신사다.

 

대명화학은 권오일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스몰브랜드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무신사는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자사 플랫폼에서 성장가능성을 보인 유망 브랜드에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보수적인 패션 업계에 새로운 개념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특히 이 투자를 바라본 많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가세하게 되었고 새로운 패션 생태계가 조성됐다. 

 

이들의 방식은 기존 투자와는 결이 달랐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혹은 엑시트를 목적으로 한 단순 투자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스몰브랜드 육성을 목적으로 했으며 대개 성공으로 이어졌다. 

 

결국 기존 브랜드나 혹은 스몰브랜드에게 대명과 무신사는 국내 패션 대기업보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거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의 패션 투자는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스몰브랜드에 투자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희소성도 사라졌고, 더 이상 업계의 핫이슈도 아니다. 이젠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 혹한기가 찾아왔다. 

 

그럼에도 패션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과거에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면 현재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다. 

 

성장성과 미래가치는 기본으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투자의 중요 요소가 된 것이다. 이는 패션 투자의 거대 산맥인 대명화학과 무신사의 방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미래가치가 투자의 주된 영역이었다면, 최근에는 대표 혹은 디렉터의 사람됨을 보는 경향이 커졌다. 투자를 유치한 기업 대표들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명화학과 무신사, 달라진 투자방식

<대명그룹 본사>

 

 

투자의 변화가 감지됐다

대명화학과 무신사의 투자방식은 머리를 띵하게 만들 정도로 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왔던 사업 육성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스몰브랜드들에게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대명화학이 지금까지 투자한 패션기업만 해도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브랜드로는 200개 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명의 핵심 사업구조는 대명화학과 어센틱브랜즈그룹, 두 개의 지주사로 나뉘어 있다.

 

패션 관련 계열사들은 어센틱 쪽으로, 대명화학은 코웰패션, 모다이노칩 등과 함께 일부 패션 브랜드들만 산하에 두고 있다.

 

대명의 초기 투자방식은 주축 계열사인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패션플러스 등이 투자 중심이 됐고, 지난 몇 년 간은 중소 계열사들이 중심이다. 

 

중소 계열사들이 인수나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자회사를 두는 형태.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투자할 브랜드를 발굴했었다. 대명의 자랑거리였던 지역 총판식 투자방법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물론 인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하고엘엔에프와 레시피그룹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각각 30~40여개 가량의 브랜드 혹은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닥’ ‘말본골프’ 등 신규 브랜드 사업으로 성공한 하이라이트브랜즈까지 3개사가 그룹 내 발언권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다.  

 

대명의 투자방식 변화는 쉽게 요약하자면 ‘자금 회수’다. 즉 이미 투자를 받았거나 신규 사업을 진행했던 여타 법인의 경우 더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각각의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투자로 이익을 내려는 것이 아닌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를 하겠다는 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가 절실한 브랜드 입장에서 자금 수혈이 끊어질 경우 더 이상 브랜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명화학의 투자정책 변화가 과거 인수한 ‘키르시’의 경영권 분쟁에서 촉발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대명은 인수 이후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일련의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그동안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 차후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정책으로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에는 인수한 브랜드의 효율적 운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이는 고스란히 투자사의 이윤과 연결됐다. 이는 투자의 방향성이 바뀌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수 혹은 투자한 브랜드를 판교로 집결시키는 이유도 관리의 일환이다. 

 

판교 본사로 사무실을 이전함으로써 감시, 감독이 용이할 뿐 아니라 이전에 따른 고용감소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즉 비용 절감효과도 가져오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명화학의 초기 내세운 젊은 패션인을 위한 엔젤투자 기조는 막을 내렸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스몰브랜드로의 투자’라는 2막이 오른 것이다. 

 

초기와는 다른 정책이 이어지면 인력이탈 현상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즉 초기 투자 사업에 참여하거나 인수된 브랜드에게는 자신들의 입장과 다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처음 약속된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회사와 회사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괴리감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대명화학이 스트리트브랜드들에게 투자를 시작하던 초기에 진두지휘 역할을 맡았던 박부택 씨는 독립해 새로운 투자사 오픈런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대명화학의 라이선시 및 면세, 브랜드사업 등 투자 관련 사업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모던웍스 김진용 대표도 독립했다. 여기에 2019년부터 패션계 핵심 인력을 기용, 직접 투자를 통한 브랜드 론칭도 최근에는 전무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에는 얽힌 지분관계나 직원들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는 계열사 대표는 거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지분에 관련된 일정 사항이 해결될 경우 대표직을 물러나는 사례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명화학 입장에서는 브랜드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옥석가리기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특히 브랜드를 인수하고 신규 론칭 후 3~4년 이 지난 현재, 잘나가던 브랜드의 매출액이 떨어지고 재정이 부실해 지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자선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수익이 나는 브랜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대명은 브랜드나 회사를 인수한 후에 되판 일도 없었고 투자 혹은 신규 론칭한 브랜드를 중단한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브랜드 수가 비대해졌고 일부 계열사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업군을 묶거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브랜드들을 결합한다는 명목 하에 계열사 내 이동도 잦아, 볼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를 받거나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의 대표입장에서, 계열사들이 가야할 궁극적인 목적지는 기업 공개다. 하지만 이것도 이익이 나야 진행여부가 가능한 법, 아직 선례도 남기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대명화학의 투자를 기다리는 스몰브랜드들은 넘쳐난다. 초기 키르시, 오아이오아이를 비롯해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대명화학 자본과의 시너지로 성공을 거뒀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대명화학이 여전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대명화학과 무신사, 달라진 투자방식

<무신사 본사 조감도.>

 

 

 직접투자 강화하는 무신사

패션 투자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무신사 역시 투자방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신사와 대명화학의 투자방향 차이는 지분 확보에 있었다.

 

대명화학은 투자할 때 대부분 50% 이상의 지분 인수를 원칙으로, 즉 경영권 확보를 우선순위에 둔다. 반면 무신사는 경영권 확보보다는 10~20억 원 내외의 순수 투자에 집중해 왔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의 투자 정책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인수가 아니라 유망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이라며 “향후 패션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무신사는 종속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패션 관련 투자 사업을 별도로 진행해 왔다. 현재 무신사스토어에 입점된 온라인 브랜드를 포함, 50여 곳 이상에 지분 투자가 이루어져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에 만 10여 곳 가까운 기업이 무신사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

 

물론 본체격인 무신사는 1020 남성 중심의 무신사스토어 소비자층 확장을 위해 상대적으로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플랫폼인 ‘스타일쉐어’와 ‘29CM’을 연이어 인수하기도 했다.

 

또 물류, 생산, 시스템, 부동산 개발 등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투자나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즉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스몰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도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다. 무신사파트너스가 아닌 무신사가 직접 사업체에 투자하거나 스몰브랜드 지분 인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경영권을 확보하는 케이스는 드물다. 다만 10~20% 이내 지분 확보를 넘어 30~40%, 혹은 50% 이상을 인수해 종속기업으로 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신사의 종속기업은 무신사파트너스(투자), 에스엘디티(한정판 상품 판매업), 에스에스여주피에프브이(부동산개발). 무신사로지스틱스(물류), 무신사랩(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 어바웃블랭크앤코(의류 제조업)을 포함 20여개에 이른다.

 

이중 지난 2021년 인수한 어바웃블랭크앤코는 대표적 인수기업으로 꼽힌다. 무신사는 이 회사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10여개 이상의 관계기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김훈도 전 데상트코리아 대표가 독립해 설립한 GBGH에 대한 투자다. 무신사는 GBGH 지분 50%를 가지는 조건으로 1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신사는 GBGH 외에 제이엠지아이엔씨(36.5%), 텐더레이트(40%), 브랜든유니언(23.8%) 소셜그린클럽(20%) 디얼스컴퍼니(20%) 예술고래상회(49.2%)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의 투자방식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투자 기업이 무신사스토어와의 독점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무신사의 투자를 통해 동반성장한 기업들 일부가 독점계약에서 벗어나려 했고, 이 같은 상황을 소액 투자로만은 규제할 수 없어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최근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스튜디오 신당점을 오픈해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고, 성수동 지역 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무신사의 오프라인 진출이다. 무신사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사업부를 구성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부 윤곽은 올 하반기에 공개될 것으로 여겨진다. 오프라인 점포는 대도심 중심부보다는 교외 상권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대명화학과 무신사의 투자는 지난 몇 년간 패션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임에 틀림없고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요인이 더 높게 평가된다.

 

청년 사업가들에게꿈을 이룰 수 있는 시드 머니를 심어줬고, 자신의 능력만 있으면 브랜드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도 마련해줬다.

 

이는 패션업계 누구도 할 수 없는 대명화학과 무신사의 공(公)이다. 그러나 초기 스몰브랜드와 패션산업 발전을 기치로 내걸었던 앤젤의 마음이 조금은 팍팍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건 왜일까.  ​ ​ 

많이 본 FSP Article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SP 연재

POST
STAND

패션포스트 매거진

117호 117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938
어제
3,081
최대
14,381
전체
6,731,049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