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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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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희선 일본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 작성일 2020년 08월 28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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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최근 들어 ‘제3의 공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3의 공간이란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가 1989년 그의 저서 ‘The Great Good Place’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집을 제1의 공간으로, 직장 또는 학교를 제2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집도 직장도 아닌 중간지대를 제3의 공간이라 명명하였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과 직장을 제외한 나만의 공간,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편안한 비공식적 공공장소를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집과 직장의 틈새를 메워주는 제3의 공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제3의 공간에 대한 현대인들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파악하고 적용한 브랜드가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철학으로 고객들이 편안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스타벅스가 만든 워킹 스페이스 

2019년 9월에 오프한 도쿄의 마로니에 긴자점은 예약이 가능한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이다. 이 곳의 콘셉트는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하고 싶은 스타벅스’이다. 즉,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제3의 공간’을 철저하게 실현하는 곳으로 고객이 마음껏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쿄의 스타벅스는 자리가 없어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자리를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 마로니에 긴자점은 고객이 좌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보통 스타벅스와 다르게 점원이 와서 직접 주문을 받으며 이탈리안 베이커리인 프린치(Princi)를 제공, 본격적인 식사까지 가능하다. 

 

불과 몇 주 전인 2020년 7월 말에 새롭게 오픈한 긴자의 또 하나의 점포는 스타벅스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얼마나 잘 변신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 곳의 콘셉트는 ‘비즈니스 퍼슨이 집중하여 일하는 공간’으로, 스타벅스가 안경 전문 브랜드인 진스(JINS)와 협업해 만든 점포이다. 갑자기 안경 전문점이라니 의아해할 것이다. 진스는 안경형 디바이스를 통해 집중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워킹 스페이스 사업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워킹 스페이스 씽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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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랩(THINK LAB)이라는 이름의 워킹 스페이스는 진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상에서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모토로 내세우며 업무에 집중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식물을 배치해 놓고, 새소리와 물소리 같은 자연음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기온과 습도, 조명을 최적을 상태로 조절하고, 아로마 향도 사용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진스는 씽크랩이라는 워킹 스페이스를 도쿄 내 운영 중인데, 이번에 스타벅스와 협업해 씽크랩을 스타벅스 매장 내에 설치한 것이다. 씽크랩 좌석을 이용하려면 15분에 300엔(1시간 이용 시 세금 포함 1,320엔)의 별도 요금을 지불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방문하였을 때 총 17석 중 반 정도는 이미 사용 중이었다. 씽크랩 좌석 이외에도 스타벅스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반 정도 밀폐된 좌석은 주변에 방해받지 않고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2~10명까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코 워크(CO-Work) 스페이스’도 특징적이다.  

 

진스의 CE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간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이제부터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라며 씽크랩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스타벅스 재팬의 CEO 또한 “우리는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만드는 회사이다. 씽크랩이라는 공간은 일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라며 씽크랩과 협업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또한 그는 “일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오피스에 가지 않아도 되며 다양한 장소에서 일을 한다. 이곳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씽크랩과 협업하여 만든 새로운 형태의 스타벅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기획하던 장소라고 한다. 코로나를 의식하고 만든 공간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인해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는 재택근무, 유연 근무 시간제 등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고객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제안하는 스타벅스의 공간기획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오피스가 없어질 것이라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잘 설계된 공간에 대한 니즈는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재팬 CEO가 언급했듯이 이러한 틈새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고 스타벅스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스타벅스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보면 스타벅스가 얼마나 공간 마케팅과 브랜딩을 잘 하는 기업인지 느낄 수 있다. 

 

식물원 같은, 캠핑장 같은 스타벅스 

대표적인 곳은 식물과 꽃에 둘러싸인 식물원과 같은 스타벅스 매장이다. 도쿄 근교에 위치한 유원지 요미우리 랜드는 2020년 3월 꽃과 디지털을 융합시킨 디지털 식물원인 하나비요리를 오픈하였다. 온실에서 1년 내내 꽃들과 식물원을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라워 샹들리에와 디지털 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곳에 일본 최초로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선 것이다. 좌석은 식물과 꽃에 둘려 싸여 있으며, 곳곳에는 바다를 표현한 작은 수족관이 설치되어 있다. 식물로 만든 스타벅스 간판이 이 공간의 콘셉트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타벅스의 공간 <캠핑장에서 즐기는 스타벅스>


캠핑장에서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는 어떨까? 캠핑용품 브랜드인 스노우 피크는 도쿄에서 자동차로 약 3.5시간 거리에 있는 하쿠바에 체험형 시설을 오픈했다. 체험형 시설에서는 실제로 캠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스노우피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이벤트가 개최되는 등 캠핑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시설 역시 스타벅스 매장이 입점돼 있다. 캠핑용 의자를 좌석으로 사용하는 등 캠핑을 콘셉트로 매장 내부를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스타벅스는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협업하는 브랜드의 콘셉트가 공간에 잘 드러나도록 기획한다. 이것이 일본의 다양한 브랜드들이 체험형 매장을 내면서 스타벅스 매장을 유치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스타벅스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고객들을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지만 상업시설 및 체험시설과 잘 융합한 새로운 스타벅스를 경험하는 것은 고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스타벅스의 공간은 문화와 시대에 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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