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고 나가지 못할 옷은 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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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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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 작성일 2023년 05월 1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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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고 나가지 못할 옷은 팔지 않는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아이엠컴퍼니 정성묵 대표.>

 

4평 정도의 작은 가게. 2006년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일하던 스무 살 청년은 아는 형에게 매장을 건네받아 단돈 7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젊은 나이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그의 원동력은 중학교 때부터 좋은 옷을 알아봤던 안목도 한몫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장에 빼곡히 적어두었던 구체적인 목표였다.

 

‘몇살까지는 빈티지 매장을 운영하고 언젠가는 편집숍 오너가 될 거야’라고 말이다. 막연하게 옷이 좋아 고등학생 시절에는 디자인 공부도 해봤다. ‘내가 만족할 만한 옷은 평생 만들지 못하겠구나’라고 판단해 이후에는 만들어진 옷을 팔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태어나고 자란 수원에서 ‘내가 오늘 입고 나가지 않을 옷은 팔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17년을 걸어오니 자연스레 편집숍 주인이 됐다는 ‘아이엠샵’의 정성묵 대표.

 

17년 전 4평짜리 가게가 어느덧 편집숍외에도 OEM, 자체 브랜드 사업, 디스트리뷰터 등 라이선스를 제외하고는 패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엠컴퍼니 정성묵 대표를 수원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아이엠샵은 빈티지 제품 판매하는 매장에서 출발해 2012년부터 지금의 편집숍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엔지니어드가먼츠, 오어슬로우, 캡틴선샤인, 오라리 등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 애프터프레이, 언어펙티드, 홀리선, 아모멘토, 유스 등을 합쳐 100개가량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더현대서울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목동, 판교, 대구점에 입점해 있고 수원에 본점을 두고 있다.

 

편집숍이 즐비한 서울 강남, 성수와는 다르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임에도 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셀럽들이 자기 발로 찾아오는 숍으로도 유명하다.

 

수원 본점 역시 구도심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8억 원가량의 연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수원 본점>

 

대체 불가능한 아이엠샵의 시도

“모든 선택을 할 때 앞에 ‘대체 불가’라는 단어를 넣어봅니다. 이 습관은 브랜드를 바잉하거나 협업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도 지금 시간이 대체 불가할까를 곱씹어 봅니다. 

 

사실 타 편집샵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월등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본연의 색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흥행이 보장되는 브랜드도 있지만, 꼭 소개해야만 하는 재밌는 브랜드들에 더 눈길이 갑니다. 다양한 결을 가진 브랜드들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아이엠샵만의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이엠샵만의 매력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오랜 기간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들은 이름만 들어도 떠올리는 제품, 사물, 색감 등과 같은 이미지가 있다. 아이엠샵은 이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어렵지 않고 친절한 문장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브랜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에 거부 반응도 들리지만, 단순한 유통이 넘어 자신만의 브랜딩으로 제품을 소개해야 하는 편집숍의 사업 방향을 고려한다면 필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아이엠샵은 브랜드와 협업도 꾸준히 해왔다. 최근에는 일본 편집숍 네펜데스 출신의 다이키 스즈키가 론칭한 브랜드 엔지니어드가먼츠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유틸리티 재킷에는 이전에 시도되지 않은 독특한 컬러로 출시했다. 

 

그는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어떻게 하면 섹시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고민했다고 한다. 정 대표에게 아이엠샵만의 브랜딩을 묻자 단순하지만 무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패션이 가진 매력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보이도록 만들어진 ‘렌티큘러(수정체)’와 비슷합니다. 제가 아이엠샵의 색은 녹색이야, 빨간색이야 말하는 것은 오히려 색안경만 씌워드리는 겁니다. 패션은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호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아이엠샵이 제품을 소개하는 모델 사진(왼쪽)과 엔지니어드 가먼츠와 협업한 유틸리티 자켓.>

 

그림은 눈으로 옷은 입어야 제맛

아이엠샵은 2017년 춘하 시즌부터 벌스데이수트(BIRTHDAYSUIT)라는 자사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컨템포러리한 실루엣과 독특한 디테일을 담아내고 있다. 

 

최근 워즈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예일’과의 협업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엠샵은 온라인 몰에서 벌스데이수트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만의 무드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개한다”고 소개한다. 

 

실제로 벌스데이수트는 아이엠샵이 소개하는 해외 브랜드와 비교하면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옷은 결국 입는 것’이라는 정 대표의 옷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젊은 고객이나 혹은 제 친구들이 매장에 오면 가격이 높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별로 없습니다.그런 점이 개인적으로 속상했습니다. 옷이라는 게 걸어두고 보는 예술품과는 다르게 소비하고 입어줘야만 가치를 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가격의 스펙트럼 넓게 잡고, 촘촘하게 구성하고 싶습니다. 경험해보고 싶었던 옷도 있고, 구매할 수 있는 옷도 있는 것이 좋은 편집숍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물은 대표가 아닌 자신이 만족해야

‘사람 좋아봐야 월급 많이 못 주면 소용없다’ 정 대표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붙어 있는 메모다. 한 층을 더 올라가 보니 ‘매출이 인격이고 매출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즉 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정확한 사람’이라는 자신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아이엠샵이란 이름도 큰 의미가 없다고. 직접 지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솔직하고 직관적인 성격과 잘 맞아 만족한다고 한다. 친근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똑 부러지게 말할 것 같은 정 대표가 직원들과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해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자세입니다. 작은 브랜드들과 함께 서로 성장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일단 같이 크고자 하는 의지를 가장 중요해요. 

 

때문에 직원도 각자 한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으니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드백에 큰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옷을 소개하는 글이나 사진 등 모두 팀의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시안을 가져오면 스스로가 본인의 포트폴리오에 올릴 수 있는지 되묻습니다. 그게 제일 정확합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사업의 핵심은 몸집 아닌 근육

패션 사업만큼 흥망성쇠가 뚜렷한 분야가 있을까. 한 브랜드의 황금기도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빠르고 예측하기 힘든 시장이다. 아이엠샵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병렬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소개하는 브랜드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일정 수를 유지하면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브랜드 찾아 그때마다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운영은 최근 4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밑거름이 됐다. 이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 이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는 것이 정설이겠지만 아직 투자는 받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계획은 없다고 한다.

 

“브랜드와 다르게 편집숍은 숫자로만 성과를 보고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당장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재고 부담이 큰 사업인 만큼 투자도 중요하겠지만, 규모에만 꼬리 밟혀서 가다가는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파른 성장보다는 고객들이 오래 찾아주는 숍으로 크고 싶습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이엠샵'의 色

<현대백화점 목동점>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파는 일

정 대표는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파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당장 교육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컨설팅 회사를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이를 위해서는 아이엠샵이 편집숍 시장을 선도하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라고 있다.

 

“유통은 우리를 위한 일이지 사회에 이바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도 전공도 없이 700만 원 들고 시작한 가난한 친구가 이만큼 왔다는 하나의 도전의 아이콘으로 남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재는 ‘건방진 시기’라고 한다. 향후 패션 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면, 그동안의 노하우를 재능 기부 형태로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고.

 

4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해 현재의 사업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현재 이룬 것에 자만하지 않고 패션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정 대표를 매장이 아닌 강단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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