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생산 뒷받침돼야 글로벌 브랜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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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작성일 2023년 10월 04일 프린트본문
디자이너와의 선순환을 그리다
윤동휘 ‘모두의 신상’ 대표
지난달 24일 열린 ‘프리뷰인 서울’에서 20대 여성 방문객들로 북적이던 부스가 있었다. 핑크빛 부스가 인상적이었던 ‘모두의 신상’, 얼핏 이름만 들으면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의 신상은 섬유생산 및 봉제기업과 패션 디자이너의 상생 시너지를 만드는 플랫폼 기업이다.
모두의 신상을 운영하고 있는 윤동휘 모신 대표를 만나 그들이 그리고 있는 섬유생산 기업과의 공존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패션 디자이너와 섬유봉제업체의 매개체
모두의 신상(이하 모신)은 현재 패션 디자이너와 도매사업자 멤버십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 회원이 제작한 디자인 샘플을 모신으로 보내면, 이를 업로드 해 도매사업자 회원들에게서 수요를 확인하고 자금까지 확보한 뒤에 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펀딩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디자이너의 샘플 수요가 최소 수량(100장)에 도달하면 조성된 펀딩을 가지고 국내외 협력 공장을 통해 생산에 들어가는 구조다. 멤버십 가입비는 무료, 수수료도 0%다.
디자이너 회원은 크게 4가지로 참여할 수 있다. ▲디자인 이미지만 있는 경우 ▲디자인과 샘플을 제공하는 경우 ▲디자인과 샘플, 패턴까지 제공하는 경우, 그리고 직접 유통까지 할 수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제작/생산, 핸들링, 납품까지 서비스한다.
생산 여건이 없는 디자이너는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모신과 협력하는 생산 업체는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모신은 플랫폼 사업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대상으로 OEM, ODM 등 프로모션 사업을 지속해 왔다.
때문에 모신과 협력하고 있는 국내 봉제공장은 50여 곳, 그밖에 정보를 공유하는 500곳과 소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 중구 의류패션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네트워킹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신은 올 12월에 커머스 기능을 더한 B2C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로 진출시키려면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아직 준비 단계이지만 오프라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모신이 가지고 있는 협력 유통기업을 기반으로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합리적이고 질 좋은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버팀목, 최종 목표는 브랜딩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역량뿐만 아니라 제품화하는 능력, 마케팅, 브랜딩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소규모 또는 1인 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디자인 외에 다른 영역에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이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조명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모신은 협력업체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실력은 있지만 여건이 없는 디자이너들의 생존 영역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대신 생산 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기업보다 디자이너와 생산 업체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모신의 방향입니다. 모신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가 만들어진다면 대리 판매 수익과 비교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신은 신진 디자이너의 영역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영세한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어려움을 먼저 꼽자면, 색다른 디자인이나 브랜딩은 둘째 치고 제품을 어디에 내놓고 팔 지부터 문제다.
판매가는 접근성과 의존도가 높은 온라인 플랫폼의 판매 수수료를 고려해 4~5배수로 책정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낮은 공임으로 소량 생산해줄 공장은 찾기가 힘들다.
이에 생산 단가는 높아지고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량만 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생산 책임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 디자이너가 몸으로 때우는 것은 기본 옵션이 됐다.
윤 대표는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해 홀세일까지 패션 사업에 발을 들인지 15년이 됐다. 2009년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당시 규모가 큰 제도권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라도 40대가 넘으면 소수만이 살아남았다고.
회사를 나와 갈 수 있는 길은 독립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급여를 낮춰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선배 디자이너를 보고 곧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디자이너가 브랜드 사업에서 동반되는 재고 부담, 고정 지출, 공장 핸들링 등 애로사항 없이 오로지 디자인에만 몰두할 수 있는 플랫폼 ‘모두의 신상’을 3년간 고안했다.
최종 목표는 플랫폼 안에서 패션 브랜딩부터 생산, 유통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솔루션을 운영하는 것이다.
“생산 현장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봉제업의 위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원인으로 중국, 베트남과 비교해 높은 인건비도 걸림돌이지만 기술 개발의 부재도 문제다. 영세 업체를 대상으로 정부, 지자체 지원이 지속되어 왔지만 봉제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윤 대표는 영세 기업의 지원 사업은 일감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다. 생산 기업이 기술 개발의 눈을 돌릴 수 있도록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의미다.
“봉제 업체가 자발적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길 기대하는 것은 현장과의 괴리감이 있습니다. 영세한 기업의 경우에는 청년 인력의 유입이 적어 고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는 것은 70대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말과 같거든요.
일감을 전달해 기업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고 가지를 뻗게 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부가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기계를 도입하고 봉제 인력을 교육하는 방법에만 의존한다면 속도만을 늦출 뿐이지 해외 생산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탄생은 생산 뿌리가 뒷받침 돼야
윤 대표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봉제업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패션 브랜드 사업의 본질인 옷을 생산하는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패션 브랜드가 겪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옷은 반복을 통해서만 만들어집니다. 옷을 만드는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즉 수준 높은 디테일을 구현하는 작업이 사람 손에 익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글로벌 국내 브랜드가 탄생하려면 그에 걸맞은 장인 공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 공장은 비상입니다. 봉제 공장은 5장 정도의 리오더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봉제 공장의 꽃은 리오더인데 수량이 300장 이상으로 많아지면 소화할 수 있는 공장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브랜드가 해외 공장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에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어쩔 수 없이 올해 안에 공장 운영을 접는다는 사장님을 3명이나 봤습니다.생산에 있어 해외가 국내를 압도하는 것은 결국 가격 경쟁력 때문인데,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면 국내 봉제 산업은 점점 더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저희가 나서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현재 플랫폼에서 받은 주문을 국내 공장에 전달해 안정된 일감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꾸준한 관심, 봉제인들을 장인화시키는 브랜딩이 이뤄져야만 패션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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