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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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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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 작성일 2024년 05월 29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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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편집숍  ‘에이트디비젼’ 의 목표를 이야기하다

 

“지금 편집숍의 역할은 소비자와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소통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다리면 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SNS를 통해 브랜드 MD와 직접 소통을 할 정도로 

전문가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편집숍 ‘에이트디비젼’을 운영하는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의 말이다. 뉴스탠다드(오인찬, 허신구, 박상호)가 전개하는 ‘에이트디비젼(8DIVISION)’은 2011년 론칭한 의류 편집숍이다. 최근 3년간 수입 브랜드 중심 의류 편집숍이 백화점에 진입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30대에게 인기가 많은 대표적인 숍이다. 

 

‘에이트디비젼’은 현재 수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를 포함해 총 150개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독점전개권을 확보한 해외 브랜드가 6개로, 병행수입 물량은 취급하지 않고 직수입만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입점 브랜드 디렉터를 대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사몰 저널 카테고리와 SNS 계정에 소개하고 있다는 것. 짧은 코멘트 정도를 담은 숏폼 형태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영감을 얻는 것부터 디자인 과정까지 구체적인 에디팅이다. 편집숍이 직접 브랜드 PR에 발 벗고 나선 것. 

 

“편집숍은 매출을 떠나서 브랜드와 고객을 잇는 브릿지 역할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고 멋있게 조명하며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게 에이트디비젼의 목표이자 의무이기도 하구요.”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에이트디비젼’은 오픈 초기 온라인에서 빈티지 세컨핸즈 제품을 판매했다. 최근 주목받는 워크웨어, 아메리칸 캐주얼이 ‘아저씨 옷’이라고 치부되었던 때다. 초기 숍을 이끌었던 오 대표와 허신구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나이는 26살, 두 대표는 반년 씩 휴학을 번갈아 가며 학업과 사업을 병행했다. 한 제품을 판매하려고 해당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공부하며 온라인몰 상세정보를 모두 담았다. 당시 치열했던 경험이 ‘에이트디비젼’의 초석이 됐다고 한다. 

 

‘에이트디비젼’이란 이름은 허 대표가 열성 팬이었던 포스트 펑크록 밴드 조이 디비젼에서 ‘디비젼’을 착안, 순환의 의미가 담긴 숫자 8의 영어단어를 합친 이름이다. 유행의 돌고 도는 특성과 순환되는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숍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현재 PB생산을 전담하고 있는 박상호 대표가 합류하면서 빈티지 숍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편집숍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몰랐습니다. 단지 옷을 좋아해서 서울 유명한 편집숍을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정도였죠. 지금의 편집숍은 다루는 브랜드부터 이미지까지 숍마다 각양각색이잖아요. 하지만 초기에는 별반 다름없이 비슷비슷한 모습을 띈 숍들이 많았어요. 에이트디비젼 역시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죠. 그때부터 회사 내에서 기조를 새롭게 잡아 방향성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숍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순해요. ‘저기가면 새로운 게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숍을 만들고자 합니다. 고객의 마음은 우리와 같은 바이어의 입장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편집숍의 기본은 독자적인 브랜드 확보입니다. 그것이 PB이건 수입 브랜드이건 자기만의 무기를 날카롭게 벼려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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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디비젼 명동 본점>

 

편집숍과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상생하며 성장해 간다. 신진 브랜드에게는 편집숍이 첫 오프라인 유통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편집숍에게 신진 브랜드는 숍의 신선함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요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하던 브랜드가 편집숍을 통해 알려져 백화점 유통까지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이트디비젼’이 연간 소개하는 브랜드 중 국내 브랜드 비중은 20%, 앞으로 우리 브랜드, 특히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늘릴 계획이다. 

 

“일본 편집숍이 항상 부러웠어요. 그들은 취급하는 브랜드의 80%가 자국 브랜드입니다. 수익적인 면보다 그들이 일본 패션시장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고 봐요. 그게 편집숍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죠.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건 해외에서건 국내 브랜드가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었죠. 이젠 국내 브랜드로만 편집숍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중저가 브랜드들도 해외에 진출하고, 무엇보다 미래 주력 소비자인 20대 고객은 국내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거부감이 없거든요.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지금의 시기를 활용하고 후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에이트디비젼 신세계강남점>​

 

준지, 우영미, 앤더슨벨,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파프), 지용킴 등 컬렉션 기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 컬렉션에서 주목받고, 디스이즈네버뎃, 마땡킴, 마르디메크르디는 아시아권에 빠르게 진입했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오프라인 확장이 거세다.  

오 대표는 국내 패션시장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로 대량생산하는 저가 도매 브랜드의 몰락을 꼽았다. 저가 도매 브랜드보다 패션의 메인 스트림인 4대 컬렉션에서 소개될 수 있는 국내 브랜드가 탄생해 조명 받으면서 그 낙수 효과로 국내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국내 패션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디자인을 카피해서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 브랜드가 잘되는 것은 국내 패션시장 전체로 보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역 지표는 좋아질 수 있겠죠. 제대로 된 디자이너 브랜드가 해외에서 주목 받아야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수출 길도 열려 전체적으로 지표가 좋아지는 게 건강하게 성장하는 방향이 아닐까요. 이게 가능하려면 생산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해요. 스마트한 최종 소비자의 기대치에 맞춰 업계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우리와 같은 편집숍도 마찬가지고요.”

 

내 브랜드 알리는 첨병이 되자

‘에이트디비젼’은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서울 명동에 본점, 작년 9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까지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젊은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핵심 점포의 입점 제안이 다수 있지만 대구, 대전, 부산 등 거점 도시로의 확장만을 계획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진출. 국내 브랜드 중심의 숍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해외 어딜 가나 에이트디비젼이라는 이름은 그들에게 생소할 겁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소개해야 합니다. 현지화에 대한 전략이 더 명확해야 하는 거죠. 아직은 계획 단계지만 첫발은 K-트렌드의 수요가 높은 일본이나 동남아권이 될 것 같아요. 한국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수출의 역군이 됐으면 합니다.”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에이트디비젼 명동 내부>

 

‘단 하나의 제품’ PB사업의 새로운 발상

PB사업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PB는 유통업인 편집숍이 유일하게 차별점을 둘 수 있는 수단이자,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직제조 상품이기에 기획 방향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에이트디비젼’은 최근 새로운 PB를 선보였다. 지난 4월 론칭한 남성복 ‘인디비주얼 수비니어(INDIVIDUAL SOUVENIR)’다. 이 브랜드는 한 달 주기로 계절을 반영한 1~2개 제품만을 출시한다. 자사 채널에서만 유통, 초도 물량을 적게 잡고 완판한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경쟁력은 10년차 편집숍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업이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한 제품을 메인으로 발매와 콘텐츠를 함께 진행하는 형태다. 

 

오인찬 뉴스탠다드 대표 "들어서기 전의  설렘이면  충분하지 않은가요"
<클로그(왼쪽), 인디비주얼 수비니​어>

 

협업 중심인 신발 브랜드도 전개 중이다. 뮬 특화 브랜드 ‘클로그(KLOGG)’는 ‘누구나 어디서든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는 슬로건 아래 편안한 착화감과 10만 원 대의 가심비가 핵심이다. 기본 형태에 뮬 신발에 다른 브랜드의 아이피를 얹는 상품을 기획 중이다. 오는 8월 일본 아티스트 켄타로 오카와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인다. 

 

“PB는 편집숍의 새로운 사업이자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10년간 편집숍과 PB를 함께 전개하면서 내린 결론은 6개월마다 컬렉션을 선보이는 기존 의류 브랜드의 전개 방식으로는 경쟁력과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니까요. 편집숍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가진 인프라를 활용한 형태로 PB를 전개한다면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즌 별로 풀 컬렉션을 소개하는 형태보다 빠른 템포로 협업 제품을 드랍하는 전개 방식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니습다.”

 

성장의 해답은 ‘커뮤니티’에 있다

‘에이트디비젼’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다. 이는 패션 플랫폼이 성장하려면 공감할 만한 콘텐츠로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운영 방침 때문이다. 주요 타깃층인 젊은 고객에게 타격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채용 기준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현재 운영 중인 ‘태그 에이트디비젼’은 인스타그램에 ‘에이트디비젼’을 태그한 사람 중 10명을 매달 선정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참여형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또한 SNS에서 판매 직원들의 모습을 지속 노출해 고객과 연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브랜드 스토리를 담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 온라인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에이트디비젼을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는 채널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에요. 예를 들면 ‘빔즈’죠. 빔즈 보이, 인터내셔널 갤러리 빔즈, 모두 보여주는 카테고리가 다르잖아요. 이처럼 다양한 B2C채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사 제품의 비중을 높이면 건강한 구조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빔즈처럼 자국 브랜드 위주로 운영하고 싶어요. 빔즈는 일본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거든요. 국내 브랜드 제품이 많이 녹아들어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드는 것, 목표라기보다는 이상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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