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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세터 대표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해답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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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섭 기자 (ws@fpost.co.kr) | 작성일 2024년 05월 27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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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세터 대표 

 


 

고객들과 직접 소통, 팬덤과 연대 만든다

론칭 3년만에 550억 매출 목표

레시피와 손잡고 더 빠르게 달린다

@play_saturday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12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알림이 울린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나둘 댓글로 질문한다. 이들의 관심사는 신상품 발매나 팝업 일정 등이 아니다. 댓글에는 브랜드, 콘텐츠 전개 노하우 같은 사뭇 진지한 질문이나 팀 내 분위기, 일과 같은 소소한 뒷얘기를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참여한 사람도 질문도 다양하지만 라이브 방송 분위기를 보면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 

 

호스트가 앞으로 보여줄 무언가를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것.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깜짝 라이브를 진행한 컨템캐주얼 ‘세터’의 손호철 대표의 이야기다. (play_saturday는 손 대표의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이다.)

 

2021년 춘하 시즌 론칭한 세터는 느슨했던 TD캐주얼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온 브랜드로 불린다. 남성복 리조트 캐주얼 웨어로 시작한 세터는 빠르게 규모를 확대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해 350억 원 돌파, 올해는 하반기 오프라인 매장을 24개 점까지 확대해 550억 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세터의 주변에는 팬덤이 있다

세터의 성장동력은 팬덤이다. 젊은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와의 일종의 연대를 만들어낸다. 이 연대의 핵심은 공감이다. 콘텐츠 소비에 능한 젊은 세대인 만큼 콘텐츠에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브랜드 대표가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손 대표는 보고를 거친 설문 조사 데이터보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를 믿는다. 주 1회 고객들과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런치 세터’ 시간을 가질 정도다. 인스타그램으로 신청만 하면, 누구나 브랜드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손호철 대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스타그램 하나면 누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SNS가 시대의 주인공을 상품이나 브랜드가 아닌 사람으로 바꾸었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나 유명 인사가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이제는 사람이 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SNS를 통해 PR에 직접 나선 것은 사업 초기 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저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30대에 브랜드 대표로 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커리어이기도 하고, 쉽게 경험할 수없는 일이죠. 제 삶의 멘토인 분이 ‘배운 것을 남에게 나눠주어야 함께 할 세대가 생기고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거창한 얘기보다는 매일 배우는 것들을 고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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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에서 열린 세터의 더 티셔츠 팝업>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든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백화점이나 로드숍에 운영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물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오픈부터 매장 운영까지의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세터는 이 같은 오류는 비껴갔다. 론칭 3년 만에 오프라인 시장까지 빠르게 안착했다. 2022년 성수 플래그십스토어, 작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데 이어 이달 23일 오픈한 수원 롯데몰까지 합하면 현재 15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성수동에서 진행한 레코드 숍 콘셉트 티셔츠 팝업스토어는 주말 기준일 평균 매출 4천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오프라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뾰족한 상품 기획과 오프라인 매장 속에 숨겨진 여러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세터의 대표 아이템은 니트, 가디건이다. 판매 기간이 길게는 8개월이나 되는 시즌 리스 제품들이다. 봄과 겨울 긴 호흡으로 전개할 수 있는 상품군을 코어 아이템으로 가져가 롱런할 브랜드 모델을 구축한 것. 이에 저가 상품이 강점인 온라인 브랜드보다 객단가를 높게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주요 고객인 MZ 세대의 유입이 많은 오프라인 거점을 빠르게 선점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이 아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 기획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럼 판매가 부진해도 어떤 데이터라도 얻을 수 있거든요. 판매가 부진해도 1의 데이터라도 얻을 수 있거든요. 이는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제품을 출시해 물량으로 오프라인에서 승부를 본다면 결국 그 회사의 무기는 매장을 늘리는 것밖에 남지 않거든요.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 스투시는 매장 확장과 더불어 좋은 협업을 적기 적소에 시도했습니다. 바로 그 점이 팬덤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니즈를 정확하게 짚어주면서 규모 확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달 레코드 숍을 모티브한 티셔츠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5월부터는 반팔 티셔츠밖에 팔 수 없잖아요(웃음). 우리가 판매할 제품을 고객에게 제안했을 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면 브랜드만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요.”

 

세터만의 콘텐츠 유니버스 구축

세터는 내부에 별도 팀을 두고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채널 홍보가 아닌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 유니버스 구축이 목표다.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다. 제품 출시에 맞춘 콘텐츠 기획이 흥미롭다. 

 

세터 콘텐츠 팀은 발매일 전후로 일주일간 각각 사전 콘텐츠와 백업 콘텐츠를 준비한다. 사전 콘텐츠는 스포일러와 룩북 이미지 등 발매 제품의 일부 모습만이 담긴 콘텐츠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함이다. 이어진 백업 콘텐츠는 발매 후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선정해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백업 콘텐츠는 구매한 고객의 스타일링을 반영해 고객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세터 공식 계정에 일주일간 게재되는 콘텐츠 수는 3~8개. 이달에는 30개(22일 기준) 콘텐츠를 제작했다. 세터는 성수동 인근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콘텐츠, 비주얼 팀이 전담해 3~4개월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내부 공간 콘셉트 변화를 주어 체험형 매장의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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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더현대서울점>

 

레시피그룹과의 운명적 만남

“브랜드가 아닌 회사를 만든다”

세터는 2021년 론칭해 레시피그룹의 투자를 받고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이어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년 합병을 마치고 볼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와 투자자의 협력은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자금력이 투입되고, 물량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며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들이 목말라하는 바로 그 부분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레시피그룹과의 만남은 세터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됐다.

 

“세터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제 방향성은 ‘브랜드가 아닌 회사를 만든다’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레시피그룹 주시경 대표와 저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만든이는 마치 브랜드가 자식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렇기에 이를 인정해주는 고객에게만 초점을 두고 천천히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뛰지 못하면 규모를 확장할 수 없어요. 브랜드의 수명은 무한하지 않으니까요. 세터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고 그 제조력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두 번째 주자로 뛸 수 있는 브랜드를 새롭게 발굴해야 건강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합병을 추진해 필요했던 자본과 인력을 확보하고, 서로의 공백을 함께 채워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Next step?

세터는 올해 오프라인 유통 효율화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다. 올 해 국내에서 자리를 탄탄히하고, 내년에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다.해외 시장 진입은 초반부터 손호철 대표가 직접 나선다고 한다. 먼저 해외 진출 전 다양한 라인업으로 고객의 저변을 확대해 내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세터는 세컨 브랜드고 생각하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보다 해외 라이센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책임을 미루는 순간, 권한도 넘어간다” 손 대표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다. 브랜드 수명이 영원하지 않다고 말한 만큼, 자신의 자리도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업계의 비정한 이면을 담은 듯하다. 손 대표는 겸손했다. “다른 대표들과 얘기를 나눌 때면 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심시간을 비워 고객을 만날 때도 이 같은 태도의 변함은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고객들이 즐거워 할까요?’라고 직설적으로 질문하기도 한다. 더 많이 듣고, 그를 브랜드 운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누군가 단기간에 성장한 세터의 비결을 묻는다면, ‘그는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답변이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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