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의 넥스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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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작성일 2021년 05월 18일 프린트본문
LVMH그룹의 전략이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루이비통과 디올이 앞에서 이끌고 있기는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이탈과 매각 등으로 인해 이 명품 그룹의 포트폴리오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LVMH가 보유했던 브랜드들이 많이 떠났다.
크리스찬 라크르와, 도나 카란, 마이클 코어스(지분 33% 보유) 등의 브랜드들 뿐만아니라 가수 보노와 함께 설립한 에둔 프로젝트를 비롯한 75개의 협업 진행을 모두 중단했다.
슈즈브랜드 니콜라스 커크우드를 해고하고 리한나와 함께 준비한 펜티(Fenty)의 패션 브랜드 작업도 무기한 중단시켰으며, 셔츠 토마스 핑크도 영업을 중단했다.
LVMH 미국 법인의 폴린 브라운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작년에 집에서 부엌을 치우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그룹은 브랜드를 쇄신하려는 노력이 더딘 디자이너들을 빠르게 교체했다.
지난 4월,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3년 만에 Givenchy를 떠났다.
올 봄, 벨루티의 디자이너 크리스 반 아슈와 겐조의 펠리페 올리베이라 세프티스타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브랜드는 팔고, 디렉터는 바꾸고
버나드 아르놀트 LVMH 회장이 별도로 운영 중인 소형 가죽제품 브랜드 ‘모이낫’도 디자이너 라메쉬 나이어를 내보내고 새로운 디렉터를 영입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브랜드의 선택이 분명하고 돈 많은 고객들이 명품으로 몰리면서 명품과 일반 브랜드들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LVMH의 루이비통,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의 매출은 에르메스, 케어링그룹의 구찌 등 경쟁사들과 함께 급증했고, 발렌티노, 끌로에, 토즈 등 중소 경쟁사들은 점유율이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450억 유로(550억 달러)에 달했던 LVMH그룹에서는 수십 개의 상점에서 수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브랜드라도 루이비통이나 디올 같은 대형 브랜드 만큼 경영진의 관심을 받지 못해 운영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분석가들은 작은 브랜드들이 거대 명품 그룹들 소속으로 있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몰 브랜드들의 경우 확장하기가 까다롭고 경영진의 집중력이 분산되고, 그룹의 수익성이 더 높은 핵심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미국 주얼리 티파니(2019년 44억달러 매출)나 호텔그룹 벨몬드(2018년 매출 5억5000만달러)처럼 최근 LVMH가 인수한 규모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자산이 얼마나 크고 화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LVMH는 이제 완전한 인수보다는 가브리엘라 허스트나 매드 해피와 같은 신진 브랜드에 투자하는 럭셔리 벤처스 펀드와 같은 곳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매각과 디자이너의 교체 등 LVMH가 변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 접근법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서도, 소규모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아예 등한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LVMH 그룹의 소규모 브랜드를 관리해 온 패션 경영자 시드니 톨레다노는 크리스찬 디올 꾸뛰르를 확장하고 20년 이상 동안 근무해오다 퇴임한다.
LVMH는 5월 3일부터 톨레다노의 후임으로 세포라의 길리엄 모테(Guillaume Motte)를 임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LVMH가 아직도 소규모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브라운은 “버나드 아놀트 회장은 강력하지만 선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밀리오 푸치 같은 일부 인수는 그룹이 이들을 회생시키기 위한 올바른 공식을 적용하는데 일부 시간이 필요한 반면 다른 인수들은 높은 수준의 투자와 지원을 계속 받고 있다.
기다려주는 LVMH
스타 디자이너 헤디 슬리만(Hedi Slimane)을 통해 셀린을 리부팅하기 위한 투자가 처음에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지만, 모노그램 캔버스 라인 신규 판매가 시작되면서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힘든 시작에도 불구하고, 피비 필로의 지적인 분위기보다 더 많은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슬리만의 상업적인 전략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로에베 역시 회복 중이다. 스페인산 고가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서브 브랜드 ‘폴라의 이비자(Paula’s Ibiza)’를 통해 선글라스, 지퍼백, 스마트폰 케이스, 넥타이, 티셔츠 등 접근성이 좋은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방시(Givenchy)는 그룹의 1분기 실적에서 언급되지 않은 유일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
지방시의 새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는 코로나 기간 동안 합류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패션쇼를 펼치지 못했으며, 그의 합류가 반향을 일으킬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 리카르도 티시 디자이너의 퇴장으로 패션 사업이 하락세를 겪는 와중에도 지방시의 향수 사업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방시에 대한 LVMH의 목표는 분명치 않지만, 브랜드 소유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레노블 경영대학원의 이사벨 차보드는 “버나드 아놀트가 정말로 브랜드를 믿는다면, 그는 기꺼이 기다릴 것이고,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재정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LVMH는 비록 오늘날의 경쟁적 환경 때문에 확장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통과 장인 정신으로 작은 명품 라벨을 잘라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과 툴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몇몇 브랜드는 이제 스타 기성복 디자이너를 임명하고, 수십 개의 소매점을 열고, 핸드백에 사업을 다시 집중시키는 다소 획일적인 플레이북에서 벗어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각 브랜드의 상황에 맞는 전략
에밀리오 푸치는 2017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없이 운영되고 있다.
브랜드는 이따금씩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원하지만 리조트웨어에 보다 초점을 맞춰 제품을 재배치하고 네트워크를 펼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파스텔 실크 드레스와 스카프는 파리 애비뉴 몬태뉴의 카프리보다 마이애미에 더 잘 어울리는 것과 비슷한다.
베르나르 아르노의 아들 앙투안(Antoine)이 2011년부터 최고 경영자로 있는 벨루티는 당장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파리의 최고급 정장 제조업체인 ‘아니스’를 인수했던 벨루티는 확실한 유산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겐조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화려한 보헤미안 드레스를 포함한 펠리페 올리베이라 세프티스타의 코드는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프리미엄 의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디렉터를 물색 중이다.
LVMH는 2016년 도나 카란을 매각한 뒤부터 겐조처럼 가격대가 다소 낮은 브랜드들에 대한 의지가 불분명해 졌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브랜드가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가시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는 마침내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LVMH는 지난 1월 투자설명회에서 “5년간 손실을 본 후 2020년에 수익성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운은 “LVMH가 패션 분야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은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기업보다 더 큰 브랜드’를 인수했을 때”라고 말했다.
옛날의 방식은 버린다
물론 지방시와 셀린느도 효과는 있었다.
디자이너들의 메시지가 패션 시대정신과 일치했을 때 가능했다.
그러나 리한나의 펜티(Fenty)와 같은 신생 프로젝트 처럼 처음부터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재구축해야 하는 경우에는 로드맵이 명확하지 않다.
사라진 패션 브랜드 파투(Patou)를 되살리기 위한 시도가 2020년 3월 디자이너 기욤 헨리의 첫 방송으로 시작됐다.
데뷔가 시기적으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론칭은 온라인과 백화점들로부터 초기 관심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너무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서 주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아르놀트에게는 결코 규모가 확장되지 않는 브랜드도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많은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은 여러 광고 채널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마케팅 요금, 혹은 매력적인 임대료와 새로운 쇼핑몰의 주요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 고용을 창출함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있게 된다.
헤디 슬리만은 셀린의 리부팅 관련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LVMH의 약속을 믿고 3년 만에 복귀했다.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는 루이비통에서 디올로 옮긴 뒤 펜디 여성복까지 맡았다.
“많은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이 LVMH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그룹의 자금력은 그들이 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하고, 밀고 나갈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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