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경쟁에서 제값 다 받는 상세페이지 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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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홍희 와디즈 콘텐츠 에디터 (honghee.choe@wadiz.kr) 작성일 2022년 09월 26일 URL 복사본문
많은 지표들이 경기 불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패션 업계는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안 먹으면 큰일 나는 밥은 규모를 줄이더라도 소비를 안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옷이나 가방, 신발은 안 입고 안 신어도 조금 춥거나 더울 뿐, 큰일이 나지는 않죠. 그래서인지 경기가 어려워지면 고객들이 가장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영역이 의류와 잡화 쪽이 아닌가 합니다.
슬슬 최저가를 내세우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심리에 변화가 생기면 발 빠르게 반응하는 영역이 바로 상세페이지입니다.
내 상품에서, 경기 불황의 터널에 들어서는 고객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상세페이지를 개선하는 방식인데요. 이 때 많은 브랜드, 판매자분들이 강조하는 게 가격입니다.
‘파격가 1만 원대’처럼 가격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본품보다 많은 사은품, 증정품을 강조하며 ‘이런 데도 안사고 배겨?’와 같은 판매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상세페이지 트렌드가 가장 빠르다고 자부할 수 있는 와디즈에서도 가격 혜택을 앞세운 펀딩 프로젝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1만 원 대부터 3만 원 대까지, 가격 혜택을 앞세워 진행 중인 펀딩 프로젝트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이나 상세페이지 구성은 일단 쉽습니다.
‘얼마로 가격을 낮췄다’고 어필하는 콘텐츠 정도만 추가하면 되니 20분이면 끝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직관적이죠.
우리가 얼마나 고생해서 제품을 만들었고 부자재의 퀄리티에 어떻게 집착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하지 않아도 고객의 구매 욕구를 바로 자극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방법, 우리의 생존에는 치명적입니다.
최저가를 내세우면 언젠가 필패(必敗)하는 이유 2가지
첫째, 당연한 이야기지만 출혈 경쟁입니다. 경기 불황에서 살아남고자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최저가를 내세우지만, 그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발송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마진이 크지 않다면 우리의 생존은 더 불투명해질 뿐입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잘 팔릴수록 손해인 거죠. 미끼 상품으로 하나쯤 최저가를 내세워 판매를 할 수 있겠지만, 돈이 되는 다른 상품까지 같이 구매하는 비율이 기대보다 낮은 자승자박의 위험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 고객들, 엄청나게 깐깐하고 똑똑하죠. 10원이라도 저렴한 브랜드나 하루라도 배송이 빠른 판매자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우리를 떠나갑니다. 다시 돌아올 확률은 크지 않고요.
둘째, 한 번 새겨진 ‘세일 많이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혹시 유튜브 채널 <네고왕>을 아시는 분들 계신가요? 브랜드를 찾아가 큰 폭의 할인 행사를 ‘네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네고왕>이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비건 뷰티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D브랜드는 최대 65%의 할인을 단행했지만 고객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세일 많이 하는 브랜드, 1+1 자주 진행하는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죠.
D브랜드는 <네고왕>에 출연하기까지 내부적으로 정말 많은 회의와 야근을 거쳤을 것입니다.
유튜브 일정에 맞추어 홈페이지의 서버를 증설하고 이벤트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공이 많이 들었을 거고요.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평소에 ‘다시없을 기회’ ‘역대급 할인’ 뉘앙스의 자극적인 문구로 기획한 할인 행사들이 발목을 잡게 된 셈입니다.
또다른 자승자박이면서, 최저가를 내세운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기 전 우리가 D브랜드와 같은 길을 걷게 되지는 않을지 치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세페이지에서 어떻게 말해야 최저가의 홍수 속에서 제값을 다 받으며 고객들의 환영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4년 동안 상세페이지 한우물만 파는 ‘고인물’ 콘텐츠 디렉터가 제안하는 세 가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아하게 가격을 말하고, 확실하게 제값 받는 상세페이지 작성법 3가지
첫째, ‘우리는 저렴하게 팔 수 없다’고 처음부터 말합니다. 이러면 최저가’만’을 기대하고 들어온 허수의 고객들은 알아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최저가가 아니라 우리의‘제값’을 이야기 하세요.>
그리고 품질이나 서비스가 확실하다면 제값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진짜’ 고객들이 남게 되지요. 허수의 고객들이 빠져나간다 해서 전환율에 영향을 받는 일은 많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그분들은 어차피 우리 브랜드나 제품의 타깃이 아닌 분들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 주의하셔야 하는 건, 우리가 저렴하게 팔 수 없는 이유를 반드시 상세페이지에서 보여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할 때 점원 분들이 종종 ‘저희는 노 세일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해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건 ‘왜 노 세일 브랜드인지’를 점원들이 설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상의 원단을 일 년 단위로 계약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가 정해져 있어, 시즌 아웃이 되어도 세일을 할 수 없다는 간단한 설명이라도 덧붙여야 고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겠지요?
<59,900원짜리 반소매 티셔츠가 ‘이 정도면 돈 쓸 만한데?’ 싶어집니다>
둘째, 제값으로 구매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이유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저렴한 옷은 한 철 입고 버려야 한다,
싼 신발은 몇 번 신고 나가지 않아도 밑창이 떨어지거나 처음부터 소위 ‘싼 티’가 나서 신고나갈 수가 없다 등 우리의 고객들은 이미 ‘싼 게 비지떡’이란 말에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한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께 최저가에 혹하지 말고 제대로 된 하나를 구입하는 게 더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임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때 구체적인 숫자를 다양하게 제시해 보세요. 저렴한 반팔 티 다섯 벌을 사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한 벌을 사는 게 맞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제대로 된 한 벌을 일주일에 두 번만 입어도 하루에 000원 꼴이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떻게 숫자를 제시할 때 우리의 ‘제값’이 합리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찾아보세요.
셋째, 당연한 말이지만 제품의 퀄리티를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없고, 제품의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오래 입을 수 있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숫자까지 내세워서 보여줬는데 정작 받아본 제품이 예상보다 떨어진다면 고객들은 크게 분노하겠죠(이건 불만을 넘어선 분노입니다).
따라서 제품이 처음부터 잘 만들어져야 하는 건 차치하고, ‘여러분이 이 가격에 받아보실 제품은 이 정도 퀄리티입니다’하고 고객들의 기대치와 실제 제품의 현실을 비슷하게 맞추어 두는 작업이 무척이나 중요해집니다.
이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제품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이나 부자재마다 잘 촬영한 클로즈업 사진 한 장과 함께 한두 줄 정도의 설명만 적어 주시면 됩니다.
대단하게 갈 필요도 없이 사진-글 조합을 ‘세트’로 가정한다면 5~8개 정도만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5~8번만 반복하시면 끝>
패션 또 잡화는 많은 판매자나 브랜드들이 모델이 착용한 전체적인 룩(Look)과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치중한 나머지 잘 촬영된 ‘예쁜 사진’ 위주로 상세페이지를 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저가 경쟁에 뛰어드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제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상품의 디테일 컷, 클로즈업 컷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걸 번거롭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제값을 받기로 결심한 이상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당당하게 제값을 받으며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가시길
지금까지 불경기란 터널의 초 입에 선 우리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저가를 말하기 시작하면 왜 더 위험해지는지 2가지 이유와 함께 당당하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세페이지 작성법 3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어떤 지점에서는 모두가 한 번쯤 흔들릴 수 있는 최저가 경쟁. 승자 없는 경쟁이자 늪이 여러분을 집어 삼키지 않기를, 스몰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이 모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콘텐츠 디렉터이자 콘텐츠 팀장으로서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경력사항
- (現) 콘텐츠 디렉팅 프리랜서
- (前) 와디즈 콘텐츠 팀장
- (現) 와디즈 콘텐츠 디렉터
- (現) 야나두머니 코치
- (現) 스터디파이 코치
- (現) 퍼블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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