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실력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수정 매드해터 대표 (c@madhatter.co.kr) 작성일 2021년 12월 27일 URL 복사본문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어간다. 작년과 올해 전대미문의 팬데믹은 사람들의 삶을 아주 힘들게 만들었다.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많은 자영업자와 기업, 그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 뿐 아니라 양극화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열적 양상, 가치관의 극명한 대립,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 등으로 우리는 모두 혼돈의 구름다리를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덜 중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제품 서비스 향상에 집중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하고 있다.
나아가 공감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지난 2년간 소비자와 함께 힘든 시간을 지나왔고, 앞으로도 그 옆에 항상 자신들이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소비자의 삶 속에 더 많이 자리 잡게 해달라는 은근한 요청이다.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안심과 믿음
기업의 공감 능력은 소비자 니즈(NE EDS)와 원츠(WANTS) 중 원츠를 만족시키는 데서 더 잘 드러난다.
니즈는 대체로 이성적이고 인지적인 차원에서 파악되고, 비교적 명확히 결핍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반면, 원츠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주로 감성적 차원의 결핍이나 잠재적 가능성으로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원츠는 보통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 대안, 채워져야 할 부분이란 사실을 소비자도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솔루션이 제시될 때 폭발적인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원리로,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마케팅 역시 폭발적인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최근의 공감마케팅은 단순히 어려움을 이해한다, 위로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상품 서비스를 출시하며 소비자의 신념과 행동을 지지하고 그 옆에 서겠다는 확실한 메시지까지 나타낸다.
사람들은 기업들의 공감마케팅이 사탕발림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최소한 무엇이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한지, 어떤 것이 힘들게 하는지 기업들이 이해하고 인정해 주고 있다는 안심, 믿음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나이키의 콜린 캐퍼닉 광고를 들 수 있다. 미식축구 선수인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경찰들의 과잉 진압, 즉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경기 전 애국가가 나올 때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이후 다른 선수들이 동참하면서 일명 ‘무릎 꿇기 시위’가 시작됐다. 이런 인물을 나이키는 광고모델로 기용했고, 모든 것을 희생할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지킨다는 광고를 만들어 내보냈다.
광고가 나가자 나이키 주가가 떨어졌고 SNS에서는 나이키 제품을 불태우는 보수주의자들의 영상이 넘쳐났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도 아주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그 광고는 미국의 나이키 주요고객인 흑인과 유색인종들의 공감을 샀고, 그들은 나이키의 광고에 열광했다. 나이키의 주식은 다시 회복했고 매출은 급상승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하지만 그를 위해 특정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모델로 캐스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나이키는 주 소비자층의 공감을 위해 캐퍼닉을 기용했고, 소비자들은 그 결정에 매출과 지지, 옹호로 답했던 것이다.
최근 이런 믿음과 안심의 공감대를 보기 좋게 박살 낸 마케팅 사례가 있었다.
바로 서울우유의 유튜브 광고 캠페인과 협업 제품인데 올해 최악의 광고이자 공감력 제로의 마케팅으로 꼽을 수 있다.
기업도 소비자와 같은 사회 구성원
지난 11월 29일 유튜브에 올라 온 서울우유의 52초짜리 광고는 카메라를 든 남성이 산속 초원 지대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풀밭에서 요가와 같은 자세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남성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갑자기 젖소로 바뀐다.
풀밭에 있던 사람들 중에 남성도 있었다고 하지만 화면에 크게 보이는 인물은 여성들이고, 여성이 젖소로 바뀌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광고는 여성을 젖소로 비유했고, 불법촬영을 연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큰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은 코로나와 미세먼지, 플라스틱 공해, 환경오염 등으로 청정한 자연을 꿈꾸고 좋은 환경을 갈망한다.
그렇다고 그 갈망을 사람들이 젖소로 바뀌는 장면으로 해석해 내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는 디지털성범죄로 인해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N번방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관련법이 만들어졌으며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버젓이 불법촬영으로 보이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사회적 상황과 분위기는 물론이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하지 못한 결과다.
광고가 방영되자마자 각종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해당 광고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무서운 속도로 게시되기 시작했고, 충격과 분노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서울우유는 광고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싸늘해졌고, 어떻게 2021년에 이런 광고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넘어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었다.
<서울우유 광고는 여성을 젖소로 비유했고, 불법촬영을 연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우유 종이팩과 동일한 디자인의 바디클렌저를 브랜드 협업 차원에서 출시해 우유코너에 진열하여 소비자들에게 오인지를 불러일으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서울우유가 젠더 감성, 사회적 의식의 변화에 대한 무감각함과 상식의 선을 넘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18년 전인 2003년에도 여성의 대상화, 성상품화를 통한 마케팅으로 물의에 올랐었다.
당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화랑에서 요구르트 광고를 위해 ‘누드 홍보’를 했고 이로 인해 서울우유 마케팅팀장과 홍보대행사 대표, 연출가, 모델 등이 모두 공연음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과거에는 고정적 성역할이나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스테레오타입화 된 희화화와 혐오 발언, 무분별한 소비 자극적 메시지 등이 특별한 여과장치 없이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무사통과 되어 광고, 이벤트, 홍보 등 각종 기업 활동에 사용됐다. 소비자들도 별 항의를 하지 않거나 무감각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사회는 과거의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전통적 가치관에서 진일보하고 있다.
그로 인한 갈등과 충돌의 여파도 있지만 집단의 정체성에서 개인의 정체성으로, 자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며 사회는 훨씬 나은 쪽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MZ세대가 소비의 주역이 되면서 윤리적 소비, 가치소비에 대한 요구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 역시 변화에 동참하기를 원하고, 변화에 공감하며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기업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단순히 소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소비자의 인식과 감성에 공감해 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여성모델의 누드 홍보 때에도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일이?’라는 반응이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똑같은 실수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자신들의 마케팅 활동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고려도 없는 것이다. 공감해야 한다는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인다.
사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 기업 내부의 인식은, 제품 서비스가 개선되지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결코 허용될 수도, 이해 받을 수도 없는 일들을 아무 경각심 없이 저지르도록 한다.
한 기업의 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면 그들의 제품 서비스, 홍보, 마케팅 등 모든 기업의 활동들 역시 후진적이다. 돈을 많이 들여 멋있는 척, 앞선 척을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공감 지수 EQ를 높여야 하는 이유
기업의 공감지수가 높으면 충성고객이 많고 소비자들과의 소통도 원활해 시장에서 평판이 좋다.
최근에 특히 공감지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소비의 중심에 MZ세대가 있고 이들은 가치와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에는 좀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신뢰를 떨어뜨린 기업에는 불매운동으로 대응한다. 투자할 때도 자신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2가지 종류의 EQ
논리적이고 지식 습득에 필요한 IQ가 아무리 높아도 EQ가 낮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몇 년간 EQ 붐이 불었다.
그런데 EQ라고 하면 어떤 경우는 감정지능 지수, 또 어떤 경우는 공감 지수라고 한다.
감정지능 지수는 Emotional Quotie nt, 공감 지수는 Empathy Quotient로, 약자로는 둘 다 EQ지만 엄밀히 말해 감정지능 지수가 보다 큰 개념으로 감정지능을 평가하는 요소로서 감정이입, 즉 공감을 포함한다.
감정지능 지수(Emotional Quotient)
EQ는 1990년대에 미국 예일 대학의 심리학 교수 피터 샐로비와 뉴햄프셔 대학의 존 메이어 교수에 의해 제시된 개념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즉, EQ는 정서적 능력을 재는 척도로써, IQ와 달리 사회성, 판단력, 인내력, 감수성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EQ가 높은 사람이 일을 잘하고 주변과의 관계도 좋다고 한다.
사실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파악하며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IQ만 높아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계획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공감 지수(Empathy Quotient)
EQ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그 중 공감에 해당하는 것이 감정이입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이입에는 상대를 이해하겠다는 선한 마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능력이 절대적이다.
마케팅 활동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이성적 지능(Intelligent Quotient)인데 거기에 더해 상황에서 느낄 감정을 함께 예상할 수 있을 때 진짜 공감이 이뤄진다.
이성적 지능과 감성적 지능은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없게 동등하게 중요하다. 만약 이성적 지능이 부족하면 어설프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려다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하게 되고, 감성 지능이 부족하면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주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만약 자신들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힘들어하는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춰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백전백승의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소한 소비자들이 무엇을 싫어하고 불편해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러면 크게 성공하지 못해도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고는 치지 않을 수 있다.
공감 능력은 기업의 수준
공감마케팅은 광고나 이벤트와 같은 메시지 전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공감마케팅은 기업의 제품 서비스에의 반영에서부터 시작한다.
성별, 연령, 언어,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명명된 제품 서비스도 공감마케팅에 포함된다.
도로의 점자블록이나 저상버스, 고리형 문손잡이와 밀고 당길 수 있는 도어록 등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의 제품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 당연한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점차 호응을 얻고 실생활에 반영되고 있는 이유는 비장애인이나 젊은 사람 입장에서 더 편리해서가 아니다.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특수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어려움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 되고 있고, 그 기저에는 불편함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 뿐더러 고객과 소비자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 패턴, 사고로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하려다보니 사회적 물의마저 일으키게 된다.
마케팅은 기업이 제품 서비스를 매개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마음을 얻고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도구다.
기업의 공감 능력은 해당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평가된다.
따라서 인지능력과 더불어 공감능력이 뒷받침 돼야만 소통 방식, 내용, 시기 등 모든 요소에서 고객과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갈 수 있다.
결국 기업의 공감 능력은 기업의 수준을 나타내고, 그 수준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숨김없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력사항
- 現) (주)매드해터 대표
- 前) 센트비 브랜드 담당
- 前)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브랜드 담당
- 前) 현대캐피탈 브랜드 전략 담당
- 前) 삼성카드 브랜드 마케팅 담당
- 前)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 이전글마케터의 일상 소통도구 브리프 22.01.24
- LIST
- 다음글스우파를 히트시킨 마케팅의 손길 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