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고민해야 할 마케팅 전략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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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재상 매드해터 CMO (alex@madhatter.co.kr) 작성일 2021년 11월 29일 URL 복사본문
<photo pixabay>
지금까지 마케팅 실무자들이 고민해야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서점에는 수많은 마케팅 서적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고, 온라인에도 블로그와 브런치, 페이스북, 유튜브, 커뮤니티나 전문 사이트 등 유료든 무료든 양질의 콘텐츠들이 감히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이제는 마케팅을 각 전문영역별로 세분화한 책이나 콘텐츠까지 범람하고 있을 정도며 마케팅에 관한 어떤 내용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하지만 의외로 찾기 힘든 콘텐츠가 있다. 마케팅 실무자 말고 마케팅 전략이나 기획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의사결정권자, 즉 대표를 위한 마케팅 콘텐츠는 거의 전무하다.
정확하게는 마케팅 방향과 전략을 사업과 연계시켜서 앞으로 가야 할 마케팅 방향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실무자들이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와 실무자의 마케팅 전략은 다르다
조금이라도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대표나 의사결정권자, CEO나 임원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실무자가 세워놓은 마케팅 전략과 계획은 아무리 베테랑 마케터가 만들었다할지라도 마음에 차지 않는 일이 자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무자급 마케터는 대부분 시야가 좁다. 실무자의 역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실무자급 마케터는 자기가 담당한 업무를 중심으로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추진 중인 사업전략과 사업계획 등 사업 전체를 머릿속에 넣고 각 조직을 엮어서 끌고 나가는 것은 대표와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다.
(앞으로 대표와 의사결정권자, CEO 및 임원을 편의상 ‘대표’로 통일해서 언급하겠다.) 즉, 대표는 마케팅 전략과 계획을 사업전략과 연동시키는 작업을 직접 해야 한다.
이에 대표가 마케팅 전략을 결정하기 전,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많은 고려 요소가 있지만, 크게 사업 성장 단계를 시장진입과 스케일업으로 나눠 이번호에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 대표가 시장진입 시 생각해야할 요소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가 보겠다.
마케팅은 그냥 광고 아닌가?
마케팅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광고, 특히 요즘은 온라인 광고나 SNS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더욱 그런 것들이 떠오르게 된 듯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부분들도 분명히 마케팅의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을 광고로 한정하는 순간, 마케팅의 본질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퍼포먼스 마케팅의 형태만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순간, 비극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마케팅은 단순히 광고가 아니다. 이 부분은 후에 조금 더 깊게 다루겠다.
대표는 마케팅을 더욱 정확하게 기준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먼저 마케팅의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한다.
나아가 마케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까지 갖고 있다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대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강연을 하거나 컨설팅 할 때 항상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다. 대표들에게 마케팅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러면 다들 마케팅의 정의를 학술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거창하고 정돈된 말로 대답하려고 한다. 그래서 마케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로 이야기해도 된다고 덧붙인다. 그땐 정말 다양한 말이 나온다.
“돈 버는 거요” “광고하는 겁니다” “영업요” “고객가치 제공요” “물건을 포장하는 겁니다” “브랜드요” “시장과 고객에 대해 아는 거요” 등 거의 일관성이 없을 정도다. 이때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 모두 맞습니다.”
정말 완전히 동떨어진 말 아니면 모두 맞다. 그만큼 마케팅의 범주가 워낙 광범위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대표들이 떠오르는 첫 번째 단어나 이미지, 정의가 곧 대표가 무의식적으로 마케팅에 바라는 점이라는 사실이다.
즉 현재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사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전략, 그리고 마케팅과의 연결고리가 바로 대표들이 대답한 것들이다.
대표들이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맞다고 한 이유는, 그것이 현시점에서 마케팅이 당장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해야만 사업이 지속하거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최소 반년에 한번 정도는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것과 그 때마다 마케팅의 정의가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사업 전략과 연계한 마케팅 방향성과 전략일 확률이 높음에 대해서도 명심해야 한다.
학술적인 마케팅의 정의는 고정되어 있지만, 사업하는 사람에게 마케팅의 정의는 변화무쌍하며 이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순간, 기업 내 고유의 마케팅 역량이 쌓여갈 수 있다.
한마디로 창업가의 마케팅에 대한 정의와 철학은 사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향후 사업성장의 기반이 된다.
마케팅 전략에 마케팅이 없다
사업계획서에는 반드시 마케팅 전략과 계획이 포함된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마케팅을 단순히 광고, 홍보로 생각하는 대표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실수는, 마케팅 전략에 가격과 유통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다.
대표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마케팅의 3대 핵심 고려요소’에 대해 언급한다.
밸류체인(Value Chain),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STP(Segm 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이 3가지만 알면 마케팅에 대해 다 알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각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고, 각자 영위하고 있는 사업모델에 적용해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게끔 돕는다.
마케팅에서 4P, STP는 고전적인 개념으로 반드시 꼽는다. 이 두 가지에 밸류체인의 개념을 더한다.
마케팅 혹은 브랜딩을 함에 있어서 밸류체인 각 단계별로 어떤 고려사항이 있는지를 4P와 STP까지 엮어서 설명한다.
4P와 STP의 개념을 각각 나누지 않고 서로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설명하면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전반에 걸쳐 마케팅이 깊게 관여하면서 시장과 고객에게는 일관적인 가치와 경험을, 기업 내부적으로는 일관적인 업무 기준을 제공해 대표가 원하는 사업방향성과 사업전략이 실제로 구현되는데 흔들림이 없도록 한다.
개인적으로 이를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이라는 말로 대표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사업계획에는 이 모든 것이 고려되고 반영돼야만 한다.
마케팅을 단순히 4P 중 하나인 프로모션, 즉 광고, 홍보로 생각하거나 사업과는 별개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사업과 조직 전체를 봐야만 하는 대표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마케팅은 프로모션이 아니다. 4P 모두가 마케팅이다. 단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제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마케팅을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으면 알아서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대표들이 의외로 많다. 제품과 서비스가 좋아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엉망인데 고객을 눈속임하는 광고와 홍보로만 많이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시장과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
제품, 서비스에 문제가 있고 고객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하면 점차 신뢰를 잃기 시작해 사업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기획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
앞서 밸류체인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원하는 바와 고객이 원하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문제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정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만이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얻는다.
이 당연한 말을 굳이 왜 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대표들은 자꾸 놓친다.
처음 제품,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이 부분들을 고민하지만, 어느 순간 대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그것이 시장과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맹신하게 된다.
흔하게 하는 실수가, 시장과 고객은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데 쓸데없이 오버 스펙으로 만들어서 가격이 올라간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혹은 이미 대표 머릿속에 제품과 서비스의 청사진을 그려 놓고 시장과 고객 니즈 자료 중 본인 생각에 부합하는 근거만을 들어 실제 문제와 해결책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펫용품을 개발하는 중견 스타트업이었는데, 중소형견을 위한 놀이용 스마트 로봇을 만들고 있었다.
대표가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당당하게 시연을 하고 제품, 서비스를 설명하고 사업모델과 수익모델까지 말하는 자리였다.
각종 첨단 기술들이 총 집약돼 있었고 시연 도중 2m 위에서 제품을 떨어뜨릴 정도로 견고함도 과시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저 기능들을 골고루 다 사용할 일이 있을까? 중소형견이 사용하는데 저렇게까지 견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저 제품을 강아지가 사용하면서 모은 데이터를 과연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나아가 그 데이터를 돈으로 만들 수 있을까?
결정적인 문제는 가격이었다. 제품의 오버 스펙은 당연히 원가를 상승시킬 수밖에 없는데, 예상대로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40만 원이었다.
<photo pixabay>
강아지 장난감 하나가 40만원? 이미 펫용품 시장에서 고객이 강아지 장난감으로 지불 의사가 있는 최대 금액이 10만 원대 후반이고 평균적으로는 10만 원이 훨씬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상황이라 가격을 듣는 순간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제품과 서비스 기획과 설계, 생산 과정에서 시장과 고객, 즉 마케팅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였다. 대표는 스스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팔리지 않을 제품을 만든 것이다.
역시나 마케팅을 단순히 프로모션으로 생각했으며 나를 찾아온 것도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어떻게 마케팅해서 팔아야할지 도와달라는 이유였다. 간단히 답변했다.
“이 제품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해외시장에 비싸게 팔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국가별로 펼치기 시작했을 때 급격히 올라가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가격에 기대하는 A/S가 가능할지도 문제지만, 극단적으로 저 제품을 저 가격을 주고 살 정도의 고객이면 집에 일하는 사람을 두고 그 사람에게 강아지 산책을 시키지 굳이 저 장난감이 강아지와 놀아주도록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대표가 자기만족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표의 취미활동이다. 무조건 제품과 서비스의 시작점은 마케팅이 돼야 한다.
대표가 놓쳐서는 안 될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일부를 풀어보았다. 큰 틀에서 이 3가지만 주의해도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세워 일관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사항
- 현)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알렉스넷 공동대표, 매드해터 CMO
- 전) ST 유니타스 스콜레 본부장
- 전) 브랜드 메이저 전략실장
- 전) 두산인프라코어 APE 마케팅 파트장
- 전)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담당
- 전) 삼성SDI 마켓인텔리전스팀 마케팅 전략 담당
- 저서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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