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거펠트 없는 샤넬의 5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현준 패션저널리스트 (fpost@fpost.co.kr) 작성일 2020년 06월 17일 URL 복사본문
세상은 뒤바뀐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의 날씨는 런던의 날씨처럼 변덕을 부렸다. 아주 성격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한국의 패션 트렌드도 불쾌지수 높은 날씨처럼 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샤넬을 오직 최고의 브랜드로 생각하는 사람, 펜디만을 사랑하는 사람, 코스(COS)만을 애용하는 사람, 자라(ZARA)의 세일 시즌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 온라인 직구만 사랑하는 사람, 인스타그램 출신의 온라인 오픈 마켓을 사랑하는 사람 등의 다양한 패션 소비자 직군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2020년 5월은 샤넬에게 어떤 시간일까.
오픈 런의 기적
아마도 샤넬에게는 2020년 5월은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된 ‘가격효과’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팬데믹 현상 때문에 벌어진 소비동맥경화 때문에 판매가 힘들어진 샤넬이 만든 5월의 소비 기적, 오픈 런의 기적을 보았는가.
필자는 샤넬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명품의 세계를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샤넬의 가격 전략을 보면 항상 놀란다. 놀라울 만큼 가격 상승세 그래프가 거의 매년 올라가기 때문이다.
샤넬과 동시에 항상 비견되는 루이비통. 루이비통 또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명품 바잉 리스트 톱3 안에 드는 브랜드로서, 항상 가격 상승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과연 샤넬은 2020년 5월을 2019년 5월과 얼마나 다르게 보내고 있을까.
앙금 없는 붕어빵
일단 샤넬의 시그니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가 2020년 5월에 없다. 그는 나이 듦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하나 더해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칼 라거펠트가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혹은 일반적인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대표 아이콘이자 샤넬 하우스의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 연주하는 샤넬 스타일의 지휘자였다.
그 지휘자가 없는, 소위 말해서 팥 앙금 없는 붕어빵이 된 현재 샤넬은 진정으로 스타일을 새롭게 입히고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매력쟁이인가 아니면 일명 샤테크라고 불리는 명품 투기를 조장하는, 오픈 런의 기적을 만드는, 5월의 소비 기적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자극 메커니즘을 창출하는 아이코닉 브랜드일 뿐인가. 샤넬을 아이돌처럼 떠받드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샤넬의 2020년 5월은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샤테크의 이유
샤넬의 2020년 5월은 대변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샤넬은 지금까지 물론 메가 히트 명품 브랜드로서 특히 한국에서 그 입지를 견고히 쌓아 왔다.
끊임없는 신인 명품 브랜드의 등장과 더불어 다양한 온라인 판매 루트로 판매되는 판매 경로 경쟁에서 샤넬은 굳건히 ‘오프라인 공식 판매점 정책(only Chanel off-line official stores policy)’으로 당당하게 1등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명품 브랜드 판매 추락에 충격을 받은 샤넬은 다시한번 샤넬의 가격 결정력(selling price power)을 보여줌으로써, 샤넬의 판매 가격 권력(다른 말로 하면 가격 올리기 경쟁력)을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과시를 한 2020년 5월이다.
“왜 샤넬이 그렇게 좋으세요?” 라고 질문을 받는 모든 샤넬 팬들이 하는 대답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샤넬은 언제나 가격으로 보상심리를 만족시켜주죠”라는 대답이다. 가격이 모든 명품의 의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지만 샤넬만큼은 가격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샤넬+재테크=샤테크’라는 용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샤넬의 공식 모델과 더불어 샤넬을 공식적인 파트너 브랜드로 갖는 인플루언서 모델을 샤넬 프렌즈라고 부른다고 한다. 샤넬프렌즈로 선택받은 자들의 사람 중의 한 명은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라고 한다.
샤넬의 친구, 샤넬의 인플루언서는 샤넬로부터 선택받은 자이지만, 스마트한 소비자로서, 샤넬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사실 대중들이다. 대중의 외면을 받은 소니아 리키엘이 결국 세상에서 사라진 죽는 브랜드가 된 것처럼 대중의 무관심은 그 어떤 메가 브랜드라도 생명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샤넬의 2020년 5월처럼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이 미래에 반복된다 해도 지금처럼 열광하실 건가요?”
이 질문의 대답을 할 주인공은 샤넬 프렌즈가 아닌 바로 평범한 소비자인 당신이다.
경력사항
- 前)매치스패션닷컴 고객 관리 담당
- 前)롤랑 뮤레(Roland Mouret) 파리 패션 위크 스튜디오 인턴
- 前) 2022년 구찌코리아 Kor/Eng Client Advisor (Bilingual)
- 이전글6월에 시작된 뜨거운 온라인 마케팅 전쟁 20.06.26
- LIST
- 다음글국내패션 독립브랜드의 미래를 생각하다 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