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MD가 공부해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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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현 에프씨엘코리아 대표 (fclkorea01@gmail.com)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URL 복사본문
‘패션 머천다이저(패션MD)’는 패션을 하는 이들이 가장 되고 싶어 하는 직무 중 하나다. 예전에는 패션을 하겠다면 그것은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패션이 산업화되고 비즈니스의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분석과 예측, 계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머천다이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머천다이저(MD)’도 이전에는 주로 ‘상품기획MD’를 일컬었지만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MD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패션분야에서 MD(Apparel Mercha ndiser)는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기획MD’,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MD’, 물량을 관리하고 배분·운영하는 ‘영업MD’, 온라인 유통을 담당하며 상품과 물량을 운영하는 ‘온라인MD’로 나누어진다.
유통분야에는 유통MD(Retail Merc handiser)가 있는데, 그들은 유통과 소비자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전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머천다이징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머천다이저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할까? 이를 알기 위해 먼저 머천다이징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머천다이징이란 용어는 19세기 말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미국의 시어스 로벅(Sears Roebuck)이 1920년대에 체계화시켰다(이은영, 1997, 패션마케팅 제2판, 교문사).
이후 콜럼비아 대학의 니스트롬(P. H. Nystrom(1932)) 교수는 패션 머천다이징을 ‘패션 상품에 대한 소비자 필요와 욕구를 예측하여 상품으로 구현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여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미국 마케팅 협회(AMA, 1948)는 ‘머천다이징이란 적절한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적당한 때에 적합한 장소에 적당한 양을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니스트롬 교수의 정의를 바탕으로 머천다이징 업무를 수행하는 MD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 패션 트렌드와 소비자 수요의 정확한 예측(예측 활동)
- 무엇을, 언제, 얼마만큼, 어디에서,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계획 활동)
- 상품의 디자인, 생산, 소매업에 있어서는 상품 선정 및 구매(제품화 계획과 상품 정책)
- 효과적인 세일즈 프로모션, 광고, 디스플레이, 판매 테크닉 훈련(판매 및 세일즈 프로모션)
(P. H. Nystrom. (1932). Fashion Mercha ndising. The Ronald press Co., pp .17-20)
복식과 디자인, 그리고 소재
패션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산업이다. MD는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복식과 디자인을 알아야 한다.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의류이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옷의 용어와 구조, 구성, 색채, 복식사 등이 그것이다.
소재를 알아야 한다. 섬유공학 공부는 필수인데, 좋은 품질의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이고 공학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패션산업 현장의 MD들은 섬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갖추기 못한 채 실무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내 브랜드의 소재 기획력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분야가 섬유와 소재다. 이론적인 기초가 튼튼해야 응용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기고, 소재를 기획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MD의 중요성이 대두된 80~90년대에는 섬유공학과 출신들이 대거 MD로 진출했다. 하지만 그들은 소재에 특화되었지만 디자인 감각이나 복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 섬유산업의 쇠퇴와 함께 2000년대 들어 섬유공학 출신들의 MD 등용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다.
섬유공학과 출신 이후에 MD로 선호된 이들은 상경계 전공자들이었다. 패션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브랜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해진 때문이었다.
경영학적, 경제학적, 수학적 지식
MD는 디자이너와 달리 소재와 상품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을 분석하여 트렌드를 예측해야 하고, 리테일을 이해하며 마케팅 활동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학적, 경제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해외 패션교육 기관의 커리큘럼에 패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리테일링과 더불어 미시경제 과목이 포함된 이유다.
이 뿐만이 아니다. MD는 패션산업의 손익구조를 이해한 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적절한 상품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무와 회계 공부 역시 필수다.
MD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바로 모든 사람들이 듣기만해도 머리 아파하는 ‘확률과 통계’다. 심지어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미분과 적분도 공부해야 한다. 모두 수학과 통계학에서 나오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외국의 패션 매니지먼트 학과 커리큘럼에는 수학 과목이 들어가 있다. 수학 모델링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미적분을 활용해 분석과 예측을 하기 위해서다(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IT와 데이터, AI의 시대다. 이것들의 기초는 당연히 수학과 통계학이다. 여기에 더해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니 전자공학 분야도 가세했다. 요즘의 패션스타트업과 패션기업에는 IT 전공자가 대거 투입되고 있다. 이커머스의 활성화로 그동안 MD로 섬유공학, 경영·경제학, 의류학 출신들이 선호되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IT 전공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공부가 필요한 때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
MD가 공부해야 할 분야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의 상품은 소비자가 구매한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를 이해해야 하니 소비자학, 심리학에도 조예가 깊어야 한다.
상품을 광고하고 홍보해야 하니 신문방송학이나 광고홍보학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 개개인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서 각 세대의 특징과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사회문화적인 해석이 중요해지고 있으니 사회학, 인류학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듯 패션은 의류학, 디자인학, 섬유공학, 경영·경제·회계학, 수학·통계학, 소비자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전자공학 등의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접목해야 하는 산업이다.
MD는 업의 특성상 감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국내 MD들은 아직 그 수준이나 역량에서 아쉬움이 있다. 패션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MD는 ‘뭐든지 다 한다’의 약자라고 한다. 다양한 일들과 연관되어 있고 어떤 일도 다 해내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동시에 ‘머저리 대가리’라고도 불리는 것은 MD가 사실은 어느 분야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자조적인 푸념이기도 하다.
이는 국내 패션산업계가 머천다이저를 양성하지 못한 탓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인력을 수급해 업무를 맡겨왔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부재했다.
최근에는 각 교육기관이나 기업이 머천다이저의 중요성을 알고 그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미흡하다. 급속히 변화하는 패션산업 생태계에서 국내 패션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패션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력사항
- 現) ㈜FCL KOREA 대표
- 現) 호서대/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
- 現) 유통/패션기업/정부기관 교육기획 및 강의
- 前) 글로컬 대구침장 특화산업 육성사업 자문위원
- 前) ㈜보그인터내셔날 보그너 CDO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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