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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와 K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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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재원 패션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 작성일 2022년 06월 0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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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0일, 우리는 처음으로 X세대 영부인을 맞이했다.

김건희 여사(1972년생)는 작년 12월 26일, 허위경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셔츠를 받쳐 입은 검은색 슈트, 폭이 넓고 굵은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길게 맨 차림이었다. 옷차림이 어둡고 무거웠던데 반해 메이크업은 볼 화장까지 붉게 한 비교적 화사한 모습이었다. 

‘대국민 사과’라는 무거운 내용 못지않게 발그레 상기된 앳된 모습의 외모가 더 눈길을 끈 공식 무대 데뷔였다.

패션은 곧 메시지다

5개월여 뒤 취임식장에서의 모습은 온통 흰색이었다. 안에 흰색 원피스를 받쳐 입고 허리에 커다란 매듭 장식을 벨트처럼 맨 테일러드 코트에 흰색 구두, 마스크까지 흰색으로 맞췄다.

 

 

이날 저녁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장에서의 옷차림도 흰색 계열의 아이보리 투피스였다.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배우자’ 첫날은 이렇게 하루 종일 하얀색이었다.​

 


대통령은 말과 정책, 인사권 행사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여럿이다 보니 패션은 별로 관심거리가 못 된다. 
반면 대통령 배우자는 패션이 가장 눈에 띄는 메시지 전달 도구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어디서나 대동소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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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날 저녁 신라호텔 만찬장(출처=위키트리)>

미국에서는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인은 거의 예외 없이 패션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한다. 버락 오바마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재임 중 세 차례나 보그지 표지모델을 장식했을 정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71세)은 퍼스트레이디가 되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패션을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 6월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의 때 ‘LOVE’라고 새긴 재킷을 입으며, “미국이 각 나라에 사랑과 지지를 보낸다”라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 때는 ‘vote’라는 글씨가 새겨진 재킷을 입고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패션=메시지’가 몸에 밴 퍼스트레이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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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한 질 바이든(출처 보그 공식 트위터)>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은 지난 5월 말, 대통령 취임 후 2주간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의 언론보도를 비교 분석해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같은 기간 김정숙 여사의 보도가 926건이었던 데 비해 김건희 여사는 1,284건으로 38.6% 더 많았으며,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과 함께 등장하는 기사가 많았다면, 김건희 여사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더 많았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공개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오늘은 김건희 관련 기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선 기간에도 언론 노출 비중이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11.4%)와 비슷한 수준(10.4%)일 정도로 높았는데 그 후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거치면서 ‘김건희’ 조회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한 달여 가깝도록, 공개 장소에서 드러낸 패션 이외에 김건희 여사가 직접 전하는 메시지는 없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관심이 ‘패션’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취임식 의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 측은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중저가 맞춤 디자이너에게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고 구두도 소상공인 제품이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제품들을 자주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식 때 입었던 김정숙 여사의 의상이 민화를 모티브로 한 패션 디자이너(양해일) 작품이었던 걸 의식한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부인에 대해서도 영부인 호칭 대신 ‘대통령 배우자’로 부르기로 했고,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도 없앴다. 이 또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제2부속실은 박근혜 정부 때 제2부속실장(안봉근)의 월권과 정윤회 문건 사태로 잠시 폐지된 적이 있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2년부터 있어 온 비서실 조직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제2부속실에 비서관 포함 4명의 직원들이 영부인 연설문과 의전, 의상 등을 전담해 보좌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필요시 부속실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

 

김여사 패션기 

연설문이나 의전은 그렇다 치고, 대통령 배우자의 패션은 누가 담당할까? 

 

대통령 비서실 밖에서 누군가가 돕는다면 최순실 사태에서 겪었던 것처럼 후폭풍이 예상될 테고 부속실에서 누군가 담당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본인이 손수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순방과 정상회담 등 그동안 본인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겪게 될 텐데 그때마다 헤어·메이크업·의상 등을 전담자 없이 매번 손수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건희 여사는 올림머리 스타일이었다.

“보통 ‘혼주머리’라고 불리는 올림머리는 약혼식이나 결혼식처럼 격식을 차려야 하거나 전통을 강조할 때 하는 헤어스타일(서영민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홍보국장)”로 알려져 있는데, 영부인 없이 혼자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전하는 자리에 올림머리 차림을 했다. 

재킷은 크리스티앙 디오르 스타일인데, 헤어스타일은 올림머리다.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맞은 기시다 유코 총리 부인도 올림머리였으나, 의상은 기모노 차림이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의 조화 또한 대통령 배우자에게는 신경 써야 할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다.    

70대의 나이에 곱창밴드를 하고 그물망사 스타킹 차림으로 다니기도 하는 질 바이든이 이번에 방한했다면 두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스타일이 어떻게 비교됐을까.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미 취임식 전부터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4일 처음 집 앞에 나왔을 때 신었던 슬리퍼는 ‘3만 원대 제뉴인 그립 보르도30 제품’이며, 5월 3일 사찰 방문 때 입었던 검은색 치마는 ‘온라인 쇼핑몰 썸제이의 자체 제작품으로서 소비자가 5만 4,000원’이라고 밝혀 완판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김여사 패션 털기’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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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복장으로 조바이든 대통령에게 차대접을 하는 기시다 유코 총리부인(출처=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대통령 배우자'의 전략적 후퇴 
김건희 여사는 2007년부터 전시기획사 코바나콘텐츠를 운영해 오면서 60억 원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커리어 우먼으로, 역대 대통령 부인중에서 별도 사업체를 가진 첫 번째 케이스다. 문화기획자 겸 사업가로 15년 이상 활동해온 김여사인데, 취임초의 행보는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다.  

경기대 함성득 교수는 그의 저서 ‘영부인론’에서 역대 영부인 스타일을 전통적 내조형, 베갯속 내조형, 활동적 내조형, 전략적 후퇴형, 연결망으로서 참여형, 완전한 동반자 등으로 구분해 놓았다. 

그중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를 ‘전략적 후퇴형’으로 꼽으면서, 전략적 후퇴형이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 여건 등의 이유로 공식적 역할만 수행’하는 경우라고 했다. 

이승만 정권이 4·19혁명으로 무너지고 내각책임제 아래에서 선출된 윤보선 대통령은 5·16 군부세력에게 권력을 빼앗겨 재임기간이 1년 7개월 여에 불과했다. 재임기간도 짧았고, 당시 사회 분위기 상으로도 대통령 배우자가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덕귀 여사는 39세의 나이에 15세 연상인 서울시장(윤보선)의 두 번째 부인으로 결혼한 지 10년 만에 영부인이 된 사람으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인텔리 여성이었다. 

일본에서 신학대학을 나온 뒤 미국 프린스턴대학으로 유학을 앞두고 집안의 성화에 못 이겨 늦 결혼을 한 케이스였다. 윤보선 대통령이 퇴임하자 그때부터 공여사는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기생관광 반대운동, 원폭피해자 문제와 통일문제 등에 적극 임했을 뿐 아니라 구속자가족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박정희 정권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전임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및 허위경력 의혹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으며, 대화내용 녹취록을 공개한 기자를 고소해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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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으로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한 김건희 여사(출처=연합뉴스)>

이러한 일련의 사안들은 김여사가 그 어떤 역대 영부인들보다 낮은 자세로 공개행보를 자제하면서 ‘전략적 후퇴형’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김정숙 여사는 취임식을 비롯해 미국순방 등 임기 초 1년 여 동안의 공식행사 때는 양해일 디자이너의 옷을 주로 입었다. 그 외에도 한복의 선을 현대적으로 잘 살려내는 신진 디자이너 이서정의 옷과 무형문화재 누비장 김해자의 전통 한복도 입었고 신발장인 전태수의 ‘버선코 구두’로도 관심을 끌었다. 

취임 후 6개월쯤 지났을 때 방송인 출신 정미홍이 “영부인이 고가의 옷만 입는다”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 청와대는 카드뉴스를 통해 한번 입었던 옷을 다른 옷과 섞어서 입기도 하고, 홈쇼핑에서 사 입기도 하고, 직접 수선해서 입기도 한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의 전공은 성악이지만 집안은 패션과 관련이 많다. 부모는 광장시장에서 포목점을 했으며 친언니(김숙희)는 80년대 초에 미국 패션스쿨 FIT를 나와 ‘수키 K(Suki K)’라는 브랜드로 뉴욕패션위크에도 꾸준히 참가했던 재미 패션디자이너였다. 

김숙희 디자이너가 50대 초반의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하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현역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FIT 한국분교인 송도캠퍼스에 가면 1층 전시실에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의 의상들이 일부 전시돼 있는데, ‘수키 K’의 옷도 그곳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의 김정숙 여사(출처 월간조선)>

김정숙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보여준 패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민화를 모티브로 한 의상들이라든지, 무형문화재의 한복, 버선코 구두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퇴임을 앞두고 ‘옷값 논란’을 불러 일으켜 그동안 한국패션의 진가를 보여주려 했던 노력이 덮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옷값 지불에 편법이나 불법이 있었다면 응당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옷값 지불의 문제를 김정숙 영부인 패션의 문제점으로 여기는 것은,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만 문제 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국내 시장은 해외 브랜드 총 집합소

김건희 여사는 취임식 의상에서부터 소상공인과 중저가, 사비(私費)를 강조하고 있다.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중저가 옷들을, 개인 돈으로 구입하겠다”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들은 소상공인이 대부분일 정도로 영세하다. 2017년과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디자이너 패션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연평균 매출액은 8억 6,000만 원, 평균 고용 인원은 3.3명(정규직 2.3명에 비정규직 1명)이다.
2017년 조사보다 3년 차 이하 응답자가 많았던 2019년 통계와 비교하면 연평균 매출액은 2억 6,900만 원으로 훨씬 줄어든다. 

두 번의 조사에서 우리나라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의 연간 매출 총액은 6,000억 원~6,500억 원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한국에서 올린 총매출액(6,139억 원)과 비슷하며, 루이비통(1조 4,680억 원)이나 샤넬(1조 2,238억 원) 브랜드 각각의 매출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워낙 고가(高價)여서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왔으나 이제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도 명품 소비가 점점 더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고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이라는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가 화장품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전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먼저 입점하는 등 에르메스, 구찌, 샤넬 등 카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만 해도 16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명품’들이 한국의 젊은 고객들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되어 트렌비, 머스트잇과 함께 해외명품 온라인 쇼핑몰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발란은 2019년에 256억 원이던 연간 거래액 규모가 2021년 3,150억 원으로 10배가 넘게 늘어나더니 올해의 거래액은 1조 원으로 작년의 3배 정도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패션 소비시장에서 명품들만 잘 팔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두 번 신상품이 나오면서 값도 싼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자라, H&M, 유니클로 등)도 각 브랜드마다 연간 매출액이 5천억 원이 넘으며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있기 전에는 1조 원이 넘었다. 

여기에, 패스트패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부후(BOOHOO)도 금년 초에 한국에 상륙했다. 
매주 500스타일을, 시간 당 3만 개 이상 생산하는 부후는 기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생산 품목이 옷에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신발과 액세서리, 화장품까지 다양하며 의류도 잠옷과 여행복, 파티복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쇼핑몰이다 보니 가격도 훨씬 더 싸다.

우리나라의 패션 소비시장은 고가와 중저가 양쪽 분야 모두에서 해외 브랜드들이 크게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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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의 김건희 여사> 


'존재감' 아쉬운 패션 한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2012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K컬처) 이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2021년 조사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K팝(23.2%)을 제일 먼저 떠올렸으며 한국 음식(20.3%), 드라마(16%), 한류스타(12.6%)가 그 뒤를 잇는다. 패션은 3.2%의 비중으로 제일 마지막 10번째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한국 문화콘텐츠 이용 월평균 지출 금액은 패션(33달러, 약 4만 원)이 제일 많았고 뷰티(29.4달러, 약 3만5천 원), 음식(24.7달러, 약 3만 원) 순이었다. 물론 K팝이나 드라마, 영화 등은 유튜브나 OTT 서비스로 무료 또는 월정액 무한 서비스를 받으므로 패션이나 뷰티, 음식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패션에 지출하는 비용이 뷰티나 음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옷값이 화장품이나 음식 값 보다는 몇 배 더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K패션을 얼마나 싼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K패션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로만 대표되는 것은 아니다.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내셔널 브랜드도 10여 개 남짓 되며, ‘휠라’나 ‘루이까또즈’처럼 해외 유명 브랜드를 우리가 인수한 경우도 있고, F&F처럼 패션과 무관한 외국 상표(MLB, 디스커버리 등)의 판권을 들여와 의류 브랜드로 성공시킨 사례도 있다.

하지만 BTS와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K무비와 드라마에 비하면 K패션은 뚜렷한 존재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황록(38세)은 2018년, 전 세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LVMH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고 2020년에는 디자이너 김민주(36세)가 넷플릭스 주최 패션 서바이벌에서 세계 각국의 도전자들을 제치고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이러한 콘테스트가 아니더라도 서울패션위크와 파리 런던 뉴욕 패션위크 등에서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화수분처럼 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그들의 존재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매우 미약하다.​

‘패션’에 당당할 수 있는 ‘대통령 배우자’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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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전 서울 서초동 자택 앞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경호견과 포즈를 취한 김건희 여사>

 

이번에 젊은 영부인이 그 누구보다 주목받으면서 등장해 패션계에서도 기대감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김건희 여사는 취임식 의상에서부터 ‘소상공인’과 ‘중저가’를 앞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옷값 논란’이 두려운 것인지,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리가 버거운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김여사가 패션에 당당하지 못한 모습은 아쉽다 못해 안타까울 지경이다.

 

김건희 여사가 첫 번째로 만날 뻔 한 외국 정상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은 한국과 미국의 국제관계로 보아 앞으로 언젠가는 만날 파트너이며,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두 사람의 패션 스타일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김여사보다 나이가 21살이나 많으면서도 질 바이든의 패션 스타일은 매우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작년 1월 취임식 때는 데뷔한 지 3년밖에 안 된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입더니, 보그지 8월호 표지에 등장할 때는 톱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꽃무늬 드레스로 맵시를 뽐냈다. 그녀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옷을 G7정상회의 개막 리셉션과 대선 승리 후 대국민 연설 때에도 입었다.            
질 바이든은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들하고는 달리 같은 옷을 여러 번 재활용해서 입기로도 유명하다. G7정상회의 때 입었던 ‘LOVE’ 재킷은 2년 전에 입은 프랑스 브랜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국회 연설 때 입은 드레스는 2015년에 데뷔한 신진 디자이너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의상으로, 디자이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밝힌 바에 의하면 취임식 날 입었던 드레스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직물로 만든 것이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질 바이든 드레스를 담당한 직후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클로에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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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정상회의 때 _LOVE_가 새겨진 재킷을 입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출처=로이터)>

질 바이든은 오스카 드 라 렌타 외에도 돌체&가바나, 발렌티노, 프라다, 마이클 코어스, 지미추, 브랜든 맥스웰과 같은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알렉산드라 오닐,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같은 신진 디자이너들의 옷도 즐겨 입으면서 미국 브랜드 또는 신인 디자이너들의 홍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패션 환경이 같지 않으므로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을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질 바이든이 당당하게 자신의 패션을 퍼스트레이디 메시지로 활용하는 것은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김건희 여사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배우자가 됨으로써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셀럽이 되었다. 

김여사가 보여주는 패션 스타일은 국내외 사람들에게 K패션 스타일로 비치게 된다. 그녀의 패션과, 그녀의 패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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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사항

  •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졸업(문학석사)
  • 경향신문, 동아일보 기자, 편집장, 부국장
  •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보실장
  • 국민대 한성대 대학원 거쳐 고려대에서 패션 저널리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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