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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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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inokim0@gmail.com) | 작성일 2024년 06월 0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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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마루 백화점​>

 

#1. 삿뽀로에 가면 늘, 다이마루 백화점을 첫 방문지로 삼는다. 삿뽀로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추억의 장소여서 그렇다. 내 생애 첫 번째 다이마루 삿뽀로점 방문은 2003년 3월 개점일이었다. 

 

당시, 삼성의 인하우스 컨설팅 기업인 오픈타이드가 내게 의뢰한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삿뽀로 출장이었는데, 어차피 삿뽀로에 가는 김에 다이마루 개점에 일정을 맞춘 것이다. 당시 내게 주어진 업무는 삿뽀로 1위 백화점이던 ‘마루이이마이(丸井今井)’와 국내 ‘대구백화점’의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것이었다. 

 

일본 백화점과의 제휴

1990년 초 울산의 주리원백화점과 후쿠오카 ‘이와타야(岩田屋)’의 제휴 관리 경험을 인정받은 업무 의뢰였다. 일본과 한국의 지방백화점 가운데 1위를 지키던 양사는 3개월 뒤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꾸준히 추진했다. 당시, 대구백화점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서울 소재 백화점이 지방백화점을 인수하고, 한발 더 나가 지방에 점포를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상황에 위기를 느끼던 터였다. 그래서 생존 사례로 선택한 것이 ‘마루이이마이’다. 

 

마루이이마이는 전국구 백화점인 미츠코시 삿뽀로점을 이기고, 삿뽀로 1위로 독주하고 있었다. 2003년 다이마루가 삿뽀로에 45,000㎡의 대형 점포를 오픈하자 44,000㎡의 마루이이마이는 1위 수성을 위해서 혼신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던 터였다. 다이마루가 오픈하자마자 세이부 삿뽀로점과 로빈슨 삿뽀로점은 폐점했다. 점포 면적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2009년이 되면서 마루이이마이는 다이마루에게 1위를 내주고 민사 재생을 신청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때, 이세탄 백화점이 구제의 손길을 보내 지금의 미츠코시 이세탄 백화점 산하로 편입되지만, 1위 탈환은 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2위로 밀려있다. 

 

삿뽀로와 대구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일본 삿뽀로 백화점 이야기는 대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대자본의 지방 진출로 부산의 태화, 광주의 화니, 가든, 송원 등 지역 백화점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구의 동아백화점은 존재감을 잃었다. 그 자리는 이미 빅3 백화점이 차지하였다. (사진)의 삿뽀로 소재 다이마루, 마루이이마이(이세탄), 미츠코시, 도큐 역시 전국구 백화점이다. 그들의 전체 매출은 1200억 엔으로, 점유율은 각각 다이마루 43%, 마루이이마이 26%, 미츠코시 18%, 도큐 13%이다. 

 

잠시 대구 상황을 살펴보면,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으로 양분되었던 시장에 일시적으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진입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그 후 역사(舍驛)형 터미널 입지에 초대형 매장으로 시장에 진입한 신세계백화점이 독주하면서, 그 뒤를 이어 현대백화점, 대구백화점, 롯데백화점으로 순위가 굳혀진지 오래다. 그래서 삿뽀로 다이마루를 방문하면, 늘 신세계 대구점이 오버랩된다. 백화점 산업에 입문하면서 누누이 외쳤던, 1평이라도 크게 지역 최대 면적으로 진출하면 매출은 더 큰 차이를 낸다는 ‘지역 1번점론(論)’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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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이이마이 백화점​>

 

#2. “三方良し”라는 용어가 있다. 

사업을 할 때는 자신과 거래선, 소비자(혹은 사회)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이토추상사 등이 이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는데, 요즘의 CSR과 의미 상통하는 용어다. 삿뽀로의 상징인 두개의 시설, 삿뽀로돔과 에스콘필드를 견학하면서 갑자기 이 용어가 생각났다. 2023년, 홋가이도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프로야구팀 ‘니혼햄 파이터스’가 삿뽀로시로 부터 빌려서 사용하던 삿뽀로돔을 버리고 직접 구장을 짓고 이사를 가버리면서, 순식간에 삿뽀로돔은 적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삿뽀로돔은 2002 한일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공공시설이다. 그런데, 월드컵 개최를 목전에 둔 당시에도 축구만을 위해 돔을 짓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야구, 공연, 이벤트도 개최할 수 있도록 다목적 시설을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삿뽀로의 선택은 국내 월드컵 경기장이 줄곧 적자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그 후 15년간 삿뽀로는 연고지 니혼햄 구단이 홈구장으로 연간 80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면서 누적 약 2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상황이었다. 

 

야구장으로 활용할 때의 광고료, 식음시설, 물판시설의 수익이 삿뽀로돔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는 대개 국내와 비슷하게 모기업의 광고선전비 지출 개념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적자 상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니혼햄이 야구단의 적자를 면하고자, 흑자인 삿뽀로 市 대신에 일정 기간 구장을 관리하면서 광고료, 식음, 물판의 수익금을 확보할 수 있는 관리자로 지정을 요구했지만, 삿뽀로는 이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문을 닫아야한다

문제는 이것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흐름이 구단 적자 축소를 위해 지방 자치체가 소유 구장의 운영을 연고지 구단에게 맡기는 추세였다. 왜냐하면, 프로야구 구단이 연고지인 지자체를 홍보하고, 지역 주민의 충성심을 높인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삿뽀로시가 니혼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니혼햄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구장을 이전한다는 결단을 했다. 

 

이때, 삿뽀로 인근의 기타히로시마시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많은 부지를 내줬다. 니혼햄은 야구장 이외에 인근 부지를 개발해서 운영하는 이른바, 볼파크 디벨로퍼가 되었다. 2023년 3월 니혼햄의 새로운 구장 에스콘필드는 첨단 돔으로 개장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번에 찾은 삿뽀로돔은 프로축구 ‘콘사드레’의 경기와 일부 이벤트로 연명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니혼햄의 에스콘필드를 견학할 때는 구장에 활기가 있었다. 

 

돔의 지붕을 열고 태양 빛을 쐬고, 물을 주며 키운 천연 잔디의 푸르름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인구 500만명의 홋카이도, 200만 명의 삿뽀로에 2개의 돔구장이 들어서는 것이 맞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뻔하다. 어느 하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게 어디인지는 앞서 백화점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이미 정해져 있다. 三方良し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긴 시간이었다. ​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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