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양극화’ 현상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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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fpost@fpost.co.kr) 작성일 2024년 01월 29일 URL 복사본문
지난 연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2024년 유통전망>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늘 발표하던 ‘복합상업시설’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백화점’을 테마로 받았다.
백화점은 내 첫 직장인터라 항상 애착을 갖고 살펴보는 산업이기에 준비를 잘하고 싶었다. 현장의 참석자는 물론 업계도 고민해야하는 화두를 끌어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세미나 이후, 이러한 수고를 인정해주는 다양한 시선이 있었다. 특히 언론이 관심을 가진 테마는 ‘백화점의 양극화’와 ‘지방백화점의 소멸’이었다.
부동산 가격 하락, 내수 부진이라는 시대 상황과 합치하면서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 발표 당일, 주어진 시간의 제약으로 깊은 논의를 하지 못했는데도, 세상의 주목을 받은 불편함이 있던 차에 본지를 통해 그 논의를 보충, 확장해 본다.
본인이 지방백화점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이다. 6대 도시 이외 도시의 중심지에 위치하거나,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도시의 부도심에 소재한 백화점은 위기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경계감을 지적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특정 백화점은 해당 지역 백화점 다수를 투자사에 매각하고, 그 자리에 임대로 들어가는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을 시행하여 위험을 분산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전체 백화점 매출 볼륨을 유지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특히 코로나시기를 겪으면서 지방백화점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른바 ‘체험형 쇼핑’을 제공할 수 없는 점포는 매출 감소, 판관비의 증대로 이익구조가 붕괴되었다.
(도표1)은 2017년과 2023년 백화점 매출을 분석한 것이다. 2017년에 백화점 매출은 29조 7천억 원이었다.
매출 등급별로 비교하면 서울, 부산, 대구 소재의 상위 10개 점포가 34.1%를 차지했고, 지방 소재 하위 10개 점포는 5.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위 점포 50개는 60.8%를 차지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23년에는 이 수치가 38조 4천억 원 매출에 상위 10개 점포 46.5%, 하위 10개 점포 3.4%, 중위 51.5%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상위 점포만 12.4% 점유율이 커지는 독특한 구조를 보인 것이다. 이는 超양극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참고로 비교 연도인 2017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등 전례 없는 초대형점 오픈의 성과가 실현되는 시점이다.
이렇게 초대형 점포의 성과에 주목한 업계가 그 뒤에 오픈하는 점포를 모두 66,000여 ㎡(약 20,000평) 이상으로 잡았다는 점에서 이 시기가 국내 백화점의 초대형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과의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서 체험형 쇼핑을 차별화 포인트로 표방한 백화점 업계의 자구책이 실제 소비자 유인으로 작동하면서 점포 대형화가 촉발된 것이다.
(도표2)는 이 시기 등장하는 신규 대형 백화점의 특징과 2021년 이후의 ‘The Greater, The More’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The Greater’의 의미는 서울이 김포를 흡수하여 메트로폴리스를 형성하는 것처럼,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초대형 상권이 만들어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잠실=롯데백화점, 반포=신세계백화점, 여의도=현대백화점’이라는 소비자 인식 확산으로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작금의 백화점 매출은 상권 확산을 주도할 수 있는 대형점포에게 유리한 구조가 된 것이다.
‘The Greater, The More’ 현상은 국내 1위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의 비교로 잘 설명된다.
(도표3)에서 보는 것처럼, 매장 증축을 지속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단일 점포의 매출이 백화점 전체의 5.6%에서 8.1%까지 치솟고, 하위 11개 점포 매출의 합과 같았던 것이 20개 점포 매출의 합과 같아진 것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파워가 얼마나 큰가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같은 기간 매출 1조 원 이상 점포가 4개에서 12개로 증가한 것도 동일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결국 2023년 백화점의 양극화는 소비자의 선택과 집중, 즉 초대형점 현상이 만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부진과 맞물려 업계는 매장 면적이 작은 하위 백화점의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는 백화점이 특정매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백화점은 줄곧 상품과 인건비 리스크를 나눌 수 있는 테넌트가 있기에 조정을 서두르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10개 점포가 56개 점포와 같은 매출을 내고 있는 시점에서 테넌트의 리스크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익구조가 취약한 지방백화점이 더 문제인 것이다.
10여 년 전에 취했던 세일 앤 리스백 조차 버거운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매출이 오르지 않는데 일정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점포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필자가 <패션포스트>를 통해 일본 백화점이 진행했던 업태변환, 매각, 증축 등의 구조조정을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2024년이 될 것 같다. 반면에 이 난제를 잘 해결하는 기업은 향후 시장의 리더십을 쥐는 기회의 시기 일 수 있음을 직감한다.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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