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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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작성일 2024년 12월 23일 프린트본문
해고 통보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연말 인사 개편에서 예상치 못한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임원은 말을 시작하자 마자 첫 마디에 육두문자를 내 뱉었다.
“그동안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브랜드를 잘 만들어냈지만 성과를 보일 만한 최소한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만두라는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다. 대기업의 인사가 원래 그렇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당해보니 화가 난다”
임원은 계약직이다.
1년 마다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회사가 퇴직을 통보하면 바로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다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야하고,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책임지고 나가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랜드의 성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도 책임자이자 결정권자인 임원의 능력이다.
오너나 CEO는 그런 면에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책임자를 선임하는 것 또한 경영자의 몫이고, 결국에는 경영자의 책임이다.
맡겨진 브랜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종업원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일이다. 쓰여졌고, 최선을 다했는데, ‘잘못한 것 같다’며 그만 회사를 나가라는 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임원의 현실이다.
연말이 되면 임원들은 긴장하게 된다. 올해 실적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에 대한 수치는 이미 나와있다.
책임지고 나가야 할지, 회사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게 될지, 내년에도 이 자리에 머물수 있을지 결정이 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매년 그렇듯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 해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었다. 브랜드의 직급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에서는 직급자들이 보직 해제를 당하고, 일반 사원으로 근무하는가 하면, 브랜드가 대거 중단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도 많다.
커버에서 다룬 LF의 경우에는 각 사업부별로 사원급 인력까지 정리하라는 내용의 할당까지 내려졌다니 말이 필요없다.
대출 이자의 폭등, 주가 폭락, 투자 시장의 동결, 관세 폭탄, 환율의 급증, 대통령의 계엄령 등 경기는 총체적 난국이다. 내년에는 IMF 수준의 국가 위기까지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주머니에는 돈이 없고, 옷을 사는 사람들도 없다. 패션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지난 4분기 매출은 역대급으로 저조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라고 용빼는 재주는 없다.
비용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중단하는 것은 가장 빠른 인건비 감축 방법이고, 권고 사직 역시 마찬가지다.
패션계에서 그래도 탄탄하다는 대기업들마저, 이렇게 인력을 감축하고 있으니 이후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도 영향을 받아 더 많은 패션계 인력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뜻해야할 연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추운 겨울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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