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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투자가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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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01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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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3년 전, 패션 스타트 업이나 온라인을 주 무대로 하는 소형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화두는 투자유치였다. 이들의 관심사는 ‘누가 어떻게, 얼마를, 누구에게 투자를 받았느냐’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이 소위 ‘싹수 있는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고, 무신사스토어는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유망한 브랜드에 투자하던 시기였다. 

 

이들은 패션계에 새로운 개념의 투자가 싹트게 된 기폭제가 됐다. 물론 이전에도 일부 기업이나 VC(벤처캐피탈)가 패션에 투자하는 사례는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엑시트를 목적에 둔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의 패션의 투자는 활발하지 못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패션은 기피사업이었다. 높은 투자 금액에 몇 시즌은 투자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했다. 물론 원금 회수는 더욱 어려웠다. 패션이라는 특성상 단기간에 이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신규 론칭 브랜드라면 상황은 더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백화점에 들어가야 했고, 대리점을 유치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막대한 영업외 비용 손실이 발생했다. 제품의 판매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나중의 문제였다. 이같은 전통적 특성은 패션에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했다. 그랬던 투자자들의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온라인 마켓의 성장이 주된 이유였다. 무신사, 더블유컨셉, 29cm 등 대형 패션 쇼핑몰의 가파른 상승세와 함께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패션에 대한 투자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었다.

 

패션 투자, 열매를 맺다

3년이 지난 지금, 패션으로의 투자는 흔한 일이 됐다.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 성공이 커다란 이슈일지 모른다. 그러나 불과 1주일에 한번 꼴로 기업이나 VC가 패션 분야에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희소성은 사라졌다. 더 이상 투자와 투자유치는 업계 이슈에서 벗어났다. ‘또 투자 받았네’ 정도다. 그만큼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패션에 유입되는 투자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보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 주를 이룬다. 기존에 비해 막대한 투자 금액이 소요되지 않는데다가 매출을 올리고 투자금도 빠르게 회수된다. 물론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온라인 중소 브랜드의 경우는 다르다. 투자에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션 기업들의 투자가 보태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온라인 브랜드 사업이나 플랫폼에 좋은 투자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는 오너들이 기존 ‘인수’나 ‘소유’라는 개념 자체를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론칭을 통해 들어가는 리스크를 줄이고 돈을 벌기보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에 투자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투자 후에는 모 기업에 흡수되는 형태까지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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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더블유컨셉>

 

패션 기업, 경쟁사에도 투자하다

패션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쟁 구도로만 여기던 패션 기업들이 발전가능성이 높은 중소형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 복종뿐 아니라 경쟁 복종까지 투자를 감행하면서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패션산업발전을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직접 투자를 위한 투자법인을 만들거나 일부 기업과 연계를 통해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랜드그룹이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벤처캐피탈(CVC)인 ‘이랜드벤처스’를 설립하고 유망 패션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물론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벤처스 설립 전 투자를 위한 시도도 간간이 해왔다. 아동복 정기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인 ‘키즈픽’에 지분 투자를 비롯한 이랜드리테일 PB 콘텐츠를 제공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패션 컨설팅 업체인 디자이노블과 유아용 제품 성분 분석 업체인 맘가이드,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 업체인 태그바이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다.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해 총 160억 원을 출자해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투자사업을 본격화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투자법인이 설립되기 이전 ‘로우로우’에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에프앤에프 역시 투자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신생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F&F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올해는 회사 분할을 통해 에프앤에프홀딩스에서 투자 사업을 관활하게 된다. 이 회사는 F&F파트너스 설립을 1년 가까이 준비했다. 지난 2019년에는 무신사와 공동으로 안다르와 이세에 투자를 감행하는 등 전문기업으로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코오롱의 계열사인 벤처캐피탈 기업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역시 최근 패션 투자에 적극적이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0년 설립됐지만 패션보다는 여타 플랫폼에 투자를 해 오다가 안다르, 에이블리, 조이코퍼레이션, 번개장터, 발란 등 패션과 유관한 브랜드 및 솔루션 영역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직접 투자가 아닌 출자 형태로의 투자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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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에이블리>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는 ‘무신사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 펀드1호’ 펀드에 20억 원을 출자했다.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 펀드1호’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일환으로 조성됐으며, 비대면 패션 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스마트대한민국펀드는 중기벤처부가 조성한 벤처펀드로 멘토 기업이 정부와 재원을 공동 출자해 후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후원자로 나선다.

 

대명화학과 무신사에서 비롯된 벤처 투자

패션업계 스타트업 투자에 불을 지핀 곳은 단연 대명화학과 무신사다. 이들은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자주 소개됐다. 권오일 회장이 이끄는 대명화학은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등 대형 패션유통 기업의 인수를 발판삼아 스트리트 패션, 온라인 브랜드 등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현재 피스워커를 필두로 30여개 이상의 기업에 패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대명화학의 투자는 대부분 50% 이상의 지분 인수를 원칙으로 한다. 경영권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실적에 따라 향후 유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특이할 만한 것은 대명화학 뿐 아니라 계열사들 역시 작은 대명화학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 계열사별로 투자처를 발굴하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대명화학은 최근에는 신생브랜드 투자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많은 기업이 달려든 탓도 있겠지만 내부 인력 확충을 통해 신규 브랜드 론칭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된 무신사는 경영권 확보 보다는 10~20억 원 내외의 순수 투자에 집중해 왔다. 무신사는 자금 수혈 파트를 전담하고 있는 무신사파트너스에서 투자 및 인수 사업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무신사스토어에 입점된 온라인 브랜드를 포함 20여 곳 이상에 지분 투자가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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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커버낫​>

 

대표적으로 커버낫, 앤더슨벨, 로맨틱크라운, 마크곤잘레스, 수향(sooHYA NG), 라퍼지 스토어, 쿠어 본 챔스, 디스이즈네버댓, 편집숍 웨일런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또 대명화학의 자회사 어센틱브랜즈코리아에서 독립을 선언한 박부택 대표에게 일부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디자이너 브랜드 ‘유어네임히얼’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신사의 투자는 경영권을 확보에 필요한 지분 인수가 아니다. 신규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향후 패션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투자는 지속된다

기존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던 태진인터내셔날의 LX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슈페리어홀딩스 등도 역시 투자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특히 슈페리어홀딩스는 지난해 별도회사로 운영되던 투자 법인을 없앴지만 일부 패션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예일’을 전개사 위즈코퍼레이션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이같은 패션업계의 투자사업이 더욱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19사태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을 감안한다면 오프라인 신규 브랜드 론칭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즉 신규 투자는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투자로 전환될 가망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업을 펼치는 기업뿐 아니라 오더량이 줄어드는 수출 기업, 프로모션 업체에 이르기까지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패션이 투자 기피산업에서 이젠 타당성이 높은 산업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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