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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혁신 전략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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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0년 12월 0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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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도쿄 아리아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과학적 해석까지 가지 않더라도 올 한해 국내 패션기업들의 움직임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수년째 차곡차곡 쌓여온 위기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표출된 모양새다.  

 

지난 9~10월, 확진자 수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전 시장 경기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 기간 제품 가격 할인 폭을 높여 오프라인에서 모객에 성공한 브랜드는 전년 수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오랜만에 찾아온 소비심리 상승장에 고객을 끌어내 활기를 더하기 위한 셈법이 작용했다. 

 

반대로 선제적으로 할인 카드를 꺼내기보다 코로나 발병 이전 매년 그래왔듯 장사가 가장 잘되는 11월, 관성적으로 큰 폭의 할인 행사를 계획했던 곳은 겨울 장사가 또 다시 글렀다고 탄식했다. 

 

급기야 수십 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해온 패션 기업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다. 

연간 3~5% 안팎의 영업 마진 구조를 가진 사실상 ‘앞으로 벌고 뒤로 까지는’ 장사를 해왔던 곳들이다. 마진이 남으면 다행인 기형적인 사업 모델,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기업 문화까지. 

 

초유의 사태를 맞은 과정에서 제대로 된 혁신과 실행, 그리고 객관적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있었을까. 코로나19의 등장과 시대 흐름에 맞춰 달라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추락한 실적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타당한 이유다. 적어도 외생(外生)변수의 인과관계를 밝히며 수많은 변인(變因)과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까지는. 그런데 만나보면 대부분 분석 과정은 없이 결론만 있다. ‘생존’ 두 글자다. 방법으로는 그냥 버티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 혁신 전략 부재 

어찌 보면 올 한해 예측 가능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어디서 무엇을 팔아야 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늠을 할 수는 있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의심해 보자. 과연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채널에 대한 투자 결정이 왜 지연될까. 늦어지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시장에 내놓을 제품 가격 결정권까지. 외부 요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확진자 추세와 매장 방문객수 추이는 살펴봤을까. 그럴만한 툴은 있을까. 십중팔구 아니다. 

 

변화의 모든 주도권은 기업 내부에 있다. ‘시도는 했는데 되지 못했다’ 혹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곳은 어떤 선진 사례를 학습해도 실행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굳이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패션 기업은 혁신 전략이 부재하다. 관성적인 기업과 조직 명령 체계, 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총원(總員) 감축을 위한 메트릭스 구조의 조직 개편, 문책성 인사 제도와 사업 중단 등 올 한해 국내 패션 기업들이 실행한 유일한 조치다. 기업이 버티기 위한 조치가 결국 고용 해지 명분의 조직 개편이 전부다. 50대 임원 퇴출과 40대 젊은 임원 등용은 적절한 인력 선별, 색다른 기업문화 구축의 핵심이라고 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결국 고액 연봉 수령자의 대타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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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지난 6월 디지털 전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인디텍스의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은 약 34조5천억 원이다. 내년까지 10%에 해당하는 3조5,600억 원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佛 MAD 설문 ‘혁신기업 위드코로나시대 낙관’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일까. 미국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소매 기업들 역시 같은 이유로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그런데 아주 잠시다.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길어도 3~4개월을 넘기지 않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동제한, 도시 봉쇄령을 겪거나 또 다시 경험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큰 고초를 겪었던 미국 대형 캐주얼 브랜드 ‘갭’은 이미 2023년을 염두에 두고 세운 ‘파워 플랜’을 서둘러 이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유통 대전환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3분기 전년대비 매출 감소 폭을 좁혔다. 아예 4분기는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위드코로나 환경을 낙관하는 곳도 나온다. 

 

프랑스 컨설팅 회사 MAD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는 코로나19를 격고 나서 고객 중심적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설문은 코로나 발병 이후 3~4개월 단위로 진행됐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될수록 더욱 그랬다. 

 

달라진 환경으로 사업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유럽권 소매상권에서 더 이상 비싼 임대료를 내고 매장 운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신했다. 동시에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이 명백해진 결과에 따라 판매를 포함한 마케팅 등 영업활동에 수반되는 혁신 방향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가장 많은 투자와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 CRM 도구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문 인력 채용, 고객 경험 데이터 수집 분야다. 고객이 있는 디지털 상점으로 찾아가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다른 점은 ‘휴먼 터치’다. 디지털 즉, 온라인상에서도 접객을 최전선에 배치한다. 국내 기업과 달리 어떤 영역에 투자를 하고 개선해야 되는지에 대한 확신과 실행 능력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놀라운 점은 설문에 응한 유럽지역 브랜드의 대부분이 연초 코로나 발병과 동시에 이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덩치 큰 SPA 전략 수정에 일사분란 

지난 6월 단숨에 디지털 전환 추진 방향을 발표한 SPA ‘자라’도 마찬가지다. 인디텍스의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은 약 34조5천억 원이다. 내년까지 10%에 해당하는 3조5,600억 원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의 연동 등 이전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시프트는 간단한 계획에 따라 전략적이고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 큰 기업 규모지만 경영 판단과 실천 속도를 보면 이들이 글로벌 선두주자인 게 납득이 간다.  

 

일본 유니클로의 전개사 패스트리테일링 역시 기업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진 구조가 좋은 새로운 공장을 발굴하기 위해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지역으로 생산 담당자 파견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소싱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과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도쿄 아리아케 본부 근교로 히트텍을 이을 메가 아이템 개발을 위한 공장 설립 계획도 마련했다. 또 자국에서는 온라인 판매와 주거지역과 가까운 오프라인 점포 쇼핑이 확산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 주거 밀집지역으로 축소된 크기의 오프라인 점포를 확장할 태세다. 한 동안 대형점포의 콘셉트스토어를 확대했던 전략에서 야나이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달라진 환경에 맞춰 소형 점포로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새 시도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유독 국내 기업만 혁신 전략이 부재하고 문제가 심각할까. 그렇게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단계 더 브랜드 지위를 격상하기 위한 밸류 에디드 전략에 나선 한섬은 사실상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계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 실적은 전년대비 눈에 띄는 상승폭을 그리고 있고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을 잇고 있다. 

 

한섬의 '방향성'에 따라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브랜딩 전략을 내세우기보다 코스트 드리븐(원가절감)에 더욱 집중하며 종전보다 훨씬 더 싼 가격의 베이직한 상품을 쏟아낸 국내 베이직 캐주얼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급부상한 신성통상, 마케팅 화력을 높여 카테고리 킬러 품목을 뽑아내고 있는 에프앤에프까지 이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확실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이들 기업이 가진 브랜드 자산, 인프라, 조직 문화는 기업 혁신의 바탕에 서있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돼 버린 현재, 외양간을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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