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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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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려대학교 패션비즈니스 커뮤…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11월 28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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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Mnet에서 방송한 <퀸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 특별히 이목을 끌었던 무대가 있었다. AOA의 ‘너나 해’ 무대 중에 남성 댄서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파격’ 그 자체였다. 보통의 남성 댄서들과 다르게 그들은 몸에 딱 붙는 바디수트를 입고, 높은 힐을 신었으며, 팔과 골반, 다리를 이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쾌감을 느꼈다.

 

나 자신을 나답게 ‘보깅 댄스’

방송에 등장한 춤의 장르는 ‘보깅(Voguing)’이다. 보깅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잡지 보그(Vogue) 모델들의 포즈로부터 영감을 받은 보깅 댄스는 모델들의 부자연스러운 포즈들을 음악에 맞추어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부터 발전된 장르이다. 

 

1970년대 뉴욕 할렘의 LGBT 성소수자들에 의하여 최초로 시작된 이 춤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에서 배척받던 소수자들로부터 출발한 문화로, 보깅은 사회가 정해놓은 상에 맞추지 않고 나 자신을 그 자체로 인정하려는 마인드를 강조한다. 즉, 보깅은 단순히 춤의 한 장르가 아니라 자아를 표현하고 다듬는 문화인 것이다.

 

나답게 살 용기 ‘Body Positive’

2018년을 기점으로,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가 부여한 이상적인 미적 기준을 거부하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자는 의미의 운동이다. 점차 피부색, 성별, 나이, 장애 등을 넘어 더 넓은 의미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유독 정형화된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바디 포지티브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니 정말 환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기괴할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한 개인의 강박은 끝없는 외모 평가와 자기혐오의 굴레 속으로 우리를 가둔다. 시중에 ‘프리사이즈’라고 판매하는 옷만 봐도 그렇다. 이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프리사이즈인가? 특정한 신체 사이즈를 가진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프리’가 아닌가?

 

실제로 여성신문 2019년 5월 18일자 기사 <‘빅 사이즈 패션’ 더 화려하게 멋지게!>에 따르면, ‘프리 사이즈’로 나오는 의류들이 55사이즈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분명 신체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사이즈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할 ‘프리 사이즈’인데, 말도 안 되게 작다는 것이다. 이는 55 이상의 신체 사이즈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며, 동시에 사회의 미적 기준이 마른 체형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공고히 하는 셈이다. 다양한 체형을 포괄할 수 있는 ‘프리한 사이즈’의 의류는 과연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바디 포지티브의 출현은 이처럼 정형화된 미적 기준으로부터 해방을 가져왔고, 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내 최초 내추럴 사이즈 모델 1호의 등장 이후, 2018년에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가 개최되었다. 이는 모델에게 요구되는 ‘몸’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바꿨고 국내의 여러 브랜드들이 바디 포지티브의 활동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해 현실감 있는 모델의 레깅스 착용 사진을 공개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다’, ‘나의 가치가 왜 몸매로 평가돼야 하나요?’ ‘더 이상 자존감을 낮추고 싶지 않아요’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애슬리틱스 브랜드 안다르는 ‘신세경 레깅스 화보’에서 ‘플러스사이즈 화보’를 선보였으며, ‘S’라인으로 대변되는 미의 기준을 벗어나 누구나 당당히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강조했다. 여기에 안다르의 시니어 모델 발탁을 통해 연령에 상관없이 운동에 집중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국내 브랜드들은 철저한 몸매 관리로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는 젊은 여성만 아름답다 말하기보다 다양해지고 있는 미적 기준을 제품에 잘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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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

 

 여전히 부족한 현실

국내 브랜드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바디 포지티브 활동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적 기준이 여전히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니 할로우라는 모델은 백반증이라는 피부 질환을 앓고 있지만 슈퍼 모델로 활약하고 있으며, 뉴욕 패션 위크에 섰던 제이미 브루어는 다운증후군 모델이다. 故마마캑스 또한 절단 수술 모델이자 패션계의 발전을 위해 활동했던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장애, 피부색, 사이즈를 불문하고 다양한 인물들을 미디어에 노출시켜 아름다움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이상으로만 남아있다. 이 외에도 미적 기준의 확장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플러스 사이즈에만 외향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에도 단발성 프로젝트 외에 국내 브랜드가 바디 포지티브 인식을 보급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2018년 리한나가 출시한 세베지X펜티는 바디 포지티브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다. ‘섹시’의 정의를 다시 세우겠다는 포부로 리한나는 론칭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물론 임산부까지 세우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단 플러스 사이즈만이 아닌 모든 체형을 위해 옷을 만드는 브랜드도 있다. 치수 0부터 40까지 만들겠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유니버설 스탠다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옷을 선보이며 패션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이즈와 퀄리티 차별이 없는 혁명적인 브랜드인 것이다. 이 같은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브랜드는 바디 포지티브를 나타내기에 부족함에 많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위해

국내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시작단계지만 정형화된 미적 기준으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아름다움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인드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모를 치켜세우며 우월성을 부각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외모에 대한 평가 자체를 무례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독특한 화장을 하거나 튀는 옷을 입으면 비웃음을 사는 등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와 비교해볼 때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타인의 외모나 스타일은 평가가 아닌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사람들이 정형화된 미를 좇아 자신의 몸을 비관하고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린다. 강박은 식이장애로까지 이어져 자신을 갉아먹는다. 이뿐인가. 독특한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면 쏟아지는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지하철 1호선을 타면 처음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한 소리를 듣는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타인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 

 

바디 포지티브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왜곡된 미적 기준에서 개인 스스로가 해방되어야 할 것이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미적 기준에서 한 순간에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내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면 이제는 타인의 외모 역시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사이즈에 국한된 바디 포지티브를 넘어 장애, 나이 등 모든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중되는 문화가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래본다.​

<고려대학교 패션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학회 옷거리 성지영, 강나영, 김나윤, 송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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