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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가치는 명확한가,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인가 냉정하게 평가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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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7월 1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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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원규 (주)꼬끼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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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패션기업인들은 대개 미션, 즉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예를 들어 투자사나 기업평가기관에서, ‘당신의 사업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즉답을 내놓는 패션기업인이 얼마나 되겠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성공조건이다. 추구하는 고객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고,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 ‘성공’하는 거다. 코로나19가 패션산업에 타격을 입힌 건 분명하지만 뜻하지 않게 옥석을 가려주고 있다. 위기에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지난 6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카페에서 만난 선원규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이 있는 반면 악수를 두는 쪽도 있는데, 지금 처한 환경이 이제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냉정하게 평가해 준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선 대표는 현재 생활용품전문점 ‘꼬끼오’를 전개하는 꼬끼오(대표 유시만)의 CEO다. 2016년 미니소코리아 부사장, 대표를 거쳐 1년 반 전 꼬끼오에 합류했다. 

선 대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적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그는 ‘기업 구조조정전문가’로 회자된다. 아마도 이랜드그룹 기획조정실에 이어 전략기획실, FnC코오롱 경영기획실 담당(임원), 한섬 경영기획실 상무를 거쳐 뉴욕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친 후 인디에프 경영기획실장, 패션기업으로는 마지막 근무지인 세정에서도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그의 이력 때문일 것 같다. 

농담반 진담반 “적도 많았겠습니다”했더니 선 대표는 웃으면서 “오너의 뜻을 실행하는 전략기획 부서의 업무가 원래 그렇다”면서 “기존 조직과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줄때 드러나는 역할이다 보니 반발하는 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초 만남을 청할 때는 디지털 네이티브와 스트리트 웨어 트렌드에 치이고, 코로나19로 치명상을 입은 기성 패션기업에 대한 평가를 들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른 취재원과의 대화에서 “선원규 씨가 꼬끼오라는 유통기업의 CEO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가고 다시 우리에게 넘어오는 유통 트렌드를 공부하고 싶던 차에, 홈센터와 생활용품점, SSM까지 결합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니 말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다면 만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꼬끼오의 지금 컨디션은 투자 유치에,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 많아 홍보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사실 기자에게도 선 대표는 전략통, 관리자 이미지가 강했다. 게다가 패션업계를 5년 쯤 떠나 있었기도 해서 “패션사업에 대해 정리된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좀 놀랐다. 아무튼 어떤 주제라도 패션과 유통, 뗄 수 없는 두 산업의 안팎을 치열하게 겪은 전문가의 의견은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

 

- 비즈니스를 존재의 이유라는 철학적 시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패션사업의 개념정리부터 하자는 것이다. 타 산업군도 비슷하지만 지금의 패션산업 구조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품 판매와 유통이 본질인 ‘플랫폼 사업’, 흔히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이라고 하는 ‘머티리얼(material) 사업’, 그리고 디자인 개발과 완제품 제작 ‘콘텐츠 사업’이 그것이다. 패션기업의 사업은 어디에 속할까?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모르면 타자(他者)를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언뜻 패션 브랜드 사업은 디자인, 원부자재 수급, 봉제, 가공, 판매를 다 포함하니까 머티리얼, 콘텐츠, 플랫폼 융복합 사업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됐다.

 

그는 “패션사업은 콘텐츠 사업”이라면서 “당연히 패션기업의 존재의 이유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 그것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나씩 설명하자면 우선 플랫폼은 서비스업의 속성을 가진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로컬시장에 더 적합하다.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느냐면 온라인, 오프라인 플랫폼 모두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시설과 고용 면에서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보통 대기업에게 더 적합한 사업이다."

 

"콘텐츠 사업은 프로덕트, 그러니까 상품 제조가 본질이다. 소비재 시장은 플랫폼 사업과 비교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개인부터 중소기업까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길도 열린다. 그래서 경쟁력의 핵심은 차별화에 있다. 차별화할 수 있는 토대는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사람에 대한 투자로부터 마련된다. 큰 규모의 자본투자가 최우선이 아니다.” 

 

- 패션기업 경영자가 콘텐츠 사업인지, 플랫폼 사업인지 구별하는 일이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나 

“우리 패션기업들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고 본다. 그동안의 (우리 패션기업들이 해 온) 투자방식을 복기해보면 명확해 진다.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도 콘텐츠를 차별화하는데 투자를 하지 않고, 어떤 경우는 결국은 부동산 투자인 플랫폼 투자를 해왔다."

 

"30여 년 전부터 대리점을 모집하거나 꽤 규모가 있는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사몰 오픈에 사활을 건다. 그렇게 대리점을 잘 확장해서, 쇼핑몰 운영을 잘해서, 자사몰을 잘 만들어서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익도 내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있나? 지금 대한민국 패션전문기업,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저가부터 고가까지 수입품에 뒤처지는 이유가 뭔가? 상품 차별화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다. 안에서부터 쇠락하고 허물어져 가는 중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가속도를 붙인 것뿐이다.” 

 

선 대표는 “기성 기업들이 그동안 얼마나 아이디어와 사람에 투자하지 않았는지, 상품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요즘 온라인 플랫폼에서 잘 나가는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들이다. 

 

“지금 패션 사업을 하는 젊은이들은 한눈을 팔지 않는다. 사업이라는 것을 시작할 때, 기성 기업만큼 돈이 없으니까 철저하게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기성 기업들에 견주어 회사 규모와 매출이 비교할 수 없이 작지만 트렌드를 선도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것은 그들이다.”

 

- 그럼 패션기업의 혁신은 무엇이 남았나. 서너 명이 의기투합해 일인다역으로 일하는 젊은 창작자들과 기업의 시스템은 다른데    

“이제껏 해왔던 것을 싹 다 버리고 플랫폼에 기웃거리는 일을 그만두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중견 패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아이디어와 사람, 즉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다. 내 회사에 소속된 사람, 내 회사에 소속된 사람의 아이디어여야만 한다는 편협함도 버리길 권한다."

 

"내가, 우리 회사가 현재 시점에서 우월한 콘텐츠를 생산할 역량이 없다면 그걸 할 수 있는 이들에게 투자하면 된다. 돈은 그들이 버는 거다. 투자 조건이 지분 쉐어라면 미래에 ‘우리 회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 다수 패션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숙명처럼 여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플랫폼은 대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다. 자금동원력이나 인력풀이나 대기업과 겨룰 수 있는 패션전문기업은 없다. 온라인 채널로 소비자가 이동하니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유통 대기업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무신사, 스타일쉐어, 더블유컨셉을 따라하겠다 고도 한다. 예전에 백화점 3사가 막강한 힘을 가졌을 때, 백화점이 되겠다고 하는 패션기업이 있었나? 생태계가 바뀌었다. 달라진 생태계를 좀 알고, 그 안에서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짜고 실행을 해야 한다. 소재 개발 등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은 다 같이 포기하고선 돈 벌 생각은 한다.”

 

- 콘텐츠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다소 극단적 표현이지만 ‘치고 빠지는’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도 너무 심해 콘텐츠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만드는 경향이나 흐름이 급변한다. 그래서 언제나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나마 중소기업의 생존가능성이 높은 것이 콘텐츠 사업이다."

 

"투자 전문 인력 풀을 조직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거나 초기 성장과정에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사내 벤처도 좋다. 사내 벤처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월급 이외 매우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콘텐츠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시기다. 큰 매장을 차지해야만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시절도 지나갔고 채널도 꽤 다양해졌다.” 

 

만남이 정리될 무렵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꼬끼오’에 대한 정보는 작년 가을 경기도 파주를 지나다가 딱 한번 매장에 들른 것이 전부다. 의외로 엄청나게 큰 매장과 만물상 같은 구색에 놀랐는데 그 후로 매장을 본 일이 없어서 ‘시골 다이소인가’ 정도로 지나친 적이 있다. 

 

7년 전 일본 홈센터 코메리(Komeri) 비즈니스 모델을 본 따 론칭된 ‘꼬끼오’는 현재 경기 북부에 점포 당 990㎡(약 300평) 규모로 47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취급하는 전 품목이 직매입 상품이고 물류 인프라 확보와 식품 부문 확장을 위해 최근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오프라인 소매유통이 큰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실적도 상승세다. 5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기존점 기준 35% 신장, 6월엔 50%까지 올랐다고 한다.  

 

선원규 대표는 “철저한 고객중심 경영,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장 싸게 판매한다는 것이 모토”라고 했다. 

“식품 부문 확충에 앞서 물류 기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꼬끼오’는 플랫폼 사업이지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콘텐츠, 안정적인 투자처로 어필할 수 있도록 점포 당 매출과 효율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CFO로서의 업무와 역할을 열심히 배우고 체험하고 있다.”

한편 홈센터는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유통 형태로, 집 꾸미기와 수리에 필요한 자재부터 각종 도구 등을 파는 대형 매장이다. 일찍이 홈센터 유통이 자리 잡은 일본에서는 원예와 조경, 가구, 가전, 의류, 장난감, 문구류 등으로 취급 품목이 확장됐고 규모나 입지 면에서 중, 소형점포, 도심 · 교외 · 농어촌 형(形) 등으로 다양화됐다. ‘코메리’의 경우 일본 내 1,000개가 넘는 매장을 가동하며 연간 외형은 3조 원을 훌쩍 넘긴다.  
 

 

선원규 대표는 “철저한 고객중심 경영,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장 싸게 판매한다는 것이 모토”라고 했다. 

 

“식품 부문 확충에 앞서 물류 기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꼬끼오’는 플랫폼 사업이지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콘텐츠, 안정적인 투자처로 어필할 수 있도록 점포 당 매출과 효율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CFO로서의 업무와 역할을 열심히 배우고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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