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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하는 100년 브랜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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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26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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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론칭 10년 차.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 매출도 100억 원 안팎. 매장 수도 20여 개 남짓. 10살이 된 핸드백 로사케이의 이야기다.

 

로사케이 대표이자 디자이너 김유정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유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해외에서 인정받을 만한 한국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국내 기업 대표가 몇 명이나 될까. 김유정 대표는 십 년이 지났지만 천천히 걷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급하지 않게, 백 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로사케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첼리스트에서 디자이너로

핸드백을 만들기까지 김유정 대표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첼로를 배워 16년간 음악을 해오다, 불현듯 전공을 바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 즉시 프랑스로 떠나 파리 3대 패션 학교인 스튜디오베르소를 무작정 찾아갔다.

 

“아무런 경력도 자격증도 없이 찾아간 학교의 선생님은 제게 질문했죠.” 

‘무엇을 전공했어요?’ 

‘첼로요.’

‘디자인 스케치 한번 해 보세요.’

“제가 스케치를 열심히 해서 보여주었더니,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합격’이란 답변을 주셨고, 저는 스튜디오베르소에 입학해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죠(웃음).”

프랑스 디자인 학교에서 동양인으로 해외 친구들과 함께 배우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에피소드도 많았다. 

 

“하루는 대한항공의 승무원 디자인을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랑코 페레’가 한 것을 놓고, ‘한국에는 자국 항공사 유니폼을 디자인할 만한 디자이너도 없니?’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너무 화가 났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죠. 저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을 공부했고, 그때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요.” 

 

김유정 대표는 프랑스에서 돌아와 한섬, 미샤 등 여성복 전문 기업에서 근무하다 결혼 이후 아이를 낳자마자 몇 달 만에 멤버를 모집하고 로사케이를 론칭했다.

 

이름 걸고 만드는 핸드백

십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핸드백을 만드는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해외에는 이미 많다.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케이트스페이드 등 미국의 볼륨 브랜드들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방을 만들고 있다.

 

로사케이는 김유정 대표의 영문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부끄럽지 않은 가방을 만들기 위함이다. 내셔널 브랜드 핸드백 중 한국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든 사례는 흔치 않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론칭했던 때처럼 밤낮없이 일하고 있죠.”

 

브랜드에 대한 가치관은 명확했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닌, 내가 돋보이기 위함이 아닌,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좋은 가방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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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케이 모노그램.>

 

매년 스타트업이라는 마음으로

김유정 대표는 10년 동안 웬만하면 나서지 않았다. 누가 찾아와 물어보면 대답해 줄 뿐, 스스로 나서 홍보하거나 브랜드를 띄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잖아요(웃음). 누군가 궁금해할 정도로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이름이 오르내릴 때, 진정 브랜드에 큰 도움이 되는 타이밍에는 멋지게 나타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로사케이는 매년 스타트업이라는 마음으로 연초를 시작한다. 김유정 대표는 더 달릴 수 있는 직원들과 지친 직원들, 끝까지 함께할 직원들 등 저마다 각기 다른 상황을 들어주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모두 가족 같은 마음이에요. 동생처럼, 엄마처럼 서로 아끼고 챙겨주고 있죠.” 투자도 많이 받았다. 금융기관부터 투자사, 지인들 까지 서로 믿음을 통해 외투를 받아왔다.

 

“아직은 수익이 그리 크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모두 로사케이를 믿어주고 있어요. 믿어주시는 분들과 고객들의 마음이 큰 힘이 되죠.” 

 

로사케이는 비효율 백화점 매장을 작년부터 대폭 정리했다. 그 대신 효율점 위주로 신규 오픈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 강남, 더현대서울 등 핫하다는 매장 위주로 신규 점포를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 20개, 직원 100명에서 연간 120억 원 매출이지만 큰 이익을 보지 않아도 신나게 일하고 있는 김유정 대표다.

 

매장은 모두 직영

“중간 관리는 있을 수 없어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중간관리자를 쥐어짜서 쇼핑백 팔고 수수료 따먹기나 하면서 본사의 이익만 찾을 순 없죠. 호시절에는 중간관리자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에요. 중간관리자들에게 부담이나 주는 본사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로사케이는 모두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영점으로만 백화점을 운영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고 리스크도 높다. 남들에게 다 나눠주고 큰돈 한 번 못 만져봤지만, 작년부터 턴 어라운드가 시작됐다.

외투를 담당하며 조언을 해 왔던 오빠 김호현 대표가 재작년부터 경영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호현 대표는 피케이앤와이즈, 솔바인 등의 기업을 운영하면서 로사케이의 재도약과 브랜드 가치의 정립, 해외 사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공동 대표를 맡게 됐다.

 

김유정 대표는 디자인에 집중하고, 경영 관리 분야는 김호현 대표가 맡아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 

 

김호현 대표가 합류하자마자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모노그램 아이템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로사케이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2019년 내놓은 로사케이의 모노그램 패턴 제품들은 20차례 리오더를 진행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로사케이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진출하지도 않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 인플루언서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로사케이 가방을 메고 피드를 올리거나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매체가 로사케이를 소개하면서 제품을 받으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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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케이 와인토트.>

 

500개가 넘는 아카이브

로사케이의 모노그램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김호현 대표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노그램의 원조 여부를 놓고 입씨름 중이다. 카피가 넘쳐나는 한국 핸드백 시장에서 자신만의 모노그램을 갖고 있는 브랜드가 얼마나 되는가. 우리가 어떻게 모노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우리만의 모노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내고 있는지 안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사케이는 10년 동안 약 500개의 아카이브를 만들어 놓았다. 어떤 트렌드라도 그대로 편승하지 않고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로사케이의 모노그램은 만들어진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죠. 이니셜 R과 K를 조합한 모노그램은 5개 이상의 컬러로 만들었어요. 우리는 우리의 색대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 모노그램은 로사케이만의 모노그램이 될 것입니다.”

 

김유정 대표는 모노그램을 8년 동안 그려왔다. 모노그램을 만들기 위해 아카이브를 그렇게 많이 쌓아왔다. 핸드백의 모노그램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모두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도 로사케이는 모노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노그램을 8년 그렸는데, 안 예쁘면 그만해야죠(웃음). 이름 이니셜로 각자의 집안 이름 쓰기인데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나올 수가 있겠어요. 모노그램 하나 만들기 위해 엄청 오래 걸렸네요. 모노그램을 이제 시작했으니 모노그램으로 끝장을 봐야죠.” 

 

로사케이 모노그램 아이템들은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비 180% 신장했다. 올해 매출 역시 18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핸드백 아닌 아이템으로의 확장

4월부터는 핸드백이 아닌 리빙, 골프 관련 소품 등 다양한 모노그램 디자인이 쏟아진다. 핸드백 브랜드로는 드물게 다양한 아이템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와인 토트, 티슈 케이스, 선글라스 케이스, 에어팟 케이스, 트레이, 세니타이져 케이스 등 실용성 높은 아이템을 선보인다. 선글라스 케이스는 가방에 달 수 있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골프 아이템도 나온다. 골프 장갑, 골프 가방, 헤드 커버, 레인지 파인더 케이스 등 다양하다.

 

김호현 대표는 “아이템의 확장은 잡화 브랜드에게는 필수다. 가방과 관련된 생활에 필요한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리빙 아이템을 확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의 목표 중국 진출

로사케이의 궁극적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해외에 브랜드를 알리고 한국을 대표하겠다는 김유정 대표의 큰 꿈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그 첫 발이 시작된다. 이 달 말 즈음 중국 티몰에 단독 플래그십을 오픈한다. 

 

오프라인은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을 먼저 활성화 시킨 후 메이저 쇼핑몰에 팝업 형태로 먼저 보여줄 계획이다. 중국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하기위해 그 동안 해외에서 홀세일을 진행했던 크고 작은 업체들은 모두 정리했다.

 

김호현 대표는 “중국의 핸드백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 중 7조 원은 명품이고, 나머지는 非브랜드가 전부다. 

 

중국의 핸드백 시장 성장 가능한 규모는 약 40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중 브랜드 시장을 절반 정도인 20조 원으로 볼 때 로사케이는 약 10% 정도의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십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브랜드를 소리 소문 없이 키워 온 김유정·김호현 남매의 한국 대표 브랜드 만들기는 이제 시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김유정 대표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렐 정도의 모노그램을 만들고, 백년동안 지속가능한 핸드백 브랜드를 만들 때까지 쉴 틈 없이 달려야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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