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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관을 청년 주거공간으로 바꾼 '게릴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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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11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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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릴라즈> 

염정업 대표 / 조선욱 공간 크리에이터 / 황민규 현장 매니저 / 김지연 굿즈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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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업사이클링 팀 게릴라즈 오래된 여관을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바꾸다

 

파괴된 자신들의 별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우주를 헤매던 중 우연히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생명체 게릴라즈. 그런데 하필이면 비싼 부동산의 나라 대한민국에 떨어져 주거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외계생명체들은 그들의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오래된 건물들을 고치고 바꿔 살아보기로 한다. 

 

염정업 대표와 조선욱 공간 크리에이터, 황민규 현장 매니저, 김지연 굿즈 크리에이터로 이뤄진 공간 업사이클링 팀, 게릴라즈(GUERRILLAZ)의 브랜드 스토리다.  

 

재생은 나의 힘

게릴라즈,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폐업을 했거나 낙후된 채 방치되어 도심 슬럼화를 일으키는 오래된 숙박시설들을 청년들의 공동 주거 공간(Co-living house)으로 ‘재생’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리모델링 공사만 하는 업자(業者)가 아니라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공급하고, 사용자들과 의견을 나누며 운영과 보수까지 책임지는 파트너다. 

 

게릴라즈의 브랜드 스토리와 작업의 가치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귀여운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공사 현장에서 쓰이는 망치와 드릴, 시멘트 등 공구와 재료를 모티브로 한 다섯 캐릭터들은 패브릭, 문구, 패션 아이템 등에 등장해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 이들 캐릭터는 스토리 북을 비롯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확장되어 나올 예정이다.   

 

인터뷰는 공사를 마치고 곧 입주가 시작될 ‘게릴라 하우스 1호점’에서 가졌다. 여관에서 공동 주거 시설로 탈바꿈한 이 흥미로운 공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게릴라 하우스 1호점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의 초역세권이자 남영삼거리 대로변에도 접한 위치에 있다. 

 

방이 10개나 되고, 청년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사전 설명을 듣고선 모던한 외관의 작은 빌딩쯤을 예상했는데, 지도 앱까지 사용해도 찾지 못해 한동안 헤맸다. 마침내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해 지나쳤던 살짝 굽은 골목길 안쪽, 이웃집과 경계랄 것 없이 이어지는 담벼락을 따라 시선이 미치는 곳 내에서 가장 세련된 ‘새 대문’을 찾아냈다. 

 

워프게이트(warp gate) 같은 출입구도 그렇고, 주택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서인지 묘하게 예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라운지가 있어 놀랐다. 그리고 작은 방마다 에어컨과 침대, 옷장, 수납장, 책상에 의자, 개별 화장실까지 ‘여기에 이것들이 어떻게 다 존재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코 복잡하지 않은 공간 디자인에 또 한 번. 공사 중 나온 폐자재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오래된 여관이다 보니 각 방에서 상당량의 비닐장판이 쓰레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김지연 굿즈 크리에이터가 공사 중에 나온 장판을 자르고 엮고 아트워크를 가미해 가구, 슬리퍼, 키홀더 등 생활용품을 디자인했고 계속 새 아이템을 개발 중이다. 굳이 장판을 재활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염정업 게릴라즈 대표는 “건축업에 있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인데, 재건축할 때 어마어마한 양의 장판이 나오기 때문에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든 써먹지 못하면 ‘재생’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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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맥락 없지만 운명이다

어쩌면 버려진 공간으로 한동안 남겨질 낡은 여관을 젊은이들의 힙한 생활공간으로 재생하는 일은 염정업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염 대표는 창업 전 직장생활을 꽤 오래한 편. 2003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해 8년 동안 ‘삼성맨’으로 일하다가 지금 여행, 레저 관련 예약 서비스 앱으로 유명한 야놀자로 이직했다. IPO를 추진 중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현재 야놀자를 예상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굴지의 대기업에서 숙박예약 스타트업이라니, 맥락 없는 생업변경이 아닌가.  

 

“건축은 단순히 어떤 구조물을 만드는 일로 끝나지 않아요.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이전의 준비절차부터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완성된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은 물론이고 이웃과 지역 사회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행위죠. 당연히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어 왔고, 앞으론 어떻게 변할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그래서 여가생활을 사업 소재로 삼는 회사에서 배울 것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게릴라 하우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2018년 11월에 퇴사, 곧바로 아이디어 실현가능성과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무 경험에 바탕을 둔 아이디어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여러 스타트업 지원사업과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회사를 만들기도 전인 2019년, ‘게릴라 하우스’ 아이디어로 서울시 주최 서울캠퍼스타운 예비창업부문 1등을 차지했다(상금도 500만 원이나 받았다고). 

 

이어 한 해 동안에만 강남구청 ‘강남 청년창업톤’ 성과발표대회 1위, 경기창조혁신센터 실전창업교육 1기 우수상, 서울캠퍼스타운 페스티벌 2019 예비창업 1위(서울시장상), 광운대 캠퍼스타운 창업경진대회 장려상, 숭실대 SDE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등등을 받았다. 

 

같은 해 4월에 가졌던 첫 오프라인 행사는 게릴라즈 브랜딩의 출발점이다. 서울 종로구 서촌, 통의동에 있는 보안1942(옛 보안여관 자리)에서 사업화 모델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와 플리마켓을 진행한 것. 역사적 공간의 현대적 재생. 지향점이 닮은 두 공간의 조합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입소문이 크게 났고 많은 이들이 찾았다. 

 

보안여관은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실제 숙박시설로 이용됐고, 일제강점기엔 우리 젊은 작가들의 아지트가 되어 근대문학의 거점 역할도 한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2007년에 전시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고 이어 2017년, 보안여관(지금의 아트스페이스 보안1)과 나란히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거주시설 보안스테이를 비롯해 갤러리, 카페, 서점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이 세워져 지금의 보안1942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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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여관>

 

재미있으니까 괜찮아

6월에 염 대표의 대학 후배인 황민규 현장 매니저가 합류했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과 청년창업대출로 자금이 마련되자 작년 1월, 망설임 없이 법인을 출범했다. 

 

그리고 모교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IR TECH SHOW 최우수상을 받았고, 종로문화재단 종로청년창업센터, 서울시 청년디자인창업센터 코-스테이션 입주지원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어 8월에 LH소셜벤쳐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게릴라 하우스 1호점으로 ‘진짜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 

 

이즈음, 물밑에서 염 대표를 돕던 조선욱 공간 크리에이터와 김지연 굿즈 크리에이터가 한 식구가 됐다. 두 사람 모두 각각 대형 건축디자인사무소와 패션대형사에서 자리를 잡은 터였지만 ‘한 핏줄 간에도 힘들다’고들 하는 동업자가 됐다. 

 

4명의 완전체, 청년 창업기업에게 기대해 봄직한 에너지가 상대방에게도 유쾌하게 전해지는 팀이다. 여느 스타트업과는 다르게 기분 좋은 여유도 느껴졌는데, 짧지 않은 기간 사회생활을 해 온 연륜, 창업과 동시에 ‘손에 잡히는’ 수익실현을 앞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 시국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두려움은 없었을까.   

 

조선욱 크리에이터는 “피드백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고 했다. “주로 대형 상업 공간 관련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내가 디자인한 공간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클라이언트의 니즈는 충족시켰지만 과연 사용자들도 원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는지, 무엇이 만족스럽고, 또 불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지. 큰 회사에서는 주어진 일에만 충실할 뿐, 개인적으로 소통할 여지가 없었거든요. 사용자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 영원한 로망이죠.”

 

김지연 굿즈 크리에이터 역시 “회사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늘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섬유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잘 조직된 대형사의 탄탄한 브랜드에서 우븐 디자이너로 일했다. 패션기업의 디자이너로 정규코스라 할 만한 직장생활,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적응력, 하지만 ‘디자인’을 정말로 하고 있는 것인지 허전함과 결핍이 느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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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여관>

 

청년들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게릴라즈 팀은 ‘청년의 삶의 가치와 도시의 가치를 생각하는 건축 크리에이터 집단’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기발한 기획자’ ‘착한 디벨로퍼’ ‘사려 깊은 건축가’가 협력, 전문성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좋은 뜻이지만, 돈도 되어야 한다. 

 

염 대표는 “도전을 하고 싶었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웃었다. 

 

“건축 산업을 경험하다 보면 정말 돈을 많이 쓰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됩니다. 워낙 자금이 들어가니까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게 되고, 발생하는 사회 문제 등을 사려 깊게 살필 겨를이 없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기가 쉽지 않아요."

 

"게릴라하우스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도시와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있고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화, 건축적 행위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도시재생과 주거문제 해결,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이슈로 관련 정책과 자금지원 시스템, 각종 공모전 등이 꽤 마련되어 있는 편입니다."

 

"민생,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니까. 스타트업이 실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은 있으니 준비만 되어 있으면 회사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팀의 막내인 황민규 매니저도 “주거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찾는 지자체, 수명이 다한 건축물이 버거운 건물주, 삶의 질이 보장되는 주거환경을 원하는 청년들 모두 공감하고 일방의 손해를 전제되지 않아야 롱런할 수 있다”고 했다. 

 

게릴라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건물주에게 리뉴얼 허락을 받은 후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장기임대 계약을 맺는다. 스스로의 수익은 청년 입주자들의 월세 베이스다. 주거공간의 품질 대비 보증금, 월세 모두 서울시내 최저가 수준이지만, 운영과 관리를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욱 크리에이터는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 시스템에 신경을 많이 썼고, 입주자들과는 게릴라즈 홈페이지, 게릴라 하우스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소통하고 1호점 입주가 마무리되면 전담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면서 “입주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현장 매니저에게 전달하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해결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고, 청년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온라인으로 최소 시차 대응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수익원은 굿즈 판매 분이다. 조만간 핸드폰 케이스를 11번가 기획전에서 선보일 예정이고,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 ‘디자인모멘텀’과 함께 장판으로 만든 슬리퍼로 와디즈 펀딩도 준비 중이다. 물량이 좀 더 준비가 되면 온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디자인 프로덕트 전문숍 등도 두드려 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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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즈 청년쉐어하우스>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현재는 게릴라 하우스 1호점 오픈과 2호점 준비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업영역이 그 쪽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혹시 패션부문 상업 공간을 만들어 볼 생각도 있는지 물었다.  염 대표는 “‘옷을 파는 장소’라면 이미 전문 업체들이 많이 있을 것이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공간에 대해 솔루션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슈퍼마켓 진열장 같은 곳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공간을 만들려면 우선 오너 또는 책임자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눈과 귀, 가슴이 열려 있어야 히스토리와 아카이브 요소를 녹이는 작업이 가능하죠. 요즘엔 모두가 MZ를 겨냥한다고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이 뭘 원하는지 진지하게 보고 듣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젊은이들은 낡은 것은 거부하지만 오래된 것엔 주목해요.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기업이 자신들과 소통해 주기를 원합니다. 그런 이들의 트래픽이 많은 공간, 그러니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진입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도록 만드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공간 확보를 위해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발생한 트래픽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읽고, 읽어낸 데이터를 다른 공간, 그러니까 ‘판매’에 포커스 된 곳에 적용하는 겁니다."

 

"트래픽은 ‘브랜딩이 되는 행위’로 일으키는 것이 맞겠죠.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면 브랜드 스토리 아카이브 전시와 한정판 발매행사, 그리고 클래식 슈트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비스포크 체험, 스웨트셔츠 한 장으로도 타이-다이(tie-dye)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소비자체험 공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많잖아요. 신생 브랜드라면 당연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을 추진해야죠.”

 

마지막으로, 각자 본인의 업(業)에 대한 생각을 한 줄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했다. 

염정업 “기존의 것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해석.”

조선욱 “소통과 즐거움을 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일동 웃음)

김지연 “회사에서와는 다른 나를 발견해서 너무 좋아요.!”

황민규 “버려진 공간에서 살만한 공간으로, 살만한 공간에서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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