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자인스튜디오임성묵 임성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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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쓰고 재사용되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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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18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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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자인스튜디오임성묵 임성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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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 장소 : 서울디자인창업센터 코스테이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철학을 상업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친환경, 오가닉, 지속가능성에 이르기까지 단어만 바꿔가며 늘 거론하고 있는 패션브랜드가 파타고니아, 올버즈, 프라이탁, 나우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Design Studio Lim Sungmook). ‘10년 후에도 우리에게 바른 가치’라는 슬로건을 걸고 B2B 디자인 서비스와 함께 자체 제품을 만들고 있다. 

 

매우 직관적인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에는 디자이너 레이블임을 은근히 각인시키는 영리한 브랜딩도 숨어 있다. 

 

디자이너 임성묵 역시 스마트하고 명쾌한 경영자란 인상을 단박에 심어주는 사람이다. 이전에 디자이너 1인 창업자들과의 만남에서 종종 느껴왔던, 예술과 상업사이 그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는 난감함이 없다.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이 추구하는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용자가 최대한 오래 쓸 수 있게 하고, 회수만 되면 완전하게 재사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폐기물도 최소화하는 겁니다. 엄격한 비건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용자가 쉽게 접하거나 실천할 수 있고, 회사도 지속가능한 방식이 저만의 해법이죠.”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이 소비재 브랜드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8년, 모디백(MODIBAG 3.0)’을 선보이면서다. 모디백은 원래 임 대표가 대학 졸업 작품으로 처음 구상했던 것이라고. 

 

발명에 가까운 이 가방의 디자인은 실제로 보면 더 신기방기하다. 어느 정도 두께감이 있는 네모난 원단을 패턴 매뉴얼에 맞춰 접으면 11개의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로 변신한다. 

 

이 가방의 종이접기 패턴 알고리즘과 접이식 섬유제품 제조 기술은 국내 특허와 해외 상표 출원도 되어 있다. 그렇다고 그저 신기하기만한 가방은 아니다. 아무리 거룩한 뜻과 의지를 품었다고 해도, 구린 디자인의 가방은 절대 들고 싶지 않은 법. 모디백은 본질에 충실하게 예쁘다.  

    

“모디백은 졸업 작품이자 첫 사업 아이템이에요.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와 레고 블록 놀이를 무척 좋아한 영향이 사업에까지 닿은 거죠(웃음). 29CM, 펀샵, 네이버 스토어 등 5군데 정도 유통 채널을 핸들링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적당하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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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백. 레고처럼 사용자가 직접 구성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졸업 작품으로 왜 가방을 만들게 되셨어요? 

“의도하진 않았는데(웃음). 그러고 보니 모디백, 비나리 마스크도 그렇고, ODM 프로젝트들도 섬유제품 디자인이 많네요. 덕분에 생산 소싱 네트워크는 잘 다져졌습니다. 모디백을 만들면서 디자인에 맞는 원부자재를 수배하고 봉제공장 등 생산처를 찾는데 상당히 공을 들였고 공부가 많이 됐거든요. 아, 최근에 이동장과 발열 매트를 결합한 패셔너블한 반려동물 제품 디자인을 의뢰받아 진행했는데, 만족스러운 이번 결과물도 섬유 디자인 제품이구요.”    

 

홍익대학교에서 프로덕트디자인을 전공한 임 대표는 2016년 2월에 졸업했는데, 재학 중에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사업자등록증 상 개업일도 2015년 7월. 왜 그리 일찍 사업을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능력, 열정, 젊은 패기도 중요하지만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생활 경험을 더 쌓을 수도 있었을 텐데. 게다가 취업 시장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는 학교와 전공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졸업 전에 1년 동안 휴학하고 일을 했어요. 디자이너로 먹고살려면 학교라는 울타리가 지켜주지 않는 실전, ‘이 바닥은 이렇구나’라는 체험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했죠. 운이 좋아서 중소기업, 대기업, 프리랜서 일자리까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관심을 크게 가졌던 분야가 피지컬 컴퓨팅과 인터랙션 디자인이고 그 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하면 먹고 살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하잖아요(웃음). 인턴으로 근무했던 한 대기업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도 받았었는데 당시엔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은 디지털 기술과 장치를 이용해 정보를 입력받은 후, 여러 장치를 통해 현실 결과를 출력하는 것이라고. 뉴 미디어, 영상물이나 빛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에 적용하는데,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아트를 예로 들어줬다.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IxD)은 사람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상호간 작용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디자인분야. 예를 들면 일출과 일몰을 자동으로 걷히고 닫히는 커튼 디자인 같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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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쇼핑백.>

 

이 젊은 디자이너는 참신한 아이디어, 철학과 가치를 품은 소재개발 능력,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역량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대학 졸업반 때 홍익인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경기섬유산업 융합사업화 공모전 은상을 받았고, 사업을 시작한 첫 해 대한민국 디자인 전람회 중소기업청장상(금상), 레드닷디자인어워즈 디자인콘셉트상, IF 디자인어워즈 본상, 뉴메이커스코리아 최우수상을 쓸어 담았다. 

 

이듬해엔 4차 산업혁명 선도소비재 융합제품 경진대회에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상, 2018년엔 DIL 장려상, 서울어워드 우수상을 탔다. 

 

수상과 함께 사업성도 인정받아 국내 전시는 물론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열린 유수의 소비재 전시회와 디자인 페어에도 쉴 틈 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휩쓴 2020년은 잘 나가던 스타트업에게도 불안하고 더딘 시간을 안겼을 것 같았다. 사업적 타격이 있었는지 물었다. 

 

“유통 채널의 주도권이 비대면, 온라인이 된 건 저희 같은 작은 스타트업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어요. 2019년 하반기 쯤에 항균, 소취 기능이 있는 한지 원단과 나노 필터를 적용해 세탁해서 쓸 수 있는 ‘비나리 마스크’를 출시했습니다."

 

"원래는 미세먼지 이슈 때문에 개발했는데 뜻밖에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판매가 더 잘 됐어요. 그래서 개발비, 샘플제작비, 무엇보다 제 인건비에 허덕이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게 됐죠(웃음).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업, 단체들과 협업도 늘어나 큰 힘이 됐고요. 일정에 맞춰 북 패드(독서대)와 리더스백도 출시했기 때문에 잘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일회용 비닐백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쇼핑백(Susta inable shopping bag) 버전1을 출시했다. 5년 여 개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 쇼핑백은 듀폰의 타이벡(Tyvek) 원단으로 만든 그물 구조 가방.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고 평면의 원단에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패턴만 커팅했다. 

 

종이 한 장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넣는 아이템에 따라 크기가 확장돼 7kg까지 무게를 지탱하고, 회수 후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디자인 시안을 가지고 가장 적합한 소재를 찾던 중 타이벡을 알게 됐고, 무작정 듀폰코리아에 연락을 해서 PT를 했어요. 그리고 협업 파트너가 됐어요. 듀폰코리아에서 쇼핑백의 디자인과 필요 하중, 프린트 감도까지 고려해서 원단 개발까지 모든 지원을 해주었고 영업 샘플을 전달하면 직접 고객사 네트워크 중심으로 마케팅도 진행해 주고 있습니다.”    

 

쇼핑백이라면 패션 브랜드들도 수요가 만만치 않다. 패션기업, 유통사와 B2B를 키우면 사업적으로도 소비자 대상 캠페인 효과도 클 것 같다. 

 

“현재 몇몇 기업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브랜드 로고, 심볼 등을 넣은 프린트 디자인부터 완제품 제작까지 ODM을 하고 있어요. 10만 장 이하는 2주 납기면 충분합니다. 지금 출시된 쇼핑백은 사용 시 타원형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지금 더 큰 사이즈, 선물 박스 같은 육면체를 담을 수 있는 두 번째 버전을 개발 중이에요. 그리고 커피캐리어도요. 전 필요와 쓸모가 중요한 생활밀착형 디자이너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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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세요? 

그 반대로 후회될 때도 있나요?

“일이 잘 풀리면 ‘역시 잘 생각했다’ 싶고, 후회는 별로 해 본 일이 없는데(웃음) 아무래도 일이 없으면 초조하죠.”

 

코로나가 오히려 기회가 돼서 도약대에 올라선 셈인데, 팀을 꾸릴 때가 되지 않았나요? 

디자이너 임성묵 만의 아이디어와 카리스마로 끌어가는 단계는 넘어간 것 같구요.

“아직 아이템이 적기도 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도 꽤 만족스런 상황(웃음)이지만 조만간 팀은 꾸려야겠죠. 저는 앞으로도 회사를 아이디얼한 소규모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싶어요. 디자인 개발이 비즈니스의 핵심, 저는 계속 개발자로 남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겠죠.”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예상 밖에 “자본 이슈 투자는 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저의 관점은 명확해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가지고 개발을 하건 유통을 하건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투자가 장기적 안목에서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임성묵’은 섬유제품이 아닌 첫 제품도 조만간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전통 매듭을 요즘 트렌드로 재해석한 주얼리다. 여기에 쓰이는 금속 매듭도 특허 출원을 신청해 놓았다. 

 

“가치가 있으면서 값어치도 있는 아이템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웃음).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선 막연하게 가닥을 잡고 있었던 건데, 2년 전부터 아예 슬로건으로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구호에 그치는 판촉마케팅으로 지속가능성을 소비해 버리는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모디백을 첫 아이템으로 정하면서 실험적 요소를 사업으로 구현하는 것에 오랜 기간 고민했어요. 저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란 제조와 사용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에 끼치는 해악을 가능한 줄이면서, 쓸모를 다하면 수거 후 재활용 또는 재사용까지 책임감을 가지는 작업이라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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