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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스노우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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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jihpark0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4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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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투(earth2.io)의 가상 부동산 분양​>

 

“항구의 하늘색은 방송 끝난 텔레비전 화면색이었다.” (The sky above the port was the color of telelvision, tuned to a dead channel)

24시간 TV가 나오는 시절에 살고 있지만 한때 공중파 정규 방송이 끝나면 TV 화면은 회색으로 지지직거리는 ‘스노우 노이즈’ 현상을 보였다.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 펑크 소설 ‘뉴로맨서’ 첫 구절에서 묘사하는 항구의 하늘색은 아마 정규 방송이 끝난 TV의 스노우 노이즈 현상을 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TV라는 가상 세계가 끝나면 세상도 같이 끝나버리니까. 

 

상상력과 시대정신 그리고 자유의지

이퀼리브리엄, 더 기버, 다이버젼트,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등 수많은 SF영화와 각종 창작물들의 아이디어 원천은 흔히 디스토피아 3대 소설이라고 부르는 책 세권에서 대부분 출발한다. 

 

쓰인 순서대로 얘기하면 예브게니 자먀친의 ‘우리들’이 1924년 영문판으로 제일 먼저다. 소련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고 풍자한 이유로 소련에서는 1988년에서야 출판이 허용됐다. 

 

그 다음은 1932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마지막으로 그나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조지 오웰의 ‘1984’가 1949년 作이다. 80년 혹은 100년 전 쯤에 쓰인 책들이니 작가들의 상상력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진 걸작이 아닐 수 없다. 

 

1984는 빅브라더라는 개념을 처음 등장시켰고 그것은 국가로 인한 광범위한 국민의 도청 및 감시라는 형태로 공포와 기만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이다. 그에 반해 멋진 신세계는 태어나기도 전에 고의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지능에 따라 사회에서의 신분을 정해버리는 세상이다. 

 

모든 인간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며 소마라고 불리는 마약을 복용하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날조된 세상과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우민화 정책에 찌들어 행복한 개·돼지로 사는 세상, 둘 다 암울한 세상이지만 나한테 어떤 디스토피아에 살지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나마 자유의지가 발휘될 수 있는 1984를 선택하고 싶다.  

 

가상세계 그리고 메타버스

시간이 흘러 공학과 통신의 비약적 발전에 상상력이 더해져 ‘전뇌’의 개념을 가져온 소설이 있었는데 하나는 1968년 필립 K.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와 1984년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이다. 

 

다른 작품들이 관리와 통제, 사회의 불투명성과 정보 접근의 차별화, 특정 계급이나 거대 기업의 독주를 무대로 다루고 있다면, SF소설로서 뉴로맨서가 이전의 소설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들의 활동 무대가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점이다. 그리고 2021년 우리는 이 공간을 ‘메타버스’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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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고 21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은 새로운 기사는 아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진짜 세상에서만 가능할 법한 경제 활동을 가상세계로 이동시키고 현실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투어 1일 매출은 170만 달러(약 19억 원)로 공연장에 1만 명 정도의 팬을 모으고 티켓가격이 150달러(약 17만 원)라고 가정한다면 포트나이트의 동시 접속자는 1,230만 명, 콘서트는 2,770만 명의 플레이어가 관람했을 때 1인당 1달러가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콘서트를 관람한 것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에서 서비스해온 것보다 규모경제와 수익성 측면에서 월등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래비스 스콧의 단일 사례가 끝이 아니다. 

 

릴 나스 엑스는 새로운 싱글 앨범을 로블록스에서 발표했고 조회 수는 3,300만 뷰를 넘었다. 로블록스가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고 시가 총액이 40조 원을 넘었다는 것도 향후 패션 비즈니스가 상품과 마케팅 측면에서 어떤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지고 있다.

 

메타버스로 가장 쉽게 옮겨 갈 수 있는 것은 공연, 영화, 음악과 같은 콘텐츠 산업이지만 어스투(earth2.io)의 가상 부동산 분양도 심상치 않다. 벌써 우리가 알고 있는 명소는 다 팔렸고 가상 부동산 구매자가 많아질수록 땅 값이 오르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수익률 5,000%, 10,000%가 넘어가고 있다. 

 

화폐의 권위는 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위조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금의 권위도 희소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금보다 희귀한 금속도 많다. 사람 얼굴이 그려진 종이나 노란 돌덩이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커뮤니티의 상호 프로토콜과 저장성에서 나온다. 

 

가상 부동산에 사람이 몰리고 그 사람들이 이 부동산이 가치가 있다고 상호 신뢰를 한다면 실물 경제와 똑같은 영향력이 발휘 될 것이다. 지금은 가상 부동산을 분양하지만 여기에 인프라가 구축되고 메타버스에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아마 제2의 월드와이웹이 될 것이다. 

 

어떤 것을 상상하든 그 이상

한편 네이버 스노우에서 파생된 법인인 네이버 제트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YG, JYP 등 국내 주요 엔터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총 1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지만 네이버제트가 구축하고자 하는 ‘아바타 소셜 플랫폼’의 기술 비용은 투자 금액을 과도하게 상회한다. 

 

하지만 제페토가 메타버스에서의 사회 관계망을 구축한다면 2D 텍스트의 진화 버전인 카톡을 쓰는 사람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에서의 브랜드 론칭, 패션쇼 진행 등은 단순하게 생각해도 벌써 진행되고 있어야 할 프로젝트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골고루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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