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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패션생활/박지훈

오피스 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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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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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상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아이덴티티를 쌓아가는 지금, 이미 우리는 어느 정도 언컨택트 시대에 돌입했음을 시사합니다. 코로나19로 언컨택트 사회로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두되는 것이 재택근무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주제입니다. 

 

재택근무나 근로시간 단축은 공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꼭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근무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능력위주사회로의 가속화

2005년 뮬렌웨그가 창업한 오토매틱은 2020년 5월 기준으로 1,177명의 직원이 70여 개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기업정신에 따라 모든 사람이 원격근무의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본사 사무실조차도 없습니다. 

 

오토매틱의 대표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레스(wordpress)입니다. 현재 전세계 사이트의 3분의1이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져 있고 워드프레스닷컴의 유료 모델, 플러그인과 테마 판매, 기업용 서비스,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직원 모두가 직무, 직함과 상관없이 각자가 원하는 장소(그곳이 워커힐 커피숍이든 몰디브의 해변가이든, 테헤란로의 공유 오피스이든)에서 일하고 그에 따른 모든 비용을 회사가 지불합니다.

 

심지어 직원들에게 홈오피스 구축을 위한 최고 사양의 노트북 등 장비와 한 명당 2,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고정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회사원 모두를 리모트 환경에서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만들어버린 셈이지요. 

 

재택근무와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성공한 기업의 사례로 오토매틱의 예를 들었지만 원격근무의 보편화가 과연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잔하며 일할 수 있는 삶을 가져올까요? 

 

재택근무와 근무시간 단축은 마치 주5일제가 처음 시작되었던 것처럼 더 많은 여가 시간과 레저 활동을 보장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샐러리맨들에게 물리적인 공간에 모여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은퇴할 때까지 실력을 갈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컨택트 시절의 샐러리맨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서로서로 동료의 혜택을 누립니다.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일을 부탁하기도 하고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일을 떠넘기고 먼저 퇴근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양새는 지금은 나이와 직급을 앞세워 권위를 누리겠다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머지않아 돌아가고 싶은 향수와 낭만으로 남을 것입니다. 

 

일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습니다. 지루한 회의를 통해 얻어지는 아이디어도 없습니다. 재택근무와 근무시간 단축은 오로지 자기 스스로 처리해야 할 업무와 책임만이 남는 회사를 만들고 샐러리맨의 경제활동은 진정한 능력위주사회(meritocracy)로의 이동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중간 관리자 이상의 직원이 갖추어야 할 인간 친화형 리더십과 조직관리 역량은 이제 필요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기업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끝나고 독립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하고 그 실력이 시대와 새로운 업무에 적합하도록 계속 다듬어야 하는 프리랜서로서의 역량만이 중요시 될 날이 올 것입니다.  

 

평생직장이란 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의성은 회의와 토론에서 

일찍이 야후는 2013년에 재택근무를 폐지했고, 1990년 원격근무를 도입했던 IBM은 2017년 실적 부진과 업무 비효율을 이유로 “팀이 될 때 더 강력해지고 창의적으로 된다”며 원격근무를 폐지했습니다. 또 우리 삶을 바꿔버린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네트워크 시대에는 이메일과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미친 짓이다. 창의성은 즉흥적인 회의와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토론에서 비롯된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묻고 ‘와우’라는 반응을 보이는 순간 이미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언컨택트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컨택트와 맞바꾼 시간으로 취미를 갖고 여유를 부리고 인생이 한가로워 질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바램입니다. 

 

직업의 세분화가 고도화 되어버린 현대 사회는 개인이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고 관련부서나 협력팀의 동료 없이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더욱이 모두가 프리랜서가 될 수 없고 독립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언컨택트로 물리적인 제약이 사라지고 더 많은 사람과 비대면으로 만나고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언컨택트로 바뀌어 버리면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착취하며 살아야 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피스 프리는 결코 우리 삶을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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