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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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재상 매드해터 CMO (alex@madhatter.co.kr) 작성일 2022년 12월 19일 URL 복사본문
<PHOTO pixabay>
고객은 어디에 반응할까
고객은 항상 수동적이다
고객의 욕구를 자극하라
기존 마케팅 접근법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인가?
시장과 고객, 참 어려운 공략 대상이다. 잡힐 듯 잡힐 듯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덧 저 멀리 가 있다.
트렌드와 고객의 의식 변화에 따라 시장을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정확하게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위치시키지 않으면 아예 반응조차 없다.
보통 현재 시점에서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해도 충분히 성숙한 시장이 아니라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시점에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렸을 수도 있다.
트렌드가 시장을 큰 방향에서 움직이는 동력이라면, 고객은 시장을 구성하고 실제 시장을 만들어내는 구성원이자 주체다.
그래서 사업과 마케팅의 시작점은 언제나 ‘고객’이다. 기업은 사업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정확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고객에 대한 사업전략이나 마케팅의 기존 접근법 대부분이 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접근법들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은 고객이 필요로 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고객 니즈가 존재하고 시장도 이미 존재하는데 미쳐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팔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혹은 누군가가 발견은 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제대로 그 니즈를 풀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고객이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전제가 지금도 유효할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을 포함 전세계 주요 시장 고객들은 이제는 이미 웬만한 제품과 서비스는 다 있거나 써봤다.
특히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 서비스는 이미 다 갖고 있고 생존이나 생활 편의성을 위해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니즈는 대부분 해소되었다.
아직 세상에는 없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이자 고객이 이런 게 정말 필요했다면서 열광할 만한 것들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요즘 고객들은 더 이상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갖고 있지만 다 수명이 다되어서 새로 더 좋은 것을 사고자 반복 구매하거나, 이미 갖고 있지만 일부러 버리거나 기존 것을 갖고 있으면서 또 사는 추가구매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혹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그냥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일도 자주 있다.
한마디로 이미 충분히 갖고 있지만 더 갖게 만드는 것이 요즘 사업전략과 마케팅이 추구해야 하는 전제이자 방향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접근법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고객 니즈에 충실해도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 니즈는 고객이 지갑을 열기 위한 조건이지만,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준다고 반드시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고객이 니즈를 넘어서 실제로 돈을 쓰기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창업가가 고객에 대해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접근하는 것들 몇 가지를 짚어보겠다.
1. 고객은 니즈 충족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판타지에 반응한다.
고객 조사를 위해 인터뷰하고 리서치를 하는 일은 매우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분석 결과를 가지고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주요 구매 요인까지 찾아내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계획해서 실행해 실제로 판매까지 하게 된다.
인터뷰와 리서치 결과만을 보면 당연히 제품과 서비스가 잘 팔려야 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객 인터뷰와 리서치의 배신이라는 표현을 쓴다.
친환경이나 비건, 성인교육(자기계발) 등이 고객 인터뷰와 리서치 결과와 실제 판매 사이에 차이가 큰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인터뷰와 리서치상에서 고객은 친환경에 관심이 매우 많고 친환경을 위해서는 충분히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한다.
비건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비건이 있지만 건강을 위해 너무 제한적인 비건 종류만 아니라면 충분히 비건에 관심이 있고 할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성인교육에서는 자기 계발을 위해 교육받고 책을 읽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이미 예상하는 바 그대로다. 고객이 말한 친환경과 비건에 대한 관심과 실행이 정말 현실로 일어났다면 이미 친환경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어 주위에서 쉽게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비건 관련 제품 역시 흔하게 보여야 한다.
친환경과 비건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만 해도 10년 가까이 되는데 말이다.
자기 계발 영역도 마찬가지다. 나날이 떨어지는 독서량과 도서 시장에 성인 교육시장의 성장은 항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뿐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고객이 말하는 바와 행동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다. 고객은 친환경을 말하면서 쿠팡에서 가장 싼 물건을 사고, 비건을 말하면서 배달 음식 시켜 먹고, 자기계발을 말하면서 여러 가지 핑계를 이유로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고객 니즈를 조사하면 명확하게 나오지만,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니즈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는 정작 잘 팔리지 않는 일이 흔하다.
고객이 실제 자기가 가진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이야기하거나, 개인적이던 사회적이던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니즈로 착각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앞서 언급한 예시들을 니즈에서 더 나아가 판타지로 설명해보겠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니즈를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친환경에 나도 작은 기여를 하고 있고 나는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환경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려는 것이 숨어있는 니즈다.
비건은 내가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고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고 싶으며 비건을 추구할 정도로 ‘내가 트랜디하다’고 과시하고 싶다는 게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본 고객 니즈다.
자기 계발은 내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그 생각과 행동을 하고있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불안감을 없애려는 것이 숨겨진 니즈다.
물론 이 모든 경우는 해당 키워드를 하나의 강력한 신조로 갖고있는 고객은 예외이며, 대중적인 고객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숨겨진 니즈를 겉으로 드러나게 만들어주는 판타지를 제공받고 싶어하고 그 판타지에 반응해서 지갑을 연다.
고객이 지갑을 여는 것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친환경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평소 쓰던 것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퀄러티와 가격의 제품, 서비스고, 비건은 비건‘풍’ 정도로 타협한 결국 맛있고 적절한 가격의 음식이며, 자기계발은 실제로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짧은 시간동안 고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숨겨진 니즈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에 반응하고 돈을 쓴다.
2. 고객은 능동적이라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능동적이라 착각하는 수동적 대상이다.
보통 기업과 창업가는 고객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고객은 매우 능동적이고 이성적인 주체라 전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그 니즈를 추구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고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구입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고객의 정의에 가깝고 현실 속 고객은 수동적이고 감정적인 면도 강하다. 의외로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구매 결정을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제품, 서비스 설계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TV에 요리 프로그램이 나올 때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객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판단한다고 생각하면, 요리 프로그램에 나온 음식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 판매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TV에 방송하고 있는 동안 즉각적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온라인 원재료 판매도 아니고, 배달음식 주문이라고 한다.
맛집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배달음식이라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렇게 만드는 것이구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레시피를 익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그램 보면서 자극 받은 식욕은 직접 요리해서 먹어서 채울 수 없으니 가장 빨리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에 나온 음식이나 대체 음식을 집으로 시켜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객의 생각과 행동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더 나아가 고객은 매우 수동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아침이나 저녁에 TV에서 하는 소위 각종 정보제공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 프로그램에 “이것을 먹어서 효과가 좋았어요”, “건강해지려면 이렇게 하세요”, “피부 좋아지고 예뻐지기 위한 비법은 이겁니다”라고 전문가나 직접 효과를 체험했다는 일반인이 추천이나 간증이 나온다.
이 때 동시간 대 홈쇼핑 채널들로 돌려보면 예외 없이 지금 정보제공 프로그램에 나오는 그 원재료를 쓴 제품이나 유사한 제품을 팔고 있다. 정보제공 프로그램에 나온 것들이 간접광고나 협찬인지 모르는 사람 뿐 아니라 광고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동시간대 홈쇼핑 채널에서 파는 바로 그 제품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 판매로 곧바로 이어진다.
비싼 돈 주면서도 굳이 그 프로그램들에 간접광고와 협찬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돈을 절약하겠다며 한 제품을 사기 위해 여러 마트와 시장 가격을 다 비교해보고 몇 백원, 몇 천원을 아끼는 수고를 기꺼이 하면서도 한꺼번에 사면 싸게 해준다는 이유로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될 세일하는 대형 벌크 제품을 사고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좋아하는 게 고객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전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생각과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들이 놓은 덫에 걸려 수동적으로 필요이상의 돈을 쓰면서도 고객은 자기 생각과 판단이 맞고 현명했다는 백만가지 이유를 떠올리면서 편하게 결론을 내린다.
고객 속성이 이러한데 고객 니즈에 맞춰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 고객이 먼저 알아보고 알아서 소문도 내주면서 많이 살 것이라 생각하는 자체가 순진하고 안이한 접근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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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객은 이게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보다 욕구를 만들어 소유를 갈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되는 홈쇼핑을 보다 보면 확실히 베테랑 고수와 초보 하수 쇼호스트가 명확히 보인다.
제품이 좋다는 말을 많이 쓰고 구매를 강요하면 초보에 하수고, 베테랑 고수는 고객에게 전혀 없던 구매 욕구 조차도 이성적, 감성적으로 만들어내고 자기 프레임으로 슬슬 끌어들인다.
그렇게 하고 점차 제품을 갈망하고 소유하고 싶게 만든다. 당연히 좋다는 말도, 사라는 말도 거의 필요없다. 필요하신 분만 사라고 하고 하물며 사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고객은 이미 주문을 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영업은 그렇게 하는 거다. 필요한 것이 부족하거나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나온 예전 고객에 대한 마케팅 접근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제품과 서비스를 소유하고 있거나 써본 고객들에게는 ‘필요하다’는 말은 작동하지 않는다. 결핍이 있어야 필요한데, 결핍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없는 걸 사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있어도 더 사게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베테랑 고수가 한 방법은 고객에게 없던 결핍을 만들어내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소유를 갈망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수건을 파는 것이었다. 집에 수건이 없는 집은 없다.
돌잔치던 결혼식이던 가게 오픈 선물이던 여기저기서 흔하게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수건이고 집집마다 수건은 쌓여 있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 평소 사용하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쓰는 제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평소 필요성에 대해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그런데 수건을 파는데, 그것도 공짜로도 구할 수 있는 제품인데 꽤나 가격이 나가는 프리미엄 수건이다.
수건이 예쁘고 화장실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는 메시지로 파는 것만 해도 새로운 고객 니즈를 자극한다는 면에서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고객의 없는 욕구를 만들어서 소유를 갈망하게 만드는 끝판왕 메시지를 보고서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수건의 비교 대상군으로 고급 화장품을 가져왔다.
피부 좋아지겠다고 수십만원하는 화장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왜 수건은 좋은 것을 쓰지 않느냐로 시작했다.
그리고 헐거나 싸구려 수건의 거친 면이 피부에 자잘한 스크래치를 내면서 피부를 상하게 만드는데, 그렇게 매번 상처를 내면서 화장품만 좋은 것을 쓰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
비싸고 좋은 수건을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써서 피부 관리를 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제시했다.
수건은 이미 많지만 이 수건은 그런 평범한 수건이 아니게 인식시키면서 비싼 가격에 대한 비교 대상을 변화시켜서 가격 민감도를 낮추고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숨어있는 니즈와 판타지를 한껏 자극한 것이다. 당연히 전물량 모두 판매소진되었다.
그렇다면 고객에 대한 기존 마케팅 접근법은 모두 틀린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시장과 고객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을 제공하고 접근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와 시작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마케팅 접근법들은 모두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고민을 통해 고객과의 심리게임을 해야 하고, 고객이 현재 있는 상황과 현실에 맞춰 고객의 겉모습과 직접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밑에 숨어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은 그렇게 했을 때만 지갑을 연다.
경력사항
- 현)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알렉스넷 공동대표, 매드해터 CMO
- 전) ST 유니타스 스콜레 본부장
- 전) 브랜드 메이저 전략실장
- 전) 두산인프라코어 APE 마케팅 파트장
- 전)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담당
- 전) 삼성SDI 마켓인텔리전스팀 마케팅 전략 담당
- 저서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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