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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패션은 최초의 글로벌 플랫폼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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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0년 11월 3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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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사회관계망에 올라온 우리나라 대학교육 현실에 대한 기사에 관한 댓글을 접하고 짧게 답글을 적었다. ‘대학이 백화점처럼 운영되고 있죠.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점포 임대해주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각자…. 기업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미국에서 가능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까요.’

 

대학은 건물을 짓고 그 안의 개별 콘텐츠는 교육 주체들이 각자 알아서 채우고 그에 대한 투자도 각자 알아서 하고, 대신 대학은 고객인 학생으로부터 이용료를 받는다. 이렇게 변화된 것은 20여년 사이로 생각된다. 완벽한 플랫폼 사업이다.

 

1852년 파리에서 처음 개장한 오 봉 마르셰(Au Bon Marché)를 시작으로, 백화점(百貨店)은 이름 그대로 수많은 다양한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었다. 

 

패션은 스트림을 이끈다

우리가 흔히 예를 드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자신들의 공장이 없는 애플과 아마존, 집이 없는 에어비앤비 그리고 동영상을 만들지 않는 유튜브는 단지 소비자와 생산‧공급자를 이어주는 역할만을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대규모 비즈니스를 최초로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패션산업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상품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각각의 브랜드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처럼 움직인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 공급망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간다. 

 

최근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유니클로는 새롭게 중국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의 섬유 패션스트림 산업의 정점에 있는 유니클로를 통해서 리사이클 원사의 개발에서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스마트화에 이르는 실질적인 변화와 기술적 발전이 스트림과 함께 진행된다. 

 

우리에게도 섬유스트림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패션 플랫폼 기업, 브랜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외 76억 명에 달하는 잠재 고객이 기다리는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 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것이 어렵고, 부족하여 힘겹다. 리딩 글로벌 브랜드와 같은 체력과 파워가 없다고 한다. 그들도 처음의 시작은 작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그들이 가진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의 너비와 깊이가 어느 순간부터 다르게 변하지 않았을까?

 

한때 섬유산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이었지만, 그 이후 업그레이드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섬유산업은 소재 공급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류 봉제산업의 재편에 따른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를 함께 달고 정부와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재 전자, 자동차, 반도체 산업이 우리의 산업을 대표한다. 전자와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완성품 기업이 있다. 그래서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공급망 기업과 산업이 자연스럽게 동반 성장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취약한 우리의 섬유소재 공급 산업은 글로벌 수요기업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온라인 판매 강화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의 축소로 절대적인 생산량이 줄고 있어 국내 공급망 기업에게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제 소재 공급 산업으로서 섬유산업은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수요기업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가능한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품질과 기능성을 가진 소재 생산을 통한 경쟁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소재의 생산으로 글로벌 기준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기준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기준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맞춰 가는 것이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되는 길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부품 공급 산업이다.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B to B 비즈니스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 고객사가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B to B 산업인 섬유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쉽지만 국내 섬유 소재산업을 이끌어 줄 국내 수요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데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수요기업인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소재 공급 산업인 섬유산업도 성장하는데 한계가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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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패션산업 플랫폼을 위한 수요기업 육성

우리에게도 플랫폼 산업이 필요하다면, 패션산업이 그 역할에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반과 경험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해외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섬유소재 공급 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완성품 수요기업인 브랜드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절실하다. 국내 시장 규모만으로는 섬유‧패션 산업의 스트림의 안정적인 유지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대기업 육성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우리가 규정하고 있는 대기업이라는 범주가 과연 글로벌 기준에 비교하여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하는지 의문이다). 

 

안정적인 국내 대(수요)기업 없이 소재, 부품 공급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사례와 같이 고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완성품 대기업의 안정적인 수요를 통해 소재, 부품 공급망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와 기술적 발전을 동시에 실현시켜야 한다. 물론 그 완성품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메이드인 코리아? 메이드 바이 코리아? 

공급망 재편에 따라 해외에 제조 생산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이해와 정책의 확장도 필요하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제조 생산 시설이 해외에 있는데, 결국 그곳의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접하곤 한다. 패션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전의 디자인-제조-유통-판매를 모두 한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의 방식과 시장 구조에 맞춰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경계는 없어지고, 비즈니스의 사회에 대한 기여 방식은 바뀌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이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고용율이 높아야 그 산업이 사회와 국가 경제에 대해 기여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되묻고 싶다. “아이폰과 플라이니트 신발을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니 애플과 나이키는 미국 기업이 아닌가? 그래서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인가?” ​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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