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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 섬유로 만든 제품은 누가 리사이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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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1년 03월 0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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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우리는 일상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그동안 생각으로만 머물던 일이 실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ISO 국제표준화 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출장 가방을 싸는 대신 온라인 미팅 참석으로 대신하고 있다. 

 

국가간 시차 조정으로 대부분의 회의가 늦은 밤에 진행되고 있어, 국제회의 참여와 업무를 병행 처리해야 하는 부담도 크지만, 시간과 예산의 제약으로 참석하기 어려웠던 각종 국제표준화 기술위원회, 워킹그룹 회의와 워크숍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기쁘다. 

 

한편 코로나 사태로 외식 대신 배달 음식을 더욱 즐기게 되면서 집안에 쌓여가는 포장재 처리를 걱정하게 됐다. 지인들의 상황도 비슷해서 이제 한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포장재에 의한 환경오염을 많이들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는 환경오염 해소를 위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면서, 버려지는 PET병은 색상에 따라 분리되고, 라벨은 모두 제거되어 배출된다. 

 

이를 원료로 활용하여 국내 화섬기업들은 리사이클 섬유소재를 생산하고, 패션 브랜드 기업들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다양한 의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아직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남아있으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의 사용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와 이해 당사자들이 관련된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점은 매우 놀랍다.

 

대표적인 리사이클 섬유는 버려진 PET병을 회수하여 가열시켜, 다시 폴리에스터 섬유로 뽑아낸 소재이다. 전체 섬유 소비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터 리사이클링에 집중하는 것은 폐기된 폴리에스터 플라스틱 제품으로부터 재생원료를 확보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수병으로 사용된 PET병은 불순물 관리에 유리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요 리사이클 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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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사이클 섬유인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rPET, recycle d polyester terephthalate) 섬유 소재 사용을 확산시킨 조직적인 움직임은 2017년 미국의 섬유 산업 비영리 단체인 섬유거래소(Textile Exchange)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탁회의(Recycled Polyester(rPET) Round Table)’에 의해 시작됐다. 

 

2020년까지 약 25%의 수준에서 rPET 섬유 사용을 계획했으나 갭, H&M, 이케아, 린덱스, 나이키, 타겟 등의 이행 선언 기업들이 2018년 이미 36%를 사용할 정도로 rPET 섬유의 사용은 급격히 관련 업계에 확산됐고, 국내 기업에서도 rPET 섬유 생산과 관련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산업계에서 rPET 섬유 사용을 확대하는 이유는 첫째, 폴리에스터 섬유가 한정된 석유로부터 얻어지기 때문에 PET병이 단순 폐기되는 것을 억제하고, 이로부터 재생원료를 얻어 섬유를 만들면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석유를 가공하여 합성한 버진 칩(virgin chip)으로 생산되는 폴리에스터에 비해 에너지 사용은 59%, 이산화탄소 발생은 32% 이상 저감하는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소재(sustainable mater ial)로서 rPET 섬유는 다른 섬유를 리사이클링 하는 것에 비해 매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rPET 섬유를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현재 rPET 섬유를 생산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폐기된 PET병을 회수하여 가열시켜 다시 섬유로 뽑아내는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 방식이며, 폐PET병이 재생 원료의 핵심 공급원이다. 

 

버진 칩을 사용하지 않고 폐PET병을 사용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다소의 안도감과 환경에 끼치는 부담을 줄였다는 위안을 느끼게 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rPET 섬유의 원료는 여전히 석유자원을 통해 만들어진 PET병을 거쳐 얻어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현재 PET병의 리사이클 수준은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70~9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포장재, 용기 산업에서도 PET병을 포함한 리사이클 소재 생산과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rPET 섬유 수요에 비해 재생 원료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기계적 재활용 방식에 의한 rPET 섬유 생산의 한계 상황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기계적 재활용 방식으로 만들어진 rPET 섬유에 대한 수요 증가는 필연적으로 PET병을 포함한 석유자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더 많은 플라스틱 소비에 의한 재생 원료 확보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게 된다. 더 많은 rPET 섬유 사용을 패션 브랜드 기업들이 약속하면 할수록, 더 많은 폐PET병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에너지 사용 절감과 이산화탄소 발생 억제 효과도 1차적인 rPET 섬유 생산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효과로서 수용될 수 있으나,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된 의류 제품 등에 사용된 rPET 섬유를 다시 기계적으로 재활용하여 2차 rPET 섬유를 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추가 공정(탈색, 표백 공정 등)과 이에 따른 추가 에너지의 사용을 불러오게 된다. 따라서 현재 리사이클 섬유의 사용 확대에 대해서는 보다 큰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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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나이키>

 

 

리사이클 섬유와 순환 시스템

최근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폐PET병을 원료로 활용하는 기계적 재활용 방식의 rPET 섬유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식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만약 타 산업군에서 필연적으로 소각, 매립되는 제품 또는 소재를 재생원료로서 채택하여 리사이클 섬유 소재를 생산한다면, 자원순환 시스템으로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폐PET병은 다른 산업 군으로부터 얻어지는 재생원료이지만, 지구 내의 한정된 자원인 석유를 사용했다는 점은 버진 칩으로 바로 섬유를 생산했다는 점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현재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기계적 재활용 방식의 rPET 섬유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은 타산업 군에서의 자원 순환 고리를 방해하고, 해당 산업계와 재생원료 확보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게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재생 원료 확보를 위해 타 산업계에서 더 많은 석유 자원 소모를 촉발할 수도 있다.

 

섬유, 패션산업에서 고민하고 있는 리사이클 섬유소재의 활용은 기본적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원칙에 기반 해야 한다. 지구 내에 존재하는 천연 자원의 한계를 적절하게 운용하려면 각 산업계 내에서의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패션 산업의 순환 시스템(Circular System)을 구축하려면 패션 산업계의 최종 폐기물인 의류를 다시 섬유소재로서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팔리지 않은 옷, 그리고 옷을 만들면서 버려지는 섬유 소재들을 모아 재생원료로 활용해야 한다. 투명한 폐PET병은 그냥 녹여 실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색을 입힌 옷과 섬유들은 그렇게 리사이클링 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며, 순환 시스템을 유지하는 rPET 섬유를 얻기 위해서는 혼방된 옷과 원단으로부터 합성섬유 성분을 분리하고, 화학적인 방법에 의해 원료 성분으로 다시 분해시킨 후 버진 칩을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방식 도입을 필연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많은 관계자들은 화학적 재활용의 경제성과 기술적인 문제점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패션 산업계의 장기적 사업 전개 관점과 시장 변화의 기본 원칙을 고려하면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 리사이클 섬유로 옷을 만드는 것은 모두의 관심사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열심히 rPET 섬유를 만들고 옷을 만들었는데, 리사이클 섬유로 만든 옷도 결국 버진 칩으로 만든 옷처럼 태워지고 그냥 버려진다면 왜 리사이클 소재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번 시작한 리사이클은 구축된 순환 시스템 내에서 그 순환 고리(circular loop)가 계속 순환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폐PET병으로 rPET 섬유를 만드는 것은 과도기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봐서는 숲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 순환 시스템은 앞으로 인류가 지구에 머무는 한, 그리고 지구 밖에서 새로운 천연자원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전까지는 앞으로 산업, 경제, 사회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섬유, 패션산업 역시 그 안에서 작동한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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