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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생분해성 섬유 바로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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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1년 01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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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은 소재 생산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이 많고, 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폐수 발생 등으로 환경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생산 공정과 기술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과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섬유, 패션산업계가 협력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에서의 환경문제는 주로 생산 방식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 섬유 소재 자체에 대한 선택을 두고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에 의한 환경오염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미세섬유(microfiber)의 발생이다. 그리고 섬유 폐기물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온 생분해성 섬유 소재에 대한 의문이다. 미세섬유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최상의 방식이라고 믿었던 섬유소재의 선택과 미래 섬유, 패션산업의 모습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미세플라스틱, 미세섬유는 왜 문제인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포장재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비닐 포장재는 눈에 띄고 어떻게든지 회수할 수 있지만, 작은 조각으로 버려지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수, 수돗물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미 환경 생태계는 물론 우리 생활 전반에서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 이하 크기를 말하며, 길이 15㎜ 이하의 섬유 형태의 것을 포함한다. 미세플라스틱 중 섬유 소재나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을 미세섬유로 구분한다. 면이나 양모 섬유 등의 천연 섬유에서 발생한 조각도 미세섬유로 구분되지만, 환경에 심각한 영향이 미치는 것은 플라스틱과 같은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고분자소재 합성섬유이다. 

 

미세섬유에 의한 환경오염은 쪼개지거나, 짧게 잘라진 합성섬유가 세탁 폐수에 포함돼 하수로 버려 지고, 하천을 거쳐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제품을 사용하거나 옷을 입는 동안에도 빠져 나가는 미세섬유는 히말라야에서 그리고 북극권에도 발견되고 있다.

 

토양, 해양으로 버려진 미세플라스틱, 미세섬유에 의한 근본적인 환경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물질들이 자연 상태에서 좀처럼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 지상과 해저의 토양에 쌓이고 있고 생태계의 순환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체가 소화시키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 점점 많이 발생하고 있고 향후에는 이 미세플라스틱과 미세섬유가 생태계 순환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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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환경은 물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생분해성 섬유는 정말 분해되나?

버려지는 섬유 제품과 옷은 주로 소각되거나 땅에 매립돼 왔으나, 기업들이 적정한 생산과 소비 체계를 유도하고 유럽에서 주도하고 있는 순환경제 구조로 전환됨에 따라 소각과 매립은 모두 국제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의 처리를 위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생분해성 섬유 소재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생분해성 소재가 폐기되는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biodegradation) 자체에 대한 개념은 관련 업계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다. 생분해성 소재 여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국제적으로 널리 적용되는 표준 시험방법에 의한 평가 결과에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비성분이 존재하는 토양에 묻고 6개월이 지난 후 인장강도가 기준 이상 줄었는지, 질량이 감소했는지 또는 형태가 눈에 띄게 작은 조각들로 변했는지를 확인한다. 또는 대상 물질이 분해 반응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측정하거나 그 밖의 현상을 측정하는 것으로 생분해성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현재 생분해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생분해성 소재가 미세플라스틱을 거쳐 완전 분해되는지는 고려되지 않고 개발됐다. 

 

온전한 형태에서 눈에 띄지 않는 정도에 이를 때까지만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미세플라스틱 수준으로 조각난 플라스틱이나 섬유소재가 자연 상태의 성분으로 완전 분해되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까지 생분해성 섬유는 분해되기 위해 특별한 처리 조건이 필요하거나, 토양에서 그냥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오염문제가 제기된 이상, 이제부터는 단지 눈에 띄지 않는 미세섬유 수준으로 분해된 이후 완전한 자연 분해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표적인 합성섬유인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비중은 바닷물의 평균 비중인 1.02~1.03보다 크기 때문에 해저에 가라앉아 쌓이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바다 속에 버려진 낚싯줄은 600년 정도면 분해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여러 조건이 맞았을 경우에 가능하다. 햇볕에 포함된 자외선이 그나마 가장 강력한 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스트레스 요소이지만, 바다 아래 가라앉은 미세플라스틱과 섬유에는 햇볕이 닿지 않는다. 그리고 분해에 필요한 산소의 충분한 공급도 거의 기대할 수 없으며, 해저의 온도는 평균적으로 10℃ 이하로 화학반응이 진행되는데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미세플라스틱, 미세섬유에 의한 환경 문제는 그것이 생태계의 순환에 개입되기 전에 자연적인 조건에서는 결코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는 110여 년 전 플라스틱을 발명했지만 아직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생분해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플라스틱의 생분해를 위한 미생물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지만, 매우 제한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가능했다면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 테니까. 혹시 가능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플라스틱 제품과 구조물이 사용 중에 미생물에 의해 손상되는 걱정을 해야 한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세플라스틱과 미세섬유에 의한 새로운 환경 문제를 고려하면 이제부터 생분해성 섬유소재는 단순히 지금의 시험방법에 따른 기준을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 내에 미세섬유단계를 거쳐 완전히 자연 상태의 성분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리고 기준과 시험방법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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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섬유가 어떻게 섬유, 패션산업을 바꿀까?

미세섬유를 정의하는 국제적인 합의가 아직 정해지지 않고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 진행과 기준의 제시 그리고 확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세섬유에 의한 환경오염을 억제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동의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큰 변화가 예상된다.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화장품이나 개인용품에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불과 2~3년 사이에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업계의 참여와 법령의 제시를 통해 매우 신속하게 실행된 것이다.

 

미세섬유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는 향후 섬유 소재 생산과 섬유제품, 의류 산업 전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길이 15㎜ 이하 섬유를 대상으로 하지만, 16㎜ 이상의 섬유가 환경오염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제약 및 산업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잠정적으로 합의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미세섬유에 의한 근본적인 문제는 무분별하게 지구 생태계로 배출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다. 따라서 ‘미세섬유 길이 15㎜’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섬유제품과 의류세탁 시 발생하는 미세섬유 발생을 억제하고, 스테이플 섬유가 빠져 나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섬유 소재에 의한 환경오염을 최대한 억제하는 새로운 섬유 소재와 관련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프랑스는 가정용 세탁기를 통해 미세섬유가 배출을 억제하도록 2025년부터 세탁기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법령을 발표 했지만, 미세섬유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부족하다.

 

원천적인 미세섬유 문제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못하면 화장품에 사용되던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일시에 금지된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양모와 아크릴 혼방사로 만들어진 스웨터를 만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분해성 섬유 소재가 미세섬유 상태를 거쳐 완전 분해되지 못하면, 또 다른 환경 오염원으로 생분해성 섬유가 뉴스에 오르게 될 수도 있다.

 

패션과 별로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미세플라스틱이 섬유·패션업계에게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은 지구 전체와 연결돼 있다. 이제 섬유·패션업계는 환경오염의 대표산업이 아니라 진정한 환경 지킴이로 변신을 맞이하고 있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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