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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요구되는 이전과 달라진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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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현 에프씨엘코리아 대표 (fclkorea01@gmail.com) | 작성일 2020년 10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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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기관에서 패션 스타트업 브랜드를 지원하는 의류제품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필자는 이 사업에서 지원할 대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에 참여했다. 다양한 브랜드가 심사에 참여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설명하고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들 가운데 유달리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었다. 비건 패션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동물로부터 얻어진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비건 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였다. 브랜드를 만들고 대표로서 운영까지 도맡아 하는 젊은 디자이너의 발표는 흥미로웠고, 심사위원들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발표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필자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진짜 비건 패션브랜드입니까? 비건 패션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그저 시대적인 트렌드에 따른 브랜드를 론칭한 것일 뿐이며 마케팅 차원으로써만 의미있는 것은 아닙니까?”

 

발표에 나섰던 젊은 패션디자이너는 차분히 대답했다. 자신에게 비건은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비건 브랜드를 론칭했고, 비건의 가치를 알리고자 국내의 중요 비건 페스티벌의 주최자로써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호기심을 느껴 몇 가지 더 질문을 했다. 이어진 그의 대답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비건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건 페스티벌도 매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건 페스티벌 참여자의 매출이 자신들의 백화점 매출보다 높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비건은 이미 패션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시장도 확대되고 있고 대중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밀레니얼의 등장과 윤리적 소비 의식

2018년에 버버리는 큰 비난을 받았다. 팔고 남은 재고를 소각시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패션브랜드에게 ‘완판’이란 거의 있을 수 없다. 판매하고 난 뒤 재고가 남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름 있는 브랜드나 대기업은 통상적으로 남은 재고를 소각한다.

 

패션브랜드는 당해 연도 상품을 정상 유통에서 판매한다. 이듬해에 1년차 재고가 되면 정상가격 대비 30~50%의 할인율을 적용해서 정상 매장에서 행사상품으로 팔거나 이월상품만 취급하는 상설매장에 유통한다. 

 

2년차가 되면 60~90%의 할인율로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2차 상설매장에서 판매한다. 이렇게 3년에 걸쳐 판매한 뒤 남은 상품은 본사에서 모아 소각을 한다. 

 

소각을 하는 이유는 오래된 상품이 초저가 가격으로 판매되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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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한 모피를 쓰는 것이 당연했던 명품 브랜드들은‘fur free’를 선언하고, 나일론백으로 유명한 프라다는 재생 나일론으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3년차 이상의 상품들을 ‘땡처리 업자’에게 헐값으로 넘겼다. 그들은 이 상품들을 가지고 지방에 대형 행사장을 잡아 행사를 했다. ‘OO 브랜드 초특가 할인행사’, ‘눈물의 폭탄세일’, ‘원가 이하의 가격’이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로 홍보하는 행사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재고처분 방식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요즘은 중단 브랜드나 자금 사정이 매우 나쁜 브랜드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듯 브랜드가 남은 상품을 소각하는 것은 그동안 패션업계에서는 당연한 재고처분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이전과 달리 재고를 소각하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고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옷을 불에 태우는 것은 그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과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며 더 나아가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소비자는 이전 세대 소비자와 매우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결국 버버리는 ‘패션 순환 프로젝트(Make Fashion Circular)’에 참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갭, 나이키도 동참하고 있다.

 

명품까지 변화시킨 소비자의 힘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등장은 명품들도 변화시켰다. 럭셔리한 모피를 쓰는 것이 당연했던 명품 브랜드들은 ‘fur free’를 선언하고, 나일론백으로 유명한 프라다는 재생 나일론으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구찌는 환경을 생각하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컬렉션을 선보였다. 심지어 의류쓰레기를 양산하게 만드는 패스트패션 ‘H&M’조차 의식있는(conscious) 브랜드가 되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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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환경을 생각하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컬렉션을 선보였다. photo elitetraveler>

  

이제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패션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2019년 F/W 구찌 컬렉션은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선보인 스웨터가 흑인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였다. 

 

눈부터 목까지 덮는 이 검정 스웨터는 입 주변에 붉은 입술 모양의 구멍이 있는데 이 디자인이 흑인을 인종차별하는 ‘블랙 페이스’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결국 구찌는 사과하고 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구찌는 마르코 비자리와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호흡을 맞춘 이후 젠더, 성적 정체성,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편견 없는 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구찌가 이런 안타까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단순히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Political Correctness(PC)’이 패션계에도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소비자는 패션브랜드에도 PC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것은 브랜드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가 달라졌다

위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패션산업에서 당연시 여겨졌던 기존의 가치들은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소비자는 달라졌다. 지금 소비자의 사고와 인식, 행동은 이전의 소비자들과 동일하지 않다.

 

이제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하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느냐의 문제다.

 

소비자가 중시하는 가치는 변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브랜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경력사항

  • 現) ㈜FCL KOREA 대표
  • 現) 호서대/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
  • 現) 유통/패션기업/정부기관 교육기획 및 강의
  • 前) 글로컬 대구침장 특화산업 육성사업 자문위원
  • 前) ㈜보그인터내셔날 보그너 CDO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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